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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테스형’ 이어 ‘뉴 심수봉’…내년엔 누구와 위로 나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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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한가위 대기획’ 작년 이어 올해도 화제

심수봉 단독쇼 추석특집 시청률 1위


한겨레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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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만에 티브이(TV)에서 단독쇼를 선보인 심수봉은 공연이 끝난 뒤 대기실에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어떤 의미였을까? 심수봉의 단독쇼를 연출한 이태헌 피디는 22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렇게 짐작했다. “시청자를 위로하고 싶었는데 오히려 선생님이 위로받은 느낌, 뭔가 벅찬 감정이셨던 것 같아요.”

지난 19일 방영한 <2021 한가위 대기획 피어나라 대한민국, 심수봉>(한국방송2)에서 심수봉은 감미롭고 따뜻한 목소리로 팬데믹 상황에서 두 번째 한가위를 맞는 시청자들을 보듬었다. <…피어나라 대한민국, 심수봉>은 지난해 <한국방송2>(KBS2)이 선보인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시청률 29%)에 이은 두 번째 기획이다. 지난해 나훈아가 15년 만에 티브이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특유의 역동적인 느낌, 시대와 국가를 연관 짓는 강한 발언 등으로 시청률 29%를 기록하며 ‘테스형!’ 시대를 열었다.

심수봉은 그에 견줘 분위기는 잔잔했지만, 따뜻한 감성과 시대 흐름을 담은 서사적인 노랫말 등으로 편안한 느낌을 주며 시청자의 가슴에 스며들었다. 평균 시청률 11.8%(닐슨코리아 집계)로 이번 한가위 특집 프로그램 중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특집 영화를 포함해도 <미나리>(12.6%)에 이어 전체 2위다.

이태헌 피디는 “지난해 나훈아 선생님은 ‘나만 믿고 따라와라’ 같은 느낌이었다면 올해는 ‘우리 잘 해나가고 있잖아’, ‘다 잘 될 거야’처럼 따뜻하게 안아주는 느낌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삼고초려를 했다. 이태헌 피디는 “처음에는 단독 티브이쇼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며 고사하셨다”고 말했다. 지난해 ‘나훈아 편’이 엄청난 화제를 모았던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지난 4~5월부터 약 한두 달 정도 설득과정을 거쳤다. 이태헌 피디는 “지난해와 다른 분위기이고, 선생님 무대를 기존과 다른 분위기로 재해석해 선보이고 싶다. 시청자들이 선생님을 새롭게 느끼며 에너지를 얻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피어나라, 대한민국 심수봉>은 심수봉의 노래를 듣는 것만큼 새로운 심수봉을 보는 재미가 컸다. 올해 콘셉트는 ‘뉴 심수봉을 보여주자’였다. 웅장하고 화려하고 큰 무대부터 달랐다. 이태헌 피디는 “아마 선생님이 그동안 선 무대 중에서 가장 클 것이다. 선생님도 깜짝 놀라셨다”고 말했다. 심수봉은 청바지를 입고, 드럼을 치고, 춤도 췄다. 제작진이 제안했다. 처음에는 자신 없어 하던 심수봉도 결국 “시청자들이 즐거워할 것”이라는 제작진의 설득에 넘어갔다. 이태헌 피디는 “하지만 탱고를 추는 부분에서 애초 남성 댄서가 빨간 손수건을 주고 선생님께 다가간 뒤 도는 장면은, 도저히 못 하겠다고 하셔서 남성 댄서가 구애하는 느낌으로 바꿨다”며 말했다.

포르테 디 콰트로와 ‘나의 신부여’, 잔나비 최정훈과 ‘여자이니까’, 양동근과 ‘유’, ‘후회’, 씨엔블루 정용화와 ‘비나리’를 부르는 등 후배 가수들과 함께하는 무대도 눈길을 끌었다. 제작진의 구상이다.

한겨레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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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심수봉’으로 시청자들에게 잠시나마 에너지를 주고 싶다던 제작진의 바람은 통했다. 데뷔한 지 43년 된 가수도 이렇게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걸 보며 시청자들은 “나도 힘을 내야겠다”고 말한다. 새로운 시도를 한 심수봉이 더 큰 에너지를 받았다. 비대면 공연을 처음 접하며 화면 속 관객 1000명과 만난 그는 직접 마주하지 않는데도 환호하는 느낌이 너무 생생해 신나게 노래했다고 한다. 19일 본방송이 끝난 뒤 그는 이태헌 피디에게 전화를 걸었다. “너무 감사하다”고.

심수봉은 이날 메들리를 제외하고 총 21곡을 불렀다. ‘그때 그 사람’, ‘사랑밖엔 난 몰라’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백만송이 장미’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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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선보인 ‘나훈아’편. 한국방송 제공


지난해 나훈아에 이어 올해 심수봉으로 이어진 <한가위 대기획>은 어느새 <한국방송>의 한가위 상징으로 떠올랐다. 내년에는 어떤 가수가 또 어떤 무대를 꾸밀까 벌써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도 명절의 의미와도 잘 맞다. 우리 음악사에 큰길을 닦았던 가수들과 그들의 노래를 잊지 않고 다시 소개한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다. 이태헌 피디는 “옛날 노래를 모르는 이들도 부모와 함께 듣는 맛이 있고, 어른들은 예전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가족이 같이 봐도 무리 없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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