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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금리 오르면 어쩌죠" 빚투, 영끌에 날렸다…20대 '마통'만 2조500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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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말 기준 20대 대출 잔액 2조5787억원

지난 3년6개월 동안 38% 증가

'빚투', '영끌' 열풍이 위기 키워

대출 규제 강화되면 20대 생활고 커질 위험

전문가 "속도 조절해 시장 불안감 최소화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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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2일 오후 서울 시내에 카드 대출 광고 전단지가 붙어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계 없음.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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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20대 청년들의 대출 잔액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줄파산' 가능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해 청년층 사이에서 유행했던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등 고위험 투자 열풍이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더해 최근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강조, 매파 발언을 이어가면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소득·자산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아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20대는 대출규제 강화, 금리 인상에 따른 체감 피해가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신중하고 일관적인 정책을 통해 대출 실수요자들의 피해를 줄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원회(정무위) 소속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20대의 대출 잔액은 2조5787억원으로 집계됐다.

20대의 대출 잔액은 최근 수년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17년 기준 1조8681억원에서 3년6개월 동안 38% 증가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지난해에만 5000억원 가까이 폭증하기도 했다.

빚이 계속 늘어나다 보니 청년층은 소위 '카드론(카드대출)'으로 몰리기도 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카드론 대출 잔액은 총 112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15억원(15.5%) 늘어 증가폭이 가장 컸다. 카드론은 시중 은행에 비해 대출 절차가 간편하지만, 대신 금리는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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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서울시내 한 은행에 내걸린 대출 등 은행 금융상품 광고판 앞을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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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주식 등에 투자하는 '빚투', '영끌' 열풍이 '빚폭탄'의 원인이 됐다는 시각이 있다. 이같은 고위험 투자법은 지난해 화제가 된 바 있는데, 특히 2030 세대 청년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이 올해 초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이후 금융투자를 개시하거나 재개한 20대 연령층 비율은 전체의 29%로 30대(20.5%), 40대(20.2%), 50대(12.6%)보다 더 높았다.

변동성이 큰 가상화폐가 투자 수단으로 주목받자 청년층이 '큰 손'으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지난 1분기(1~3월) 국내 4대 가상화폐거래소(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 투자자 현황을 보면, 신규 실명 계좌 설립자 249만5289명 중 20대 비중은 32.7%(81만6039명)로 모든 연령층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문제는 20대의 상환 능력이 다른 세대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데 있다. 사회 초년생 특성상 소득이 낮고, 쌓아둔 자산도 없기 때문이다. 한국금융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청년층의 소득 대비 부채 비중(LTI) 상승률은 약 24%포인트였다. 40대(13.3%포인트), 50대(6%포인트) 등에 비해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버는 돈에 비해 빚부담이 빠르게 늘어난다는 뜻이다.

여기에 더해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시중 금리가 오르기 시작해 본격적으로 이자가 늘어나면, 부채 비율이 높은 청년층은 다른 세대에 비해 훨씬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이자만 갚는 것조차 힘에 부치는 상황이 올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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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료를 살피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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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의 중요성을 경고하며 신용대출을 조이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고승범 신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가계부채 관리를 최우선 정책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고, 지난 10일 브리핑에서도 "과도한 가계부채 누적이 우리 경제의 잠재적 리스크 요인이 되지 않도록 선제 관리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내년까지 가계부채 증가율을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4%대로 복원하려는 목표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빚이 많은 청년들은 대출 제한 및 금리 인상에 대한 두려움을 토로했다.

20대 직장인 A 씨는 "'동학개미' 열풍 때 마통을 뚫어서 투자했다가 손실만 나서 관뒀다. 만나는 친구들마다 다 주식, 코인 이야기밖에 안 하니까 뒤처질까 불안해서 시작했다가 괜히 피해만 본 것"이라며 "지금 당장 빚도 감당하기 힘든데 앞으로 금리까지 오른다고 하니까 눈앞이 깜깜해지는 기분이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또 다른 직장인 B(29) 씨는 "월급만으로는 생활비와 집세를 다 감당하기 힘드니까 어쩔 수 없이 대출을 받는 경우도 있는데, 착실하게 산 청년들까지 벌을 받는 기분"이라며 "서민들을 위한 대출 지원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서민·금융취약계층을 고려해 유연한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고 위원장은 지난 14일 서울 중구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가계부채 관리가 강화되면서 저신용, 저소득자에게 충분한 자금 공급이 어려울 수는 있다"며 "코로나19로 민생경제의 어려움은 여전한 상황이라 서민, 취약계층이 자금 애로를 겪지 않도록 충분한 지원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신중하고 일관적인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는 긴축이나 금리 인상에 앞서 오랜 기간 시장에 경고를 해왔는데, 우리는 다소 서두르는 감이 있다"며 "속도를 조절해서 금융·통화 정책을 진행하지 않으면 사람들의 심리가 불안정해져 오히려 풍선효과 같은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 가계부채 문제 원인의 상당 부분은 부동산 가격 급등에 있는데, 주택 공급 등을 통해 부동산을 안정화하는 게 아니라 대출부터 막아버리면 실수요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며 "금융당국을 넘어 기재부, 국토교통부 등 주무부처들 간 긴밀한 협력과 조율을 통해 일관적인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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