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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최석진의 법조스토리] 대선 변수된 ‘고발사주’·‘대장동’ 의혹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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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왼쪽부터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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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진의 법조스토리에서는 법원, 검찰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법조계의 다양한 이슈들을 다뤄보려 합니다. 주요 사건의 법적 쟁점이나 전망, 사건의 이면, 기사로 쓰지 못한 뒷얘기 등을 주제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조금은 자유롭게 써볼 생각입니다. 오늘은 그 아홉 번째 스토리로 최근 불거진 여야 유력 대선 후보의 ‘고발 사주’·‘대장동’ 의혹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여야가 최종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레이스를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유력 대선 후보가 연루된 의혹들에 대한 수사가 대선 판도를 가를 주요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먼저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 재직 당시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에게 지시해 여당 정치인들에 대한 야당의 고발을 사주했다는 ‘고발 사주’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 지사의 경우 법조기자 출신 화천대유 소유자와 지인들이 천문학적인 수익률을 기록한 ‘대장동’ 의혹과 관련 특혜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고발 사주’ 의혹 본령은 ‘직권남용’
‘대장동’ 의혹과 비교할 때 ‘고발 사주’ 의혹은 훨씬 구조가 단순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손 전 정책관이 고발장을 직접 작성하거나 혹은 다른 검사를 시켜 작성한 뒤 김 의원에게 전달하며 고발을 사주했는지, 그리고 그 배후에 윤 전 총장이 있었는지가 전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사실이 증거로써 확인된다면 직권남용죄, 공직선거법 위반죄, 공무상 비밀누설죄, 국가공무원법 위반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죄(첨부된 실명 판결문 관련) 등이 성립될 수 있는데, 김진욱 공수처장이 밝힌 것처럼 이번 사건의 본령은 ‘직권남용죄’입니다.

제보자 조성은씨가 제출한 텔레그램 대화방 캡처에 등장한 ‘손준성 보냄’의 손준성이 손 전 정책관으로 확인되고, 손 전 정책관이 고발장을 전달한 사실이 확인된다고 해도 직권남용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손 전 정책관이 해당 고발장을 직접 쓰지 않고 직무상 명령을 받는 다른 검사나 수사관한테 작성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밝혀져야 합니다.

법원이 요건을 엄격하게 따지고 있는 직권남용죄 성립을 위해서는 ▲직권을 남용해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점이 인정돼야 하는데, 손 전 정책관이 김 의원을 통해 고발을 사주했다고 해도 고발장을 접수하도록 시키는 것을 검사의 직권이라고 보기 어려워 직권남용죄가 성립되기 어렵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언뜻 잘 이해가 안 되지만 대법원은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자신의 일반적인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해 실질적, 구체적으로 위법·부당한 행위를 한 경우에 성립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또 “어떠한 직무가 공무원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이라고 하기 위해서는 그에 관한 법령상 근거가 필요하다. 법령상 근거는 반드시 명문의 규정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명문의 규정이 없더라도 법령과 제도를 종합적, 실질적으로 살펴보아 그것이 해당 공무원의 직무권한에 속한다고 해석되고, 이것이 남용된 경우 상대방으로 하여금 사실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를 방해하기에 충분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직권남용죄에서 말하는 일반적 직무권한에 포함된다”는 입장입니다.

실제 대법원 판례 중에는 치안본부장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과장에게 고문치사죄 사안에 관한 기자간담회에 참고할 메모를 작성하도록 요구한 사안에서 ‘메모를 작성하도록 한 행위’가 치안본부장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직권남용죄 성립을 부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윤 전 총장에게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직권남용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윤 전 총장이 손 전 정책관에게 고발장을 작성해 야당에 넘기도록 지시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합니다.
수사 주도권 쥔 공수처의 선택 주목돼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서는 이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 전 총장과 손 전 정책관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압수수색까지 진행한 상태입니다.

또 문제의 고발장에 등장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고소장을 접수한 서울중앙지검도 고소장 접수 하루 만인 지난 15일 사건을 공공수사1부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이에 앞서 이번 의혹에 대한 감찰에 나섰던 대검 감찰부에서는 여전히 감찰이 진행 중입니다.

엄격하게 따지자면 공수처는 직권남용 혐의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에 대해 검찰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각각 수사권을 갖고 있습니다.

야당 유력 대선 후보에 대한 복수 수사기관의 중복수사에 대한 비난을 우려한 듯 검찰은 공수처와 중복되지 않는 범위에서 협력해서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역시 공수처와 검찰이 동시에 같은 사건을 수사하는 것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수차례 밝혔습니다.

결국 열쇠는 공수처가 쥐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공수처가 이번 의혹에 대한 수사에 서둘러 착수하고 속도를 내고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입니다. 전현직 검사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수사권을 보유한 공수처로서는 야권 유력 대선 후보가 연루된 이번 의혹에 대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의혹의 실체를 규명해 유권자들이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사명을 지니고 있다고 할 것입니다.

고소장을 접수한 검찰이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사건을 배당하고 수사를 개시하는 것 역시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때문에 당분간은 같은 사안을 두고 공수처와 검찰이 각각 수사를 진행하겠지만 핵심 피의자나 참고인에 대한 소환조사 단계에 이르면 공수처의 선택에 따라 사건이 공수처로 이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완전히 동일한 사안을 두고 공수처는 직권남용 혐의 수사를 위해 검찰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조사를 위해 같은 피의자를 양 수사기관이 각각 불러 조사하는 상황은 검찰개혁 방안으로 이뤄진 수사권 조정이나 공수처 설립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아 보입니다. 공수처나 검찰이나 수사권을 가진 사건과 관련성이 있는 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수사할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공수처와 다른 수사기관과의 관계를 규정한 공수처법 제24조 1항은 “수사처의 범죄수사와 중복되는 다른 수사기관의 범죄수사에 대하여 처장이 수사의 진행 정도 및 공정성 논란 등에 비추어 수사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하여 이첩을 요청하는 경우 해당 수사기관은 이에 응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공수처와 서울중앙지검이 각각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하는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공수처가 과연 이첩 요청을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 주도권을 완전히 가져올지 주목됩니다.
‘대장동’ 의혹 이재명 고발로 검찰 수사 시작돼
‘고발 사주’ 의혹과 달리 ‘대장동’ 의혹은 이제 막 수사가 시작되는 단계입니다.

경찰은 지난 4월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의 대주주인 김만배씨와 이성문 대표 등의 수상한 자금 흐름에 대한 정보를 통보받고 내사를 진행해왔지만, 이 지사의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는 전혀 무관한 김씨와 이 대표의 횡령·배임 등 혐의와 관련해 자금의 규모와 성격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 내부 규정상 최대 6개월까지 내사를 진행할 수 있는 만큼 다음달에는 내사에서 수사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검찰 고발은 의혹의 대상인 이 지사 측에서 선제적으로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이번 의혹을 자신과 연결 짓는 야당의 파상 공세를 당하고만 있는 것보다는 오히려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의 결과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는 이 지사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제기한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 윤창현 의원, 장기표 후보 등을 공직선거법 위반 및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습니다.

이번 고발 건은 추석 연휴가 끝나는 직후 배당이 이뤄져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 원내대표 등이 주장한 내용이 사실인지, 허위인지를 살펴봐야 하는 만큼 대장동 개발사업의 실체를 검찰이 들여다보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편 김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에 이번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와 국정조사를 공식 요구하는 한편, 이 지사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고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입니다.

화천대유 측은 불법은 없었다며 이 지사와의 관련성을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식을 넘어선 투자수익을 올리는 과정에서 과연 특혜나 범법 행위가 없었는지에 대해서는 수사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다만 현재까지는 과연 부동산 개발과 관련된 각종 허가권을 지닌 지방자치단체의 특혜 없이 이번 같은 상식 밖의 초고수익을 내는 사업이 가능했겠느냐, 뭔가 있겠지 하는 수준의 의혹일 뿐입니다.

이 지사의 경우 대장동 개발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직접 어떤 지시를 내리는 등 방법으로 특혜를 주거나 대가를 받았다는 사실이 확인되기 전에는 법적인 책임을 묻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수사 진행상황·결과 윤석열·이재명 지지율 큰 영향 미칠 듯
자신을 공격하는 여당 정치인들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윤 전 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이나 관할 지역 내 부동산 개발사업 과정에서 민간사업자에게 엄청난 특혜를 제공했다는 이 지사의 ‘대장동’ 의혹, 두 의혹 모두 만일 사실로 드러날 경우 대선 후보 사퇴는 물론 사법처리 대상이 돼야할 엄중한 사안입니다.

하지만 두 사건 모두 아직까지는 의혹일 뿐, 수사를 통해 실체가 규명돼야 할 사안들이죠.

수사 결과가 언제 나올지 지금으로선 예측이 어렵지만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과 관련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두 후보자의 지지율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고발 사주’ 의혹이 불거지자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이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여권에서는 야당이 ‘고발 사주’ 의혹을 ‘제보 사주’ 의혹이나 ‘대장동’ 의혹으로 덮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 ‘고발 사주’ 의혹의 제보자 조성은씨가 관련 보도가 나가기 전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을 만난 사실이나 박 원장을 만나기 직전 관련 증거자료들을 집중적으로 다운로드 받은 점은 국민들을 갸우뚱하게 만든 건 사실입니다.

공익제보자를 자처한 조씨가 연일 언론인터뷰에 나서는 모습도 다소 의아했지만, ‘박 원장을 8월 11일 이후 추가로 만난 적 없다’던 그녀의 답변이 거짓으로 드러난 점이나 ‘박 원장과 이번 제보 건과 관련해 일체 상의한 적 없다’던 그녀가 SBS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이 9월 2일이라는 날짜는 우리 원장님이나 제가 원했던 거나 제가 배려받아서 상의한 날짜가 아니거든요”라고 답한 사실 역시 이번 제보에 정치적 의도가 담겨있지는 않았을까 하는 합리적 의심을 들게 만들었습니다.

과거에도 대선을 앞두고 여러 의혹들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2002년 이회창 당시 후보의 아들 병역문제와 관련된 ‘병풍사건’, 2007년 이명박 당시 후보와 관련된 ‘BBK 주가 조작’ 사건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들 중에는 결국 허위로 밝혀졌지만 대선에는 결정적 역할을 미친 것도 있고, 먼 훗날 검찰이나 특검의 수사 결과가 뒤집힌 경우도 있습니다.

대선이 불과 6개월도 남지 않은 예민한 시기에 여당과 야당의 1위 후보가 공수처와 검찰, 경찰의 수사를 받게 되면서 정치권은 물론 온 국민의 관심이 두 의혹에 대한 수사에 집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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