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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16일간 640km 뛰었다고? 에어팟 하나에 명문대 뒤집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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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명문 사립대 학생회가 주최한 행사가 공정성 시비에 휩싸이면서 대학이 발칵 뒤집혔다. 대학생들에게 인기가 있는 ‘무선 이어폰’ 등이 상품으로 걸린 ‘조촐한’ 행사는 학내 커뮤니티가 한때 다운될 정도의 격한 논란에 휩싸였다.

사건의 출발점은 지난달 이 대학 학생회가 주최한 ‘비대면 마라톤 챌린지’였다. 달리기 앱을 이용해 16일간 걷거나 달린 기록을 인증하는 행사였다. 학생회비를 낸 단과대 학생만 참여할 수 있었고, 시가 30만원 대의 무선 이어폰과 에어프라이어 등이 상품으로 걸렸다.
중앙일보

한 사립대의 단과대에서 발표한 '비대면 마라톤 기록'. 참가자는 달리기 앱을 이용해 16일간 뛰거나 걸은 거리를 인증했다. [학생회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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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은 학생회가 최종 기록과 수상자 명단을 공개하면서 터졌다. 공개된 결과에 따르면 1위 기록은 약 641km, 2위 기록은 624km, 3위는 333km였다. 1위와 2위의 기록은 16일간 하루도 빠짐없이 마라톤 풀 코스(42.195km)에 가까운 거리를 뛰거나 걸어야 가능한 것이었다. 이에 인증에 사용된 앱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기록 측정 기능을 켜놓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식으로 거리를 부풀리거나 거리·속도 등을 임의로 설정할 수 있는 점을 악용했다는 주장이었다.

여기에 1위를 차지한 학생이 단과대 학생회 임원으로 드러나면서 공정성 논란이 거세졌다. 재학생이 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에는 “200% 내부자 챙겨주기” 등의 글이 수백개가 올라왔다. “학생회비로 운영되는 학생회에서 임원이 기록을 조작해 상품까지 받은 건 횡령” “이런 작은 잘못들이 모여 LH 사태가 된다”는 비판이 쇄도했다.

해당 단과대 졸업생 윤모(26)씨는 “모든 단체 방에서 얘기가 나올 정도로 시끄러웠다. 몇 년 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때와는 파장이 비교가 안 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요 몇 년 사이에 공정이 큰 이슈가 된 만큼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태가 커지자 학생회와 해당 임원 A씨는 두 차례에 걸쳐 사과문과 입장문을 게재했다. A씨는 “학생회 임원으로서 대회에 참가한 점 죄송하다. 잘못된 승부욕으로 인공적인 기록을 만든 부분이 존재한다. 상품은 받지 않고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학생회 측은 “모든 참가자에게 동일한 규칙을 적용한 만큼, 특혜와 횡령·조작 등 내부 비리는 없었다. 학생회 일원의 참가로 인해 공정성, 내부 비리에 관하여 논란의 여지를 제공한 점에 있어서 죄송하다”며 “객관적인 인증이 가능한 만큼 학생회 구성원이 참여해도 무관하다고 판단했다. 임의로 거리를 설정할 수 있는 걸 확인한 만큼 기록을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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