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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상생안 꺼내든 카카오, 모빌리티 ‘돈줄’ 대리운전은 쏙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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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카카오모빌리티의 대리운전 중개 서비스 '카카오T대리'. /카카오모빌리티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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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카카오가 일부 사업을 철수·축소하는 상생 계획을 발표했지만 골목상권 침투 논란의 대표 사례인 대리운전 사업과 관련한 약속은 빠져 업계 반발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대리운전이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카카오가 대리운전 사업을 쉽게 양보하지 못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 점유율 80% 택시보다 돈 잘 버는 10%대 대리운전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 14일 상생안의 하나로 대리기사 중개 수수료를 인하하겠다고 발표했다. 골목상권 갈등으로 비화한 전화콜(전화 호출) 대리운전 사업과 관련한 약속은 없이, 갈등과 무관한 수수료 인하 카드 하나만 제시한 것이다. 이마저도 대리운전 업체들은 카카오가 상생을 가장해 오히려 저렴한 수수료 경쟁력으로 시장을 장악하려 한다고 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카카오는 “대리운전 사업자들과의 논의 채널에서도 더 적극적으로 상생안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밝혔지만, 현재 전화콜 사업을 철수 또는 축소하라는 요구엔 응하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선 카카오모빌리티가 갈등을 감수하고서라도 시장 지배력을 키우려는 이유는 IPO에 앞서 확실한 캐시카우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관련기사: 골목상권 규제 기로에 선 카카오, 전화콜 대리운전 철수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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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은 지난 4년간 카카오모빌리티의 연간 매출에서 택시보다 대리운전 사업의 매출 비중이 더 컸던 것으로 추정했다. /삼성증권 보고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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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이 지난 6월 낸 보고서를 보면 지난 4년간(2017~2020년) 카카오모빌리티의 사업별 매출 비중은 택시보다 대리운전 사업이 더 컸다. 시장 80%를 장악한 택시보다 10%대 점유율의 대리운전 사업에서 더 많은 매출을 올렸다는 것이다. 삼성증권은 “카카오 대리운전은 점유율을 확대하며 지속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내다봤다. 이 분석대로라면 카카오모빌리티 입장에선 수익성 확보를 위해 대리운전 사업을 키우는 게 최선의 판단이다.

업계 관행에 따라 사업자는 대리운전 기사로부터 수입의 20%를 중개 수수료로 챙길 수 있다. 반면 택시 중개 서비스에선 일부 유료 부가 기능 외 마땅한 수익 모델이 없다. 전국 택시기사 25만명 가운데 23만명이 카카오T 애플리케이션(앱)에 가입했지만, 카카오는 이들에게 일절 중개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다. 택시가 주력인 카카오모빌리티는 4년 연속 적자를 냈다. 지난해엔 매출이 2800억원으로 전년(2019년)보다 167% 증가했지만 12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 택시 사업 한 발 더 후퇴… 대리운전 확장 불가피

이번 상생안 발표로 택시 사업의 수익성은 더 악화될 전망이다. 최근 일방적 요금 인상 논란을 빚은 스마트호출은 전면 폐지된다. 스마트호출은 이용자가 0~2000원의 추가 요금을 내면 우선 배차 혜택을 주는 유료 기능으로, 카카오와 택시기사가 추가 요금을 4:6으로 나눠 갖는다.

택시기사 단체들로부터 ‘사실상 카카오T의 유료화 전환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은 프로멤버십 요금도 월 9만9000원에서 3만9000원으로 60% 인하한다. 프로멤버십은 택시기사 전용 유료 서비스로, 원하는 목적지 주변의 호출을 미가입 기사보다 더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목적지 부스터’ 기능을 제공한다.

카카오엔 확실한 수익원인 대리운전 사업의 확장이 불가피해졌다. 실제로 카카오는 올해 하반기 기존 카카오T 애플리케이션(앱) 호출을 넘어 전화콜 시장으로의 진출을 통해 본격적인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6년 대리운전 중개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3000여곳의 전화콜 업체들이 가진 80%대 시장 점유율을 여전히 가져오지 못하고 있다. 주요 고객층이 전화 호출을 애용하는 취객인 덕분에 전화콜 업체들이 카카오에 맞서 어느 정도 경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는 지난 7월 전화콜 1위 서비스 ‘1577 대리운전’의 운영사 ‘코리아드라이브’의 지분을 인수하고 합작사 ‘케이드라이브’를 설립, 서비스를 넘겨받아 직접 운영을 시작했다. 국내 2위 프로그램사(전화콜 업체들로부터 호출을 넘겨받아 승객 주변 지역의 기사에게 전달해주는 업체) CMNP도 인수, 앱 이용 기사에게 월 2만2000원의 프로그램비를 받고 전화콜을 공유해주는 ‘제휴콜’ 서비스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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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가 5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산림비전센터 5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카카오의 대리운전 전화콜 시장 진출 행위를 규탄했다. /김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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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화콜 철수하라”… 골목상권 갈등 ‘먹구름’

전화콜 업체들을 대표하는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는 지난 3일 열린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관련 동반성장위원회 2차 간담회에서 카카오 측에 전화콜 사업 철수 또는 하루 영업량 제한을 요구했다. 카카오는 아직 논의 중으로 요구 수용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이고, 대신 지난 14일 중개 수수료율을 기존 20%에서 수요·공급에 따라 0~20%의 변동 수수료율로 바꾸는 방식으로 인하하겠다는 상생 계획만을 발표했다.

전화콜 업체들의 반발은 오히려 거세졌다. 전화콜 업체들은 카카오와 사업 구조가 다르지만 똑같은 20%(전화콜 업체 15%·프로그램사 5%)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는데, 카카오가 더 저렴한 수수료로 호출을 끌어모음으로써 상생이 아니라 오히려 시장 지배를 노린다는 것이다.

연합회는 중소 규모의 전화콜 업체들이 20% 수수료를 받아도 다른 비용 탓에 이익은 전체 수익의 2~3%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카카오와 수수료 인하 경쟁을 펼치는 건 불가능해 꼼짝없이 고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티맵모빌리티 역시 20% 수수료율(첫 3개월은 0%)을 적용하고 있는데, 관계자는 카카오의 결정이 시장 점유율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카카오가 캐시카우인 대리운전과 관련한 추가 상생안을 낼지 미지수인 상황에서 양측 갈등의 골은 당분간 계속 깊어질 전망이다. 연합회는 오는 30일 또 한 번의 동반위 간담회에서도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현재 진행 중인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절차에 더해, ‘중소기업중앙회 사업조정’이란 추가 대응 카드를 꺼내 들겠다는 방침이다. 중소기업중앙회 사업조정은 대기업의 진출로 상당수 중소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 정부가 대기업에 일정기간 사업 연기나 축소를 권고하는 제도다.

김윤수 기자(kysm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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