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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치사율 높아 코로나보다 무서워”…니파 바이러스, 대유행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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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휩쓸고 간 인도 서남부 케랄라 주서 치명적 바이러스 발생

12세 소년 감염돼 사망…가족·의료진 등 접촉자 241명 추적 감시 중

치사률 75%나…사람·동물 모두 감염될 수 있는 ‘인수 공통 감염병’

전문가들 “코로나19처럼 국제 전염병 될 가능성 높아 예의주시해야”

세계일보

지난 5일(현지시간) 인도 남부 케랄라주 코지코드에서 방역복을 입은 인부들이 뇌염을 유발하는 전염병 니파 바이러스로 사망한 모하메드 하심(12)의 시신을 화장하기 위해 이송하고 있다. 코지코드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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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휩쓸었던 인도에서 치사율이 최대 75%에 달하는 ‘니파 바이러스’(Nipah Virus)가 강력한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니파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병은 사람과 동물이 모두 감염될 수 있는 인수공통 감염병이다.

전문가들은 니파 바이러스가 코로나19와 유사한 세계적인 문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타임스오브인디아(TOI)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5일(현지시간) 인도 서남부 케랄라 주에서 니파 바이러스에 감염된 12세 소년 모하메드 하심이 병원에 입원한 지 1주일 만에 사망했다.

하심은 고열과 뇌염 증상으로 병원에 입원했는데, 니파 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됐다.

이후 인도 방역 당국에는 비상이 걸렸다. 치명률이 75%에 이르는 무서운 바이러스가 수년만에 다시 찾아왔기 때문이다.

방역 당국은 처음에는 소년과 접촉했던 188명의 신원을 확인하고 그중 20명을 밀접접촉자로 분류하고 격리했다. 이들 중 일부는 음성으로 판명됐지만, 소년과 접촉한 최소 2명의 의료인이 증세를 보이며 병원에 입원했다. 그 후 정부는 소년의 집에서 반경 3.2㎞를 봉쇄하고 조사했다.

지난주 미국 공영라디오방송 ‘NPR’의 보도에 따르면 접촉자 수는 더 늘어나 가족 30명과 친구, 의료인을 포함해 251명이 격리됐다. 이 가운데 129명이 의료진이었다. 이후 밀접 접촉자들의 감염 여부를 조사했지만 다행히 음성으로 나왔다.

하지만 소년이 어떻게 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병원 당국자들은 소년이 실려왔을 때는 너무 상태가 안 좋아서 무엇을 먹었는지 말하지 못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현재까지 박쥐의 침이나 배설물에 오염된 음식 또는 과일을 가장 유력한 감염 원인으로 보고 있다.

한때 현지 언론은 소년이 그의 집 주변에서 자라는 열대 과일인 ‘람부탄’을 먹다가 니파에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후 케랄라 주에서 람부탄의 판매량은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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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파 바이러스 숙주로 추정되는 과일 박쥐.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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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과일이 이 질병의 원인이라고 보는 것은 단순한 추측일 뿐 증거가 없다고 말한다.

가장 최근에 케랄라 주에서 니파 바이러스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2018년이다. 당시 19명이 감염됐는데 17명이 사망했다. 2019년에도 23세 남성 한 명이 감염됐지만 재빨리 격리된 덕에 더 퍼지지 않았고 환자도 살아남았다.

니파 바이러스가 지난 1999년 말레이시아에서 처음 나타났을 때는 감염된 약 300명 중 1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처럼 높은 치명률에 세계보건기구(WHO)는 니파 바이러스를 ‘우려 바이러스’(VOC)로 지정했다.

니파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병은 사람과 동물이 모두 감염될 수 있는 인수공통 감염병으로, 과일 박쥐가 중간숙주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과일 박쥐가 좋아하는 대추야자 즙을 빨아먹고 이를 다시 인간이 채취해 먹거나 즙을 내 먹으면서 전파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WHO도 인도와 방글라데시에서의 니파 바이러스는 이 음료가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니파 바이러스는 치명률이 높은 대신 전파력은 아직 낮다. 간혹 많은 사람들을 감염시키는 슈퍼전파자가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평균 전염력은 한 사람이 다른 한 명도 채 전염시키지 못한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진화하고 돌연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에 니파 바이러스가 코로나19처럼 크게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감염병 학자인 스테판 루비 박사는 인간을 전염시킨 순간 바이러스는 이 인간에 적응해 살 것인가 다른 곳으로 옮겨갈 것인가를 선택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과정을 거치며 바이러스의 전파력은 점점 좋아진다는 것이다.

니파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이나 치료약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니파 바이러스가 국제 무역, 세계 여행, 그리고 박쥐가 새로운 서식지를 찾게 하는 기후 변화 때문에 인도 등의 일부 국가를 벗어나 코로나19와 유사한 세계적인 문제로 떠오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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