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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경제와 세상] 플랫폼과 경쟁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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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형 플랫폼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전 칼럼에서도 소개했듯이 지난 6월 하원에서 발의된 미국의 반독점규제 5개 법안이나 작년 말 발표된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 등이 대표적이다. 알리바바와 같은 빅테크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도 세계적인 규제 흐름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봐야 할 테다.

경향신문

정중호 하나금융경영 연구소 소장


최근 한국에서도 택시호출시장 점유율이 80%에 달하는 대형 플랫폼회사가 이용자들에게 돈을 더 내면 택시가 빨리 잡히도록 우선권을 주거나 해당 서비스의 가맹 택시기사에게 배차 우선권을 주는 등 불공정 경쟁행위의 제재가 이슈가 되고 있다. 속칭 골목상권 침해 내지 갑질 논란이다. 국내에서 이용자나 입점사업자에 대한 대형 플랫폼회사의 차별적 대우나 불공정한 행위에 대한 우려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과거에도 특정 플랫폼이 자사의 비교서비스 검색결과에서 자사 플랫폼 입점사업자의 상품이 우선 노출되도록 한다든지, 입점업체로 하여금 자사의 서비스에 제공한 매물 정보를 타사의 유사 서비스에는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제재 사례가 있었다. 그러나 온라인 플랫폼기업의 비즈니스 전략과 행동이 경쟁구조에 미치는 영향, 특히 반경쟁적 측면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접근이 부족했다. 이번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제정, 전자상거래법 개정, 플랫폼 분야 단독행위 심사지침 제정이라는 디지털 공정경제 3종 세트를 추진하는 것은 플랫폼 시장과 플랫폼사업자에 대한 규율체계를 정비하는 첫걸음으로서 시의적절한 일이다.

금융당국도 최근 온라인 금융 플랫폼의 광고행위와 판매대리 및 중개 행위의 구분을 명확히 하면서 금융상품 중개행위를 하려면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중개업자로 등록해야 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물론 금융권의 경우 아직도 많은 부문에서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 확대를 둘러싸고 기존 금융회사와의 규제 차별, 소위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 결제 수수료율을 둘러싼 신용카드사와 간편결제업자 간 규제 차별 논란, 대환대출 플랫폼 도입을 두고 벌어진 기존 은행과 금융 플랫폼 간 갈등, 종합지급결제업자의 도입을 담고 있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반발도 이러한 우려를 반영한다. 하지만 좀 더 근본적으로 온라인 플랫폼사업자의 (금융업 진출을 포함한) 수직적 통합전략이 시장경쟁에 미치는 영향과 바람직한 규율체계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에서 출발할 필요가 있다.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경쟁은 네트워크 효과와 데이터에 대한 장악력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단기적인 이익 대신 성장을 우선시하여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성장한 온라인 플랫폼은 경제활동의 핵심 인프라로 기능하면서 경쟁자들조차 고객으로 삼게 되고, 이들과의 이해상충을 야기할 수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획득한 이용자 정보는 다른 비즈니스 영역으로 진출할 때 중요한 경쟁무기가 될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진입장벽으로 작동한다. 이러한 대형 플랫폼사업자의 반경쟁적 특성을 어떻게 규율할 것인지가 정책당국이 풀어야 할 핵심 과제이다. 리나 칸이 제시하듯이, 이를 막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수직합병에 대한 예방적 규제 도입이다. 즉 특정 수준의 지배력에 도달한 플랫폼이 수직통합하는 것을 사전에 제한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전규제는 금산분리 원칙처럼 플랫폼-상업 간 분리원칙을 구현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지배적인 플랫폼을 일종의 자연독점으로 인정하되 그 지배력을 규율하는 방식이 있다. 예컨대 필수설비이론에 입각하여 자연독점 사업자가 인접 시장의 경쟁자를 봉쇄하기 위해서 핵심설비에 대한 접근을 거부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이는 망 중립성과 유사하게 플랫폼 중립성 유지와 데이터 공유 의무화를 포함하게 될 것이다. 진정으로 경쟁친화적이고 혁신을 추동할 수 있는 시장구조와 규율체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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