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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연료비 급등에 전기료 인상…상승 압박에 앞으로도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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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8년만에 전기료 인상

원가 상승분 충분히 반영 안돼…연료비 급등·탈원전에 추가 인상 불가피

연말 체감물가도 더 치솟을 듯

아시아경제

[세종=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권해영 기자, 주상돈 기자]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전격 단행한 것은 국제연료가격 상승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확대된 탈석탄, 탈원전, 신재생에너지 정책도 전력생산단가에 영향을 주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전기요금 인상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력용 석탄가격 126% 급등=한전은 23일 발표한 4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산정 내역에서 전기요금에 반영될 6~8월 실적연료비 가격이 올랐다고 밝혔다. 유연탄은 세후 평균 ㎏당 151.13원, LNG와 BC유는 ㎏당 각각 601.54원과 574.4원이었다. 이는 직전 3개월(3~5월) 대비 10.2~22.6% 오른 수준이다.

유가 상승도 예상보다 가팔랐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22일 기준 t당 73.3달러로 연초 대비 39.5% 상승했다. 특히 전력용 석탄 가격은 지난 17일 기준 t당 182.6달러로 같은 기간 126.05% 급등해 역대 최고 수준인 2008년 7월 194.79달러에 육박했다.

그러나 이번 전기요금 인상에도 연료비 조정단가가 분기당 최대 3원으로 제한돼 있어, 전력생산원가 상승분을 전기요금에 충분히 반영하지는 못했다. 여기에 글로벌 이상기후에 따른 난방 수요 증가로 올 겨울 가격 폭등까지 예상되는 등 연료비 상승 추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한전의 재무 부담도 지속 확대될 전망이다. 한전은 전기요금에 전력생산원가 상승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서 내부적으로 올해 연결 기준 3조849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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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더 큰 문제는 전력시장의 구조적 변화다. 탈(脫)원전·석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 에너지전환 정책의 급속화가 '전기요금 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앞서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가 지난달 5일 공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50년까지 원전비중을 최대 6.1%까지 줄여야 한다. 탄소 순배출량(총배출량-상쇄량)이 '제로(0)'인 3안과 달리 각각 2540만t, 1870t인 1·2안 조차도 원전 발전 비중은 7.2%에 불과하다. 반면 재생에너지 비중은 2050년까지 56.6~70.8%로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원전과 석탄 등보다 발전단가가 비싼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하는 셈인데 이 경우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이번 4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향후 전기료 인상의 신호탄으로 봤다. 정 교수는 "향후 적어도 10여년간은 코로나19 이후의 경기 활성화에 따라 화석연료 수요가 늘고 이는 전기요금 인상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요금 줄인상 불가피=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연말 체감물가는 더욱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수도·가스와 같은 공과금은 장기간 동결되며 물가 상승세를 저지했던 품목으로 꼽혀왔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통계청이 물가 동향을 확인하기 위해 매달 조사하는 품목(성질별) 중 공공요금 관련 상품은 유일하게 지수가 100을 밑돌아 왔다. 지난달 초 발표된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서 전기·수도·가스 상품지수는 79.90(기준연도 2015=100)로 전체 상품과 서비스 가운데 최저치를 나타냈다. 반면 농축수산물지수(130.69)와 공업제품지수(105.04)는 전년 대비 7.8%, 3.2% 오르며 물가상승세를 견인했다.

도시가스 요금도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들어 국제 천연가스 요금이 뛰는 등 요금 인상 요인이 발생한 상황이지만, 국내 도시가스 요금은 작년 7월 평균 13.1% 인하된 이후 15개월째 동결중이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단기간 내에 풀리는 유동성도 물가 상승 요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전 국민의 88%를 대상으로 정부가 지급하기로 했던 코로나19 재난지원금 대상이 이의신청에 따라 당초 예상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데다가, 각 지방정부가 경기도에 이어 '100% 지급'에 속속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4분기에는 소비진작을 위한 정부의 상생소비지원금(카드 캐시백) 사업도 추진된다. 이 사업은 10~11월 두 달간 월평균 카드사용액이 앞선 4~6월보다 3% 이상 많으면 증가액의 10%를 현금처럼 사용 가능한 카드 포인트로 돌려주는 것이 골자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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