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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현실화된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 선거인단 99.7% 친중 후보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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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인 364명 중 야권 인사는 단 한 명뿐
"후보자 전문성보다 정치적 배경 우선시"
한국일보

19일 홍콩 선거인단 투표가 마감된 뒤 개표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선거인단 선거는 중국이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을 기조로 홍콩 선거제를 개편한 후 첫 선거다. 홍콩=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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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 시대의 막이 올랐다. 올 초 중국이 홍콩 선거제를 개편한 이후 처음 실시된 선거위원회 선거에서 친중 진영이 말 그대로 자리를 ‘싹쓸이’했다. 이미 중국의 입맛에 맞게 철저하게 사전 조율을 거쳤던 만큼 예견된 결과라는 평가다.

22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9일 치러진 홍콩 선거인단 투표에서 친중 진영 후보가 당선인 364명 중 363명(99.7%)을 차지했다. 야권 인사는 단 한 명만 선출됐다.

선거인단은 홍콩 행정장관을 뽑고 입법회(의회) 의원 40명을 선정하며 모든 입법회 선거 출마자를 고르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차기 선거에서도 야권 인사는 설 자리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홍콩은 오는 12월 입법회 선거, 내년 3월 행정장관 선거를 치른다.

앞서 중국은 지난 3월 홍콩 선거제 개편을 통해 선거인단의 규모와 권한을 대폭 늘리는 대신 선출직 규모는 줄였다. 이에 따라 선거인단 정원은 300명 늘어나 1,500명이 됐지만 선거로 채워지는 자리의 비중은 종전 86%에서 64%로 줄었다. 나머지는 당연직이거나 단체 추천 인사, 관리로 채워졌다. 친중 진영이 선거 없이 선거인단의 40% 가까이 장악하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선출직은 분야별 간접선거로 뽑히는데, 자격심사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해야만 출마할 수 있다.

이번 선거 후보 등록 마감 결과 총 40개 분야 중 사회복지ㆍ노동ㆍ교육ㆍ의료 등 13개 분야만 선출직 자리보다 등록 후보가 많았다. 나머지 27개 분야는 선출직 자리와 등록 후보 수가 일치하거나 오히려 후보가 적었다. 자격심사위원회 심사를 통과할 가능성이 낮은 야권 후보들이 출마하지 않고 친중 진영에서는 후보자를 조율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13개 분야 364석을 놓고 412명이 겨루는 ‘작은 선거’가 치러졌다.

SCMP는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 원칙 아래 진행된 이번 선거에서 후보뿐만 아니라 유권자에게도 ‘애국심’이 가장 중요한 판단 요소였다”고 꼬집었다. 홍콩 친중 진영은 민주 진영 인사들에게 애국심이 결여돼 있다고 공격하고, 자격심사위원회도 가장 중요한 판단 요소로 애국심을 강조한다. 정치분석가 데릭 연은 “중국 정부가 관심을 가지는 한 선거인단 구성원은 관련 분야의 전문성뿐만 아니라 충실한 애국자로서의 이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을 이번 선거 결과가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선전대 홍콩마카오 기본법연구센터 쑹시오충 교수 역시 “이번 선거에서 후보자의 관련 분야 전문성보다 정치적 배경이 중요시됐다”며 “이는 향후 해결할 필요가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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