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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헝다 파산설이 한국 증시에 미칠 영향은?…“내년 상반기까지 지수 발목 잡을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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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그룹(에버그란데)의 부도설이 확산하는 가운데 금융투자업계는 헝다 쇼크가 국내 증시에 미칠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헝다 쇼크가 국내 증시와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모니터링 강화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중국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이머징 마켓(신흥국 시장) 전반으로 퍼질 경우 국내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중국 경기 둔화와 외국인 수급 악화 등으로 길게는 내년 상반기까지 한국 증시의 발목을 잡는 변수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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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 위기에 몰린 중국의 대형 민영 부동산 재벌기업인 헝다(恒大·에버그란데)그룹의 선전 본사 사옥. /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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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다는 대출에 의지해 부동산 사업을 하다 중국 정부가 급등한 집값을 잡기 위해 부동산 관련 대출 회수에 나서면서 자금난에 빠졌다. 23일 1400억원에 달하는 채권 이자를 지급해야 하고, 오는 29일에도 채권 이자 562억원(4750만달러)을 지급해야 한다. 또 은행 등 금융사에서 빌린 돈 105조원(5718억위안) 중 절반 가까이를 올해 안에 갚아야 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는 국내 증시와 금융 시장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휴일이던 지난 22일 금융감독원과 헝다 관련 동향 점검 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서 고 위원장은 “현재로서는 헝다그룹 문제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것이 다수의 전문가들의 견해”라면서도 “미국 FOMC 회의 등 글로벌 긴축기조 움직임과 함께 과열된 글로벌 자산 시장이 조정되는 과정에서 관련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는 만큼, 관련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국 정부에서 어떤 액션을 취할지 아직 불확실하기 때문에 헝다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예측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박 팀장은 “개별 기업의 문제이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모두 막을 수는 없을 것이고 (채무 불이행) 이벤트가 발생하는 것은 기정사실이 될 것”이라면서 “이게 글로벌 자금 경색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냐가 관건인데 그 부분은 어느 정도 차단이 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이런 기대도 확실한 것은 아니라 시장의 불확실성이 큰 상태”라고 했다.

박 팀장은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헝다 리스크가 미국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했고 이런 영향으로 현재 한국 증시의 낙폭도 제한적인 상태”라며 “좀 더 중국 정부의 대응 방안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헝다 쇼크가 우리나라 시장에 눈에 띄게 패닉을 발생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올해와 내년 상반기까지 영향이 이어지며 지수가 올라갈 때마다 발목을 잡는다거나 조정(하락) 국면의 빌미를 제공하는 형태로 영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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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실시간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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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다 쇼크로 인한 원화 가치 하락도 국내 증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국내 증시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할 때 환차손이 발생해 외국인들이 투자금 규모를 줄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코스피 지수가 외국인 투자자의 수급 요인에 큰 영향을 받는 상황이기 때문에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헝다 쇼크가 외국인들의 자금 흐름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외국인은 지난달 (8월 1~31일) 유가증권 시장에서만 6조2566억원을 순매도했지만 이달 들어 17일까지 7715억원을 순매수하며 순매수세로 돌아선 상태다. 그러나 헝다그룹이 실제 채무 불이행에 빠질 경우 외국인들이 중국은 물론 같은 이머징 마켓인 한국 증시에서도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헝다 채무불이행 리스크 확대에 예민하게 반응한 것은 원화였다”며 “가뜩이나 약세압력을 받고 있던 원·달러 환율은 다시 한번 1180원선을 넘어섰다. 원·달러 환율은 오버슈팅(과도한 상승) 구간에서 불확실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팀장은 “원화 약세 압력 확대와 위험자산 선호심리 후퇴는 단기 수급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코스피 200일 이동평균선(3110선) 지지력 테스트 또는 일시적인 하향이탈 가능성은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으로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 수급이 악화할 수 있고 이런 영향 때문에 코스피 지수가 단기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용택 센터장은 “헝다 사태와 관련해서 외국인의 자금 흐름이 어떻게 변하는지가 중요하다”며 “헝다그룹이 부채를 통해 외형을 성장하는 중국 경제의 압축적 모습인데 이번 헝다 사태는 이 모델이 한계에 왔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고 전반적으로 외국인의 중국에 대한 투자 매력이 줄어들 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센터장은 “전반적인 신흥국 시장에 대한 매력이 줄어들어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는 모습으로 나타날지 아니면 중국에서 자금을 빼서 우리나라로 들어와 오히려 국내 증시 수급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부동산 경기 둔화 등이 금융시장에 직격탄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필상 서울대 특임교수는 페이스북에 “헝다그룹 사태가 국제금융위기를 부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주요 국제 금융회사들의 헝다그룹 채권 보유가 거의 없고 중국의 국제금융 연관도가 낮다”면서도 “그러나 더 큰 위험요인이 있다. 바로 코로나 19 팽창정책으로 부풀대로 부푼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꺼뜨리는 신호탄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이어 “특히 미국이 양적 완화 축소를 본격화할 경우 세계 경제는 리먼사태 이상의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 거품 붕괴와 미국의 긴축적 통화정책이 맞물려 세계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정해용 기자(jh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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