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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P2P 대출 제도화 한다더니… “투자유치 꽉 막혀 사업 못할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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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P(개인 간 대출) 업권이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이란 이름으로 탈바꿈하고 새로운 제도권 금융업권으로서 출범한 지 한달이 흘렀다. 하지만 이런 호재가 무색하게도 업권은 침체한 분위기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으로 카카오페이·토스 등 플랫폼을 통한 개인 투자자 유치가 제한된 데 이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저축은행 등 금융기관이 P2P 상품에 투자하도록 하는 연계 투자마저 관련 법들의 충돌 여지가 있어 추진이 불투명해진 탓이다. 이중으로 판로가 막힌 업계는 마땅한 해결책 없이 금융당국의 판단만을 기다리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P2P 업계는 현재 저축은행 등 금융기관의 연계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 8월 시행돼 1년의 유예기간을 끝낸 온투법에 따르면, P2P 투자 상품에는 저축은행 같은 금융기관이 직접 연계 투자를 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개인에 비해 투자 규모가 수백배에 달하는 금융기관의 투자가 가능해졌다는 점은 온투법 제정의 핵심이자, 사업자들이 가장 기대하던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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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에 등록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체들. /커뮤니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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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2P 투자한 금융기관은 투자자냐, 대주냐”

그런데 뒤늦게 온투법과 개별 금융업법들이 충돌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온투법에 따르면, 은행·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회사 등 일반 금융사가 P2P 금융상품에 연계 투자를 하는 행위는 대출(여신)로 간주한다. 여신으로 잡히는 순간 해당 금융사가 속한 금융업법상 여신과 관련한 규제를 따라야 한다. 가령 저축은행이 P2P 상품에 투자하면 이는 저축은행의 여신으로 잡히기 때문에, 저축은행법에 따라 건전성 비율 등 리스크 관리 규제를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P2P 연계 대출 몫을 개별 금융업법이 규정하고 있는 ‘개인차주 동일인 여신 한도’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에도 포함해 볼 것인지의 문제들이 불거진다. 또 온투법 상에는 차입자의 정보를 투자자에게 제공하지 못하게 돼 있는데, 금융사의 입장에선 차입자의 개별 정보가 없으면 여신을 관리할 수 없게 되는 모순적인 상황도 생기게 된다. 이는 현재 P2P 연계 대출에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저축은행업권뿐만 아니라, 상호금융·여신전문금융·보험·은행업권 모두에 해당하는 문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P2P 상품에 투자하는 금융회사를 ‘투자자’로 보느냐, ‘대주’(貸主·돈을 빌려주는 사람)로 보느냐가 명확하지 않아 생긴 부분”이라며 “규제의 범위를 어디까지 적용해야 하는지, 법적으로 부딪히는 세세한 부분들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가 분명해져야 하는데, 의견 자문을 구한 로펌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릴 정도로 첨예해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만약 금융당국의 해석으로도 결론이 나지 않으면, 온투법이나 금융업법 등 관련 법을 손봐야 하는 사태가 불거질 수도 있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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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관리 핀테크 업체 뱅크샐러드가 자사 애플리케이션(앱) 내 온라인투자연계금융(옛 P2P금융) 투자 상품 중개 서비스를 잠정 중단한 모습. /박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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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 투자자 판로까지 제한… P2P 업권 ‘이중고’

지난달 27일 온투법 유예기간 종료 시점에 맞춰 저축은행 등 금융기관 투자 유치를 추진했던 온투업체들은 날벼락을 맞은 분위기다. 일부 업체는 금융당국의 판단이 명확히 나올 때까지 투자를 잠정 보류했고, 일부 업체는 금융기관 투자를 일으켜놓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P2P 업체들은 앞서 금소법 이슈와 맞물려 개인 투자자 유치도 적극적으로 할 수 없는 이중고를 겪는 상황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카카오페이·토스·핀크·뱅크샐러드 등 플랫폼의 P2P 투자 서비스를 ‘광고’가 아닌 ‘중개’ 행위로 보고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면서, 해당 서비스가 모두 중단됐기 때문이다. 신규 개인 투자자의 경우 대부분 주요 핀테크 플랫폼을 통해 유입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판로가 막힌 셈이다.

최근 금융당국의 기조가 ‘플랫폼 규제 강화’로 돌아선 가운데, 이런 영향이 P2P 플랫폼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새 금융업권을 만들어놓고서 ‘나 몰라라’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기관 투자가 막힌다면) 법 제정의 취지 자체가 유명무실해지는 셈”이라며 “신생업권으로 만들어놓고 모든 것을 막아버려 당혹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처럼 ‘중금리 대출’, ‘1.5 금융’ 공급이 온투업체의 숙명”이라며 “온투업체들이 신생 금융업권으로서의 근본 취지를 잘 살릴 수 있게끔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까지 총 32개사가 금융당국에 정식 온투업자로서 등록을 마쳤다. 온투업 중앙기록관리기관에 따르면 전날 기준 총 23곳이 1조5454억원의 대출(누적)을 시행했다.

박소정 기자(so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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