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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권헌영의 데이터 혁신] 메타버스 성공 여부, 데이터 '선택과 집중'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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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소설에 첫 언급된 메타버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뜨거운 관심

삼성, 페이스북도 메타버스 주목

아시아경제

메타버스 열풍이 한창이다. 코로나19로 밖에 나가 친구들을 만날 수 없게 된 10대들이 발견한 메타버스 놀이터가 한국 사람들을 흥분하게 만들고 있다. 관심 없는 사람들은 온라인에 새로 나온 버스가 있나 하고 흘려 듣는 이 말이 요즘 정보기술 분야에서 가장 뜨거운 키워드가 되었다. 메타버스는 버스가 아니고 메타(meta)와 세계(universe)라는 용어를 조합한 합성어다. ‘가상세계’나 ‘가상우주’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익숙한 개념일 수 있는데 실제로 메타버스는 세상에 나온 지 30년이나 된 말이다. 1992년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 크래시가 그 시초다.

"양쪽 눈에 서로 조금씩 다른 이미지를 보여줌으로써 3차원 영상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영상을 1초에 72번 바뀌게 함으로써 그것을 동화상으로 나타낼 수 있었다…. 게다가 작은 이어폰을 통해 디지털 스테레오 음향을 집어넣게 되면…. 히로는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컴퓨터가 만들어내서 그의 고글과 이어폰에 계속 공급해주는 가상의 세계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었다. 컴퓨터 용어로는 ‘메타버스’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세상이었다."

1992년이면 아직 한국에서는 인터넷이 상용화되기 전이다. 그때는 상상에 지나지 않은 장면을 소설이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30년 전부터 상상하고 있던 가상세계를 대표하여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쉽게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드는 모양이다.

2021년 사람들의 관심사는 메타버스가 과연 돈이 될 것인가에 쏠려 있다. 메타버스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은 한국인의 추억으로 사라져간 ‘싸이월드’ 이야기를 많이 한다. 대통령과 1촌을 맺고 도토리를 화폐처럼 쓰는 가상공간의 열풍과 현재의 메타버스가 별 차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시큰둥해 하지만 만일 싸이월드처럼 새로운 플랫폼이 형성된다면 그 나름대로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의 플랫폼으로서의 가치는 인정받고 있는 셈이니까.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하는 이들은 개념적으로 새로울 것이 전혀 없다는 비판을 한다. 사이버스페이스, 가상현실 등의 기존 개념과 다를 것이 없으므로 큰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메타버스가 새로운 현상으로 인터넷 세계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들은 크게 두 가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하나는 싸이월드 시절의 이용자가 1000만명 수준이었다면 메타버스는 비교적 초창기인 현재 1억명을 넘어서고 있어 10배 이상의 시장 가치를 가졌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세계 최고의 플랫폼 기업인 페이스북이 메타버스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밝힌 것과 세계 최고의 혁신 IT 제조기업 삼성전자가 메타버스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싸이월드 시절과 비교하여 확실하게 달라진 점은 이 플랫폼이나 기술에 관한 관심이 경제의 변방이 아니라 중심부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그 기술적 가치나 사회경제적 잠재성에도 불구하고 가상화폐를 통해 변방의 혁명으로 사그라들 조짐을 보이는 점과는 다른 모습이다.

아시아경제

출처=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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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데이터 연동에 많은 제약
작은 동네·커뮤니티 구현에 그쳐
데이터 선택이 플랫폼 성공 관건


메타버스 현상을 이해하기 위하여 몇 가지 짚어 볼 지점이 있다. 첫째는 기술이다. 메타버스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은 크게 증강현실, 일상기록, 거울세계, 가상세계로 표현한다. 소설 속 설명처럼 웨어러블 컴퓨터 단말기로 고글과 이어폰은 물론 몸 속에 삽입하는 디지털칩, 최첨단 자동차, 로봇 등 다양한 기술 및 산업과 연결된다. 싸이월드와 다른 점은 가상세계에 별도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실제 세계와 똑같이 만들어지거나 실제 세계의 변화도 가상세계에 그대로 반영된다는 점이다.

심지어 디지털트윈 같은 기술은 가상세계에서의 변화를 통해 실제 세계를 통제할 수도 있다. 기술적으로는 그간 꿈만 꾸던 정보기술의 현실 구현판이다.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로봇, 6세대 통신, 빅데이터 기술이 모두 최고 수준으로 구현되어야 가능하다.

둘째는 사람이다. 현재 구현되고 있는 메타버스 서비스를 체험해 본 기성세대는 모두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불만을 갖는다. 오래 가지 못할 고객이다. 그러나 10대는 다르다. 이들은 처음부터 불완전한 캐릭터, 불완전한 가상현실, 불완전한 로봇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그걸 온라인에서 아주 어릴 적부터 익숙하게 경험했기 때문에 현재 제공하고 있는 메타버스의 서비스도 애정을 갖고 잘 쓴다. 도토리를 돈 주고 사본 경험이 없는 세대, 게임 캐릭터 때문에 엄마 카드를 몰래 써본 적이 없는 세대가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요는 메타버스 고객층이 두텁게 보강되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이 문제인데 바로 데이터가 그것이다. 전문가들은 완전 자율주행자동차나 인공지능로봇도 일부는 몰라도 완전 구현은 매우 어렵다고 말한다. 인간이 지각하는 세계의 모든 사물을 가상세계에 구현하려면 모든 사물에 대한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가상세계에 반영되어야 한다. 개념적으로나 이론적으로 가능한 것과 달리 구현은 실제 문제다. 구글 글라스도 이런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현재는 나를 대신하는 아바타, 데이터가 많이 필요하지 않은 강의실, 매우 축약된 실시간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는 작은 동네나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다.

메타버스의 성공 여부는 어떤 데이터에 기반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실제 세계와 실시간으로 연동되어 움직이는 메타버스에 어떤 데이터를 선택하고 포기할 것인가가 플랫폼의 성공을 좌우한다. 현재는 코로나19 때문에 강의실, 회사, 대권후보 홍보 행사, 학술행사 등 이벤트성 플랫폼이 매우 성황을 이루고 있지만 그걸로는 부족하다. 메타버스가 플랫폼으로 가려면 본질을 꿰뚫어 보는 혜안이 필요하다. 페이스북이나 삼성을 주목해 봐야 한다.

<권헌영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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