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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클래식만 틀라는 카카오택시… 기사들은 “공산국가냐” 볼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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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택시 기사들에게 운행 중에 클래식 음악만 들으라고 권고한 것을 두고 가맹 택시기사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23일 택시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올해 상반기 가맹택시를 대상으로 서비스 품질 강화 관련 권고 사항을 공지했다. 권고 내용엔 ▲차량 내외부 청결 유지 ▲불필요한 대화 자제 ▲정당하지 않은 승차거부 금지 ▲부당요금 징수 금지 등과 함께 클래식 음악도 포함돼 있었다. 국토교통부와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전국 가맹택시 10대 중 7대는 카카오 소속이다.

조선비즈

지난 14일 서울 시내를 운행 중인 카카오택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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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모빌리티의 ‘클래식 음악’ 지침에 택시기사들은 “카카오가 선을 넘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카카오블루 택시를 2년간 운영했다는 A(70)씨는 “하루 평균 근무 시간이 10~12시간에 이르는데, 승객들에게 노래를 틀어도 되는지 먼저 양해를 구하는 편”이라며 “라디오나 가요를 틀어 달라고 한 승객은 있어도 클래식 음악을 틀어달라고 부탁한 손님은 여지껏 한 명도 없었다”고 했다.

하루에 8시간을 택시 안에서 보낸다는 기사 B씨도 “처음에는 시사 토론 프로그램을 듣지 말라고 하더니 이젠 틀 수 있는 노래도 회사가 정하려고 한다”며 “공산주의 국가도 아니고, 택시 안에서 듣고 싶은 채널을 못 듣는 건 말도 안 된다”고 했다.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관계자는 ‘시대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택시업계에 종사하는 대부분 이들은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라며 “승차 거부 금지나 승객들에게 친절히 대하라는 요구는 이해할 수 있지만 ‘라디오 채널 통제권’까지 넘기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했다.

택시기사들은 불이익이 두려워 카카오모빌리티에 항의도 하지 못한다고 했다. 권고사항에 불과하더라도 회사 측의 요구를 따르지 않으면 배차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B씨는 “용기를 내서 항의한다고 해도 내 신상정보가 카카오 측에 있는 만큼 어떻게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겠냐”며 “택시 배차 등에 불이익을 준다면 영업에 큰 타격을 입지 않겠냐”고 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해당 조치가 권고 사항일 뿐 강제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승객들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방침일 뿐”이라며 “기사님들이 클래식 음악을 틀어 놓는지 일일이 확인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택시기사들에게 불이익을 주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는 “클래식 음악 관련해서 고객들의 민원이 들어오면 해당 기사에게 시정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실제 불이익으로 이어진 경우는 없다”고 했다. 이어 “조만간 협의체를 구성해 기사님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은영 기자(eunyoung@chosunbiz.com);이정수 기자(essenc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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