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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작년보다 더 오르는 빌라 매매가…서울에선 빌라, 아파트보다 많이 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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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값 급등, 전셋값마저 빠른 속도로 치솟아

내 집 마련하려는 매매 수요 저렴한 빌라에 쏠려

빌라 매매가, 작년 12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

세계일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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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값이 급등하고 전셋값마저 빠른 속도로 치솟자 내 집 마련을 하려는 매매 수요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다세대·연립주택)에 쏠리고 있다.

빌라 매매가는 지난해 전국적으로 1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올해 들어 작년보다 상승세가 가파르다.

전국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비싼 서울의 경우 빌라 매매가 아파트 매매보다 많은 현상이 올해 들어 9개월째 지속하고 있다.

22일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 시계열 통계와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전국 연립주택 매매가격 누적 상승률은 4.66%로,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2.61%)을 훌쩍 넘어섰다.

작년 한 해 전국 빌라 매매가 상승률은 6.47%로, 2008년(7.87%) 이후 12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바 있다.

올해 들어 월간 오름폭이 줄어들던 빌라 매매가는 지난 6월 0.22%에서 7월 0.59%로 상승 폭을 키운 데 이어, 지난달에는 0.82% 올라 올해 최고 상승률을 경신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전국 빌라 매매가격이 13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갈아치울 것으로 전망된다.

아파트와 비교해 비교적 잠잠하던 빌라 가격은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눈에 띄게 상승 폭이 커지고 있다.

수도권 빌라 매매가 상승률은 지난 6월 0.24%까지 오름폭을 줄였다가 7월 0.68%, 8월 0.95%로 2개월 연속 상승 폭을 키우며 올해 들어 월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올해 1∼8월 누적 상승률(5.41%)은 작년 같은 기간 상승률(3.42%)을 뛰어넘었다.

서울 빌라 매매가 상승률도 지난 6월 0.22%에서 7월 0.63%, 8월 0.73%로 2개월 연속으로 오름폭을 키우며 올해 1∼8월 누적 상승률이 4.73%에 이르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누적 상승률(2.77%)의 1.7배 높은 수치다.

경기와 인천 또한 올해 1∼8월 빌라 가격 상승률이 각각 6.02%, 6.24%로 집계돼 작년 같은 기간 상승률인 4.84%, 2.23%를 웃돌았다.

특히 올해 17개 광역 시·도 가운데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인천의 경우 빌라 매매 가격 상승률이 작년 연간 상승률(4.85%)을 이미 추월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아파트값 급등에 따른 후폭풍"이라며 "전국적으로 아파트값이 비싸지고 전셋값마저 오르자 빌라라도 마련하려는 무주택자들의 불안 심리가 매매 수요 증가와 가격 상승으로 작용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울에서는 빌라가 아파트보다 많이 팔리는 기현상이 9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이날 기준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등록된 서울의 다세대·연립주택 매매(계약일 기준)는 현재까지 1천189건으로, 아파트 매매(412건)의 약 3배에 달한다.

이달이 아직 일주일가량 남았고, 등록 신고 기한(30일)까지 고려하면 추후 절대적인 건수는 변하겠으나 빌라와 아파트 모두 같은 시점을 기준으로 비교한 것이라 상대적인 추세가 바뀌기는 힘들 전망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아파트 매매가 빌라 매매보다 월간 2∼3배까지도 많은 것이 통상적이었다.

국내에서 주택 시장 수요자들이 절대적으로 빌라보다 아파트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1월부터 9개월 연속 매매량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빌라 매매는 1월 5천838건, 2월 4천479건, 3월 5천147건, 4월 5천713건, 5월 6천20건, 6월 5천486건, 7월 4천859건, 8월 4천112건, 9월 1천189건이다.

아파트 매매는 1월 5천798건, 2월 3천874건, 3월 3천789건, 4월 3천667건, 5월 4천897건, 6월 3천945건, 7월 4천698건, 8월 3천858건, 9월 412건이다.

가격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대출 규제 등의 여파로 아파트 매매는 크게 줄었지만, 빌라는 상대적으로 예년 매매 건수를 유지하면서 올해 매달 아파트 매매 건수를 앞지르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아파트 전셋값마저 빠른 속도로 치솟자 서울에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수요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로 눈을 돌린 결과로 분석된다.

또 서울에서 전용면적 60㎡ 이하 빌라 지하층마저 올해 평균 전세 보증금(1억435만원)이 1억원을 돌파하자 빌라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빠르게 전환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재개발 규제 완화 정책 기조가 이어지면서 서울 빌라의 매매가 상대적으로 활발하고, 가격도 오르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재개발 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 주거정비지수제를 6년 만에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도시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 변경안은 최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회의에서 가결됐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서울에서 빌라가 아파트 매매보다 많은 것은 시의 재개발 추진 정책에 따른 기대감도 반영된 것"이라며 "서울에서 재개발 가능성이 있다고 거론되는 곳은 억 단위로 호가가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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