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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재명, "민간투자사업 관여 안 되는 일"‥ 대장동·일산대교 '이중 잣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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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페이퍼컴퍼니는 부정 비리의 온상", "국민연금, 해 먹어도 적당히 해 먹었어야지요"

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라영철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시장 재임 당시 추진한 성남 판교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이 뜨거운 이슈로 부상한 가운데 줄곧 '건설업 페이퍼컴퍼니를 뿌리 뽑겠다'던 이재명 지사의 과거 발언도 재조명되고 있다.

이재명 지사는 지난 3월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서류상으로만 회사를 설립해 건설공사 수주를 따낸 뒤 불공정 하도급으로 일을 처리하는 페이퍼컴퍼니는 부실 공사, 거래 질서 교란, 부정비리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며 "공정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만큼, 체계적인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고 시행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지사는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SNS에서 "누군가가 부당하게 얻는 이익은 다른 사람의 노력 결과를 빼앗는 것"이라며 "전국적 차원에서 표준 시장단가 강요를 폐지하고 페이퍼컴퍼니를 근절하는 것이 소중한 혈세 낭비를 막고 관급공사 부조리를 차단하는 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올해 5월에는 경기도가 보도자료를 통해 "입찰단계서부터 가짜 건설업체(페이퍼컴퍼니)를 차단하는 ‘공공 건설 입찰 페이퍼컴퍼니 사전단속 제도’가 민선 7기 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시행했다"고 홍보했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344개 건설공사 입찰에 응찰한 569개 건설사를 사전 단속해 167개 사를 적발하고 이중 148개 사를 대상으로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 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정작 이재명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민간개발을 중단시키고 공공개발로 '대장동 개발 사업'을 추진하며 시행사(SPC)로 설립한 '성남의 뜰'은 '페이퍼컴퍼니'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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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자산관리 사무실 입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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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시행사(SPC)인 '성남의 뜰'에 최대 주주로 참여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배당으로 얻은 이익보다 민간업체들이 가져간 이익이 훨씬 많다는 점은 대장동 개발 사업을 둘러싼 핵심 쟁점이다.

'성남의 뜰'은 자산관리회사인 주주 '화천대유'에 5필지의 부지를 수의계약으로 매각했다. 아파트와 고급 빌라를 분양한 화천대유는 2300억 원 이상의 분양수익을 거뒀다.

이는 화천대유와 SK증권 신탁을 통해 개인 투자자들이 가져간 4040억 원의 배당과는 별개다.

건설업계와 시행사 등에 따르면, 대장동 개발사업은 택지조성과 아파트 분양 단계로 구분한다.

대장동의 총 12개 지구(A1~A12) 가운데 6개 지구(A3~A8)는 입찰 경쟁으로 낙찰자를 선정했다. 당시 경쟁률은 100대 1이 넘을 정도로 치열했다.

그러나 나머지 6개 지구 중 4개 지구(A1, A2, A11, A12)는 입찰 경쟁 없이 수의계약으로 '화천대유'가 선정됐다.

이에 아파트 분양뿐만 아니라 택지조성단계에도 참여한 화천대유가 얻게 될 예상 수익은 천문학적일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특히 "사업자 선정에서부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수차례 제기됐고, 실무자가 내부망에 문제를 제기했다가 묵살 당했다"는 당시 성남시 관계자의 증언이 나오면서 특혜 의혹은 더욱 증폭하는 양상이다.

이런데도 이 지사는 "'대장동 개발'은 민간개발 특혜사업을 막고, 5503억 원을 시민 이익으로 환수한 모범적 공익사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상수 한국공공신뢰연구원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이재명 후보가 줄곧 주장해왔던 발언들에 비춰 봤을 때. 자가당착적 행위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하며 "이런 사실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며, 이것이 사과로 끝날 일인지, 법적 책임까지 져야 될 일인지는 나중에 사법 절차를 통해서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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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대교 무료화 선언 합동브리핑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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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민자사업인 일산대교 공익처분과 관련한 이 지사의 발언도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국민연금은 경기도에 일산대교를 기부채납하기로 하고, 일산대교(주)가 2038년까지 30년간 유료로 일산대교를 운영하며 통행비를 받겠다는 협약을 체결했다.

이는 정부에 돈이 없거나 해당 민자 도로 등에 수익성이 부족해 착수하지 못할 때 민간에서 자금을 동원해 공사를 하고 특정 기간 동안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민자사업’이다.

그러나 이 지사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국민연금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면서 "해 먹어도 적당히 해 먹었어야지요. 이자율 20%? 악덕사채업자입니까?"라며 과격한 표현으로 자신의 뜻을 밝혔다.

이런 이 지사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해서는 지난 15일 경기도의회 본회의에서 "계약조건은 명확하다. 손해를 보든 이익을 보든 관여하지 않고, 그들이 모든 사업을 하고 민간투자사업에 참여한 사람들이 이익을 어떻게 배분하는지, 손해나 이익을 보는지, 관여할 필요도 없고, 관여해서도 안 되는 일이다. 상식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이 지사의 주장대로 국민연금이 과도하게 높은 통행료를 받고 있다 해도 여당 대권 주자 1위 정치권력에 의해 하루아침에 합법적으로 체결한 계약이 무시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민간사업에 대해 일체 관여하지 않겠다던 이 지사가 일산대교와 대장동 개발 사업을 두고는 서로 맞지 않는 모순된 입장을 취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일산·파주·김포 지역 주민의 교통 편익 증진 목적은 이해하나 무료화에 대해서는 '등가성, 타당성, 공정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구나 이 지사의 기습적 공익처분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도민 갈등을 초래할 여지가 있고, 자신의 인기를 위해서 사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서도 이상수 원장은 "기본적으로. 정부와 지자체는 정책의 일관성 또는 신뢰성이 대전제가 돼야 한다"면서 "상황이 바뀌었다고 해서 체결된 계약을 휴지 조각으로 만들고 새로운 방향으로 튼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에도 맞지 않고, 시장경제 질서에도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지자체의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이라는 차원에서 볼 때 분명히 비판받을 여지가 있으며, '통행료 무료화'는 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다분히 있다는 판단이 든다"라고 덧붙였다.

경기북부=라영철 기자 ktvko258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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