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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與 부대변인 개그맨에 욕설…정치 이슈로 번진 유튜버간 저격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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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헌기 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 연합뉴스



정치 유튜버간 욕설 논란이 정치권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4일 개그맨 윤정섭씨에게 전화를 걸어 욕설을 한 사람이 하헌기 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상근 부대변인)으로 뒤늦게 알려진 탓이다. 하 대변인은 당시 “너 시X 새X야. 패배자 새X야” 등의 욕설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야권에선 “즉각 출당하라”(김인규 윤석열 캠프 부대변인)며 민주당을 향해 날을 세우고 있다.

둘은 각각 여당의 청년대변인, 개그맨으로 보도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유튜버로서의 정체성이 더 강하다. 하 대변인은 지난 6월까지 보수 유튜버발 가짜뉴스를 팩트체크하는 콘셉트의 유튜브 채널 ‘헬마우스’를 운영했었다. 반면 윤씨는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 ‘캡틴TV’ 운영자이자, 국민의힘에서 당직(부산시당 청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인물이다.

22일 통화한 하 대변인과 윤씨는 욕설 논란의 배경을 두고는 정반대 입장을 냈다. “욕설을 한 건 부적절했지만, ‘여당 대변인이 개그맨에게 다짜고짜 욕을 했다’는 건 맥락이 누락된 얘기다. 맥락을 보면 그 쪽 잘못이 더 크다”(하 대변인) “하 대변인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윤씨)며 정반대 해석을 내놨다. 이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욕설 도화선 된 하헌기 칼럼 논쟁



‘욕설 통화’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된 건 하 대변인이 지난달 한 언론에 기고한 칼럼이다. 그는 당시 ‘극우 유튜버의 구속, 왜 유튜브는 가만히 있을까’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문제 사례 중 하나로 ‘크로커다일 남자훈련소’ 채널 운영자 최일환씨를 언급했다. 최씨는 기타리스트 신대철씨가 정치권과의 유착관계를 통해 음악시장에서 각종 특혜를 봤다는 의혹을 제기하다 신씨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상태다.

그러자 욕설 통화 하루 전인 지난 3일, 윤씨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최씨에 대한 반감을 가진 하 대변인이 친한 언론사를 이용해 사적 앙갚음을 했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아직 구속 상태도 아닌 최씨 사진을 칼럼의 대표 사진으로 내걸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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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헌기 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이 전화로 욕설을 한 상대인 개그맨이자 유튜브 ‘캡틴TV’ 운영자 윤정섭씨. 하 대변인이 욕설을 한 이유에 대해 “(윤씨로부터) 스토킹 수준의 괴롭힘을 당했다”고 해명하자, 윤씨는 22일 영상에서 “불리해지니까 피해자 코스프레 한다”고 비난했다.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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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일환씨에 대한 사적 감정을 담아 칼럼을 쓴 게 아닌가

A 하헌기: “크로커다일(최일환)은 지금 명예훼손죄로 여러 사람에게 고소·고발이 돼 있다. 나에 대해서도 내가 공저한 책 『추월의 시대』를 대필했다는 가짜뉴스를 담은 영상을 올려서 명예훼손죄로 고소할 예정이다. 나는 칼럼에서 (최씨 사례를 통해) 근거를 확보하지 않고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명예훼손이 될 수 있고, 유튜브가 이를 제재해야 된다는 주장을 폈을 뿐이다. 최씨 사진을 넣은 건 내가 아니라 언론사가 데스킹 과정에서 넣은 것이다.”

A 윤정섭: “‘극우 유튜버의 구속’이라는 글을 쓰면서 사적인 앙금 때문에 구속당하지도 않은 최씨를 언급하고, 최씨 사진을 메인에 박아놨다. ‘헬마우스’ 채널은 이전부터 정치 성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좌표 찍기’를 하고 ‘극우몰이’를 해왔다. 그걸 비판하자 약이 올랐던 것 같다.”



10월부터 시작된 악연…욕설로 폭발했나



지난해 10월 이후 1년 가까이 지속된 두 사람의 악연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양측 모두 과거부터 이어져온 갈등을 거론했다.

갈등의 불씨는 윤씨가 지난해 10월 자신의 채널에 ‘호남 민심’을 주제로 올린 영상이었다. 윤씨는 영상에서 국민의힘이 향후 총선에서 호남 출신을 비례대표 당선권 20번 내에 25% 배치하기로 결정한 것을 거론하며 “(전라도를) 차별해선 안 되지만 특권을 줘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헬마우스’는 윤씨를 겨냥한 영상을 올려 “(윤씨가) 말로는 전라도 혐오를 하지 말자면서 ‘일베식’ 호남 혐오 맥락을 계속해서 소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를 계기로 종종 통화를 통해 설전을 주고받았다는 게 양측의 공통된 설명이다. 그러나 내용을 두고는 “스토킹에 가까운 행위가 지속됐다”(하헌기) “하 대변인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윤정섭)며 정반대 해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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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헌기 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좌)은 지난해 11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 ‘헬마우스’에서 진행한 실시간 방송에서 ‘캡틴TV’ 윤정섭씨와 전화로 토론을 벌였다.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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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스토킹에 가까운 행위 때문에 욕설을 했다는 의미는

A 하헌기: “전화 통화로 몇 번 토론을 했는데,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윤씨가 카카오톡 등으로 메시지를 보내거나, 유튜브 생방송 중에 갑자기 전화를 걸었다. 정상적인 비판이 아니라 사실상 스토킹에 가까운 행위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욕설을 한 날도 윤씨가 먼저 ‘패배자’, ‘루저’ 등의 메시지를 보내서 통화에서 그대로 돌려준 것이다. 결과적으로 부적절한 대응이지만, 윤씨 잘못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A 윤정섭: “피해자 코스프레다. 애초에 ‘헬마우스’가 5·18 유공자 관련 영상에서 내가 한 말의 앞뒤를 전부 자른 채 저격을 시작했고, 전화도 본인들이 먼저 걸었다. 그 이후에 내가 두 번 정도 전화를 하고, 문자를 한번 보낸 적은 있지만 ‘스토킹’이란 건 말도 안 된다.

하 대변인은 향후 자신의 거취에 대해 “억울한 부분이 있지만, 내 개인 억울함보다 당의 입장을 당연히 생각해야 한다. 다만, 현재 나온 보도와 사실관계가 다른 부분에 대해선 언론에 해명을 전달하는 식으로 소명하려 한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하 대변인 문제와 관련, “연휴 중인데다 대표가 해외에 있어 논의를 충분히 해보지 못했다. 조만간 논의를 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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