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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사설] 중국 헝다 파산 리스크, 강 건너 불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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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恒大)그룹의 파산 위기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다. 중국 금융시스템의 리스크가 가시화할 경우 적지 않은 충격이 불가피한 때문이다.

헝다그룹은 중국 최대의 민간 부동산 기업이다. 급등한 집값을 잡기 위한 당국의 대출규제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진 지 오래다. 헝다의 부채규모는 6월 말 기준 1조9700억 위안(약 3038억 달러)을 넘고, 23일 채권이자 8350만 달러를 갚아야 한다. 헝다는 일단 그 일부를 갚겠다고 했지만,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 해소와 거리가 멀다.

헝다는 이미 자국 안팎의 많은 협력업체에 공사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의 위기를 넘긴다 해도 유동성 부족을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디폴트를 피하기 어려운데 변수가 많다. 중국 경제의 고속성장을 떠받쳐온 부동산 경기가 무너지면 대형 국유은행들에 대규모 부실채권이 발생해 금융시스템을 흔들고, 부동산 개발업계 전체를 바닥으로 내몰면서 세계 경제의 심각한 리스크가 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글로벌 증시의 반응 또한 심상치 않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 증시가 지난 며칠 폭락세를 거듭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가 큰 폭 떨어졌고, 22일 불안심리가 진정되기는 했지만 반등에 실패했다. 홍콩 항셍지수,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일본 닛케이지수 등도 급락했다. 헝다의 파산이 중국 금융시장의 위험을 키워 글로벌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헝다의 유동성 문제가 파산에 이른다 해도, 과거 2008년 미국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분석이 많다. 주요 외신들과 투자은행들은 중국발 금융위기의 글로벌 경제에 대한 후폭풍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당국이 헝다의 빚을 떠안은 국유 금융시스템의 위기를 방치하지 않고, 강력한 개입과 통제로 실물경제가 타격을 받는 사태로 진행되는 것은 막을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한다.

그럼에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움직이는 중국의 금융시스템은 여전히 불투명하고 리스크가 크다. 헝다의 파산을 막는다 해도 일시적이고, 막대한 부채를 키워 경기를 띄운 중국 경제가 부동산경기 추락으로 안정성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글로벌 경제에 연쇄적인 파장을 가져올 위험이 크다.

헝다 파산의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금융시장 불안으로 전이돼 우리 경제에 가져올 후폭풍을 막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중국 정부가 급한 불을 끈다 해도, 글로벌 시장이 장기적으로 얼마나 신뢰하는냐의 문제는 다른 사안이다. 헝다의 파산 위기, 이로 인한 금융시장의 리스크 증폭은 작은 변수에 취약한 우리 금융과 경제의 불안감을 키운다. 결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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