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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바이든 34분 연설, 중국 한번도 언급 없이 중국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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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취임 후 처음으로 제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화상으로 연설했다. [AP·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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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취임 뒤 첫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은 (중국과의) 치열한 경쟁을 최우선 순위에 둘 것이며,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동맹과 협력할 것이라며 동맹을 통한 중국 압박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국은 인도·태평양 같은 세계적 우선순위와 지역으로 초점을 옮기면서 우리 동맹 및 파트너 국가와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냉전이나, 세계를 경직된 블록으로 나누는 것을 추구하지 않는다”며 “미국은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고 우리의 가치와 힘으로 이끌 것”이라고 선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34분 연설에서 한 번도 ‘중국’이나 ‘베이징’이란 단어를 언급하지 않으면서 연설 전반에서 중국을 정조준했다. 바이든은 “우리는 동맹과 친구를 옹호할 것이고, 무력에 의한 영토 변화, 경제적 강압, 기술적 착취 또는 잘못된 정보로 강대국이 약소국을 지배하려는 시도에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변국과 국제사회에 대한 중국의 압박 외교를 비판하면서 미국은 다르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는 또 생명공학과 양자 컴퓨팅, 5G 통신, 인공지능 등 기술 발전을 열거한 뒤 신기술이 “반대를 억누르거나 소수 공동체를 표적으로 삼는 데 쓰이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며 인간의 자유를 증진하는 데 사용될 수 있도록 민주주의 파트너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해 다시 중국을 겨냥했다.

바이든은 미국이 코로나19 백신을 기부하면서 “아무런 조건을 달지 않았다”고도 말했다. 중국이 아프리카·중남미 국가들에 백신을 제공하면서 외교적 이득을 얻으려 했다는 비판이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 신장이나 에티오피아 북부 또는 세계 어느 곳에서나 인종과 민족, 종교적 소수자를 목표로 삼아 억압하는 행위를 규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이라는 단어를 애써 쓰지 않은 것에 대한 기자의 질문이 나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기후, 사이버 위협, 테러 위협 등 중국을 포함해 우리가 함께 일할 수 있는 큰 문제에 대해 적극적 의제를 제시하려는 목적을 보여준 것”이라고 답했다. 미·중이 협력할 분야도 있기 때문에 자극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중국’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실제로 바이든은 연설에서 “미국은 다른 분야에서 극심한 의견 차이가 있더라도 공동의 도전에 대한 평화적 해결을 추구하는 어떤 나라와도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 이유를 “코로나19와 기후변화 같은 긴급한 위협이나 핵확산 같은 지속적인 위협에 대처하지 못한다면 우리 모두 실패의 결과 때문에 고통받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와 기후변화, 핵 비확산은 미국과 중국이 협력할 수 있는 대표적 분야로 꼽힌다.

바이든은 수많은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보스턴글로브는 세계적인 백신 부족 속에 미국이 부스터샷(3차 접종)을 시도하는 데 대해 바이든 대통령이 사과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유럽 동맹국들과 충분한 협의 없이 아프가니스탄 철군 일정을 일방적으로 정하고, 호주에 대한 핵 추진 잠수함 기술 지원 결정으로 오랜 동맹인 프랑스의 반발을 사는 등 동맹 결속에 틈을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바이든은 이날 연설 뒤 뉴욕에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오후에는 백악관에 돌아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만났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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