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출발점은 지난달 이 대학 학생회가 주최한 ‘비대면 마라톤 챌린지’였다. 달리기 앱을 이용해 16일간 걷거나 달린 기록을 인증하는 행사였다. 학생회비를 낸 단과대 학생만 참여할 수 있었고, 시가 30만원 대의 무선 이어폰과 에어프라이어 등이 상품으로 걸렸다.
한 사립대의 단과대에서 발표한 '비대면 마라톤 기록'. 참가자는 달리기 앱을 이용해 16일간 뛰거나 걸은 거리를 인증했다. [학생회 S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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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은 학생회가 최종 기록과 수상자 명단을 공개하면서 터졌다. 공개된 결과에 따르면 1위 기록은 약 641km, 2위 기록은 624km, 3위는 333km였다. 1위와 2위의 기록은 16일간 하루도 빠짐없이 마라톤 풀 코스(42.195km)에 가까운 거리를 뛰거나 걸어야 가능한 것이었다. 이에 인증에 사용된 앱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기록 측정 기능을 켜놓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식으로 거리를 부풀리거나 거리·속도 등을 임의로 설정할 수 있는 점을 악용했다는 주장이었다.
여기에 1위를 차지한 학생이 단과대 학생회 임원으로 드러나면서 공정성 논란이 거세졌다. 재학생이 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에는 “200% 내부자 챙겨주기” 등의 글이 수백개가 올라왔다. “학생회비로 운영되는 학생회에서 임원이 기록을 조작해 상품까지 받은 건 횡령” “이런 작은 잘못들이 모여 LH 사태가 된다”는 비판이 쇄도했다.
해당 단과대 졸업생 윤모(26)씨는 “모든 단체 방에서 얘기가 나올 정도로 시끄러웠다. 몇 년 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때와는 파장이 비교가 안 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요 몇 년 사이에 공정이 큰 이슈가 된 만큼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태가 커지자 학생회와 해당 임원 A씨는 두 차례에 걸쳐 사과문과 입장문을 게재했다. A씨는 “학생회 임원으로서 대회에 참가한 점 죄송하다. 잘못된 승부욕으로 인공적인 기록을 만든 부분이 존재한다. 상품은 받지 않고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학생회 측은 “모든 참가자에게 동일한 규칙을 적용한 만큼, 특혜와 횡령·조작 등 내부 비리는 없었다. 학생회 일원의 참가로 인해 공정성, 내부 비리에 관하여 논란의 여지를 제공한 점에 있어서 죄송하다”며 “객관적인 인증이 가능한 만큼 학생회 구성원이 참여해도 무관하다고 판단했다. 임의로 거리를 설정할 수 있는 걸 확인한 만큼 기록을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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