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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1 (일)

[현장에서]'플랜B'만 내놓는 부동산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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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의왕·군포·안산지구에서 서울 출퇴근이 가능할까요? 서남권인 구로나 가산디지털단지 또는 4호선으로 한 번에 간다는 전제 하에 사당 정도까지는 다닐 수 있겠네요. 여기에 집 짓는다고 서울 살려는 사람이 많이 내려올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군포시 부곡동 소재 A공인 대표)




지난달 30일 정부는 총 14만가구 규모의 3차 신규 공공택지를 발표했다. 그런데 이 택지들의 입지는 기존 3기신도시 6곳보다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발표 당시 현장에서 만난 공인중개사조차 서울 주택 수요를 흡수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그런데 정부는 계속해서 서울 외곽에 신도시를 만들어 주택을 공급하고, 현재의 주택 매수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사전청약 물량을 확대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이 같은 방법도 일부 효과는 있을 것이다. 다만 이념적 또는 정치적인 이유로 서울의 아파트 공급을 늘리는 ‘플랜A’를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플랜A란 서울 내의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이다. 신도시를 만들고 지리적 약점을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 등을 놓아 해결하겠다는 구상도 이미 ‘철길 따라 급등하는 집값’으로 부작용이 관측된 마당에 굳이 서울 아파트에만 성역을 둬야 하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조치를 완화해 재고 주택 공급도 원활히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아울러 재건축 규제를 완화해 서울 도심의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거듭 제안했다.

정부는 정권 초기부터 다주택자를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부동산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과도한 세금 부담과 주택 가격 급등으로 다주택자들은 매도 대신 오히려 증여를 택하거나 버티기에 들어갔다.

거래량은 줄었지만 거래가 새로 체결될 때마다 신고가를 쓰는 현상이 강남, 강북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다.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싼 빌라 등으로 매수세도 옮겨붙었다. 늘어난 보유세 부담이 전·월세 상승으로 이어지며 세입자에게 전가되기 시작했다. 시장안정을 위해 정부가 나름(?) 애를 쓰고 있지만 이래저래 지금의 부동산시장은 사실상 수습이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를 완화에 대해선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정부가 왜 이렇게까지 외골수 정책을 펴는 것일까.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전문가는 “종합부동산세 기준을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완화한 것과, 1주택자 양도세 완화안을 두고서도 여권 일각에선 ‘부자감세’라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부는 플랜B 카드를 하나 더 제시했다. ‘중대형 주거용 오피스텔’ 등 아파트 대체상품의 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시장에서 수요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그 자체로 ‘직주근접’이 가능한 서울 아파트의 공급이다. 정부와 여권 인사들조차 지방 아파트는 팔아도 끝내 서울 아파트 1채만큼은 남겨두지 않았던가. 플랜A는 등 뒤로 감추고 플랜B만 내미는 것 또한 ‘내로남불’ 아닐까.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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