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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삼성의 아픈 손가락… 김동엽 아무니 이학주 더 아프다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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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군 오갔던 ‘대포 유망주’ 김동엽
복귀 후 6경기 홈런 2개·7타점 활약
‘천재 유격수’ 불렸던 이학주 2군행
1할도 안되는 타율 ‘최악 시즌’ 위기


파이낸셜뉴스

이학주/뉴스1 김동엽/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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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삼성과 한화의 더블헤더 2차전. 경기를 앞두고 오더를 불러주던 삼성 허삼영 감독의 마음이 쓰렸다. 늘 1번에 기용하던 박해민의 이름을 더 이상 부를 수 없었다. 높은 출루율(0.382), 도루 능력(33개·2위), 게다가 수비까지 발군인 박해민을 빼고 2위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까.

1위 KT(이날 현재 4.5경기차)는 멀고, 3위 LG(0.5경기차)는 바짝 추격하고 있었다. 박해민은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대신 김동엽(31)을 2군에서 올렸다. 삼성의 아픈 손가락이다.

지난달 30일 타격부진으로 그를 말소했다. 그달 18일 한화전부터 1군에 복귀시켰으나 8경기서 1안타(타율 0.059)에 그쳤다. 결국 12일 만에 다시 2군으로 내려보냈다. 이번엔 잘 할까.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래도 대안이 없었다.

김동엽은 장타력을 지녔다. 그의 펀치력에 홀딱 반한 시카고 컵스는 북일고 3학년 김동엽에게 55만달러(약 6억4600만원) 계약금을 선뜻 안겨주었다. 그러나 대포는 불발탄이었다. 터질 듯 터질 듯 터지지 않았다.

그래도 늘 기대감을 갖게 했다. 맞으면 넘어가니까. 김동엽은 14일 LG전까지 42경기서 한개밖에 홈런을 때려내지 못했다. 팀 내 홈런 순위 13위. 더 이상 김동엽은 홈런 타자가 아니었다.

16일 KIA전서 호투하던 임기영을 상대로 7회 좌월 홈런을 터트렸다. 이날 임기영이 허용한 유일한 홈런이었다. 김동엽의 시즌 2호 아치. 올 시즌 1호를 때리기까지 두 달, 2호까지 다시 두 달이 걸렸다.

3호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불과 5일 만인 21일 롯데전서 5회 2점 홈런을 뽑아냈다. 3-3 동점에서 터져나온 결승 홈런. 이날 김동엽은 4안타의 맹타를 폭발시켰다. 그동안 부진에 대한 분풀이라도 하는 듯했다.

12일 1군에 다시 올라 온 후 6경기서 25타수 13안타(0.520), 홈런 2개, 7타점. 호세 피렐라나 구자욱보다 더 뜨겁다. 박해민에 대한 아쉬움이 싹 달아났다. 그렇다고 삼성 타선이 온전한 것은 아니다. 또 하나의 아픈 손가락이 남아 있다.

삼성은 18일 주전 유격수 이학주(31)를 2군으로 내려보냈다. 끝 모를 부진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슬럼프는 있다. 그러나 3년째 계속되면 슬럼프인지, 원래 실력인지 헷갈리게 된다. 그가 야구천재만 아니었더라면 벌써 미련을 접었을 것이다.

이학주는 충암고 시절 천재 유격수로 불렸다. 유격수로는 보기 드물게 187㎝ 장신에 화려한 글러브 동작, 펀치력, 강한 어깨, 빠른 발까지 갖추었다. 그는 김동엽의 시카고 컵스 입단 동기다. 계약금은 두 배가 넘는 115만달러.

2019년 삼성에 입단한 첫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야구를 잘 하는 선수는 많아도 그처럼 화려한 플레이를 하는 선수는 드물다. 첫해를 제외하면 그의 화려함을 본 지 오래다. 빼어난 수비를 곧잘 과시하지만 평범한 실수도 잦았다.

이학주는 8월과 9월 1할에도 미치지 못하는 타율(0.09)을 기록했다. 선수를 믿고 기다려주는 편인 허삼영 감독의 인내심도 한계에 도달했다. 허 감독은 "정신, 체력 모두 새롭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의 아픈 손가락 가운데 하나는 아물고 있다. 또 하나는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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