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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단독]'최저임금 90%만' 주는 편의점 알바·마트 계산원 수습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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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최저임금 감액적용 제외 단순노무업 조사 착수

"몇시간 배우면 되는 편의점 알바에 수습, 문제 뜯어볼 것"

직업분류 코드 탓에 혼선…국회입법조사처도 "개정 필요"

편의점업계 "최저임금 감당 못해…감액적용 제외 미뤄야"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편의점 아르바이트 근로자로 일한 석 달 동안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은 A씨는 고용노동부에 사업주를 신고했다. 그러나 해당 사업주는 A씨가 수습 기간이라 임금을 (최저임금대비) 10% 감액했다고 주장했고, 고용노동부는 이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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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후 서울 시내 편의점에 온음료 판매대 모습(사진=연합뉴스)




이처럼 편의점 아르바이트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을 감액 적용하는 일이 앞으로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편의점 아르바이트와 음식점 계산원 등을 대상으로 수습 기간 중 최저임금 감액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고시 개정을 위한 준비 작업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편의점업계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인데 감액 적용까지 할 수 없다면 부담이 더 가중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편의점 알바 수습 사라지나…고용부 연구용역 착수

22일 관가에 따르면 고용부는 최근 최저임금 감액적용 제외 대상인 단순노무업무 직종에 대한 조사·분석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이번 연구용역은 최저임금을 90%까지 감액 적용할 수 있는 수습 기간 근로자와 적용 제외 대상인 단순노무직 근로자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특히 최근 논란이 된 편의점 아르바이트와 음식점 계산원 등을 단순노무직에 포함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도 “현행 고시에 명시된 단순노무직과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단순노무직의 차이를 분석하기 위해 이번 연구용역을 진행하는 중”이라며 “수습을 두는 이유가 일을 배우는 취지인데, (편의점 아르바이트처럼) 몇 시간 만에 배워서 할 수 있는 일이면 감액 적용을 하는 취지에 맞지 않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뜯어볼 것”이라고 인정했다.

현행 최저임금제도는 숙련기술이 필요하거나 업무 적응에 일정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엔 수습 기간 중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고 있다. 실제 최저임금법 제5조2항은 석 달의 수습 기간 중엔 최저임금의 90%를 지급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 때 근로자와 사용자가 1년 이상 근로계약을 맺어야 하고, 계약을 체결할 때 수습 기간을 명시해야 한다. 다만 단순노무직의 경우 수습 기간에도 반드시 최저임금의 100%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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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그러나 단순노무직을 지정하는 범위를 한국표준직업분류 상 대분류 9(단순노무 종사자)에 해당하는 사람으로 지정하면서 현장에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표준직업분류 상 숙련도가 가장 낮은 대분류 9에 해당하는 단순노무직은 6개 중분류 △운송(하역 및 적재) 관련 단순 종사자 △배달원(우편·음식·신문 등) △제조 관련 단순 노무 △청소 및 경비 관련 단순 노무 △음식 관련 단순 종사자 △판매 관련(주유·전단지 배포) △주차관리로, 대분류 9에 속하지 않으면 최저임금 감액적용 예외 조항도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편의점 아르바이트 근로자는 대분류 5(판매 종사자)로 분류된 탓에 단순노무직과 유사하면서도 수습 기간 중 최저임금을 감액해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에 단기 아르바이트가 필요한 일부 편의점주가 1년 이상 계약기간을 걸고 최저임금도 주지 않거나 아예 수습기간이 끝날 때 쯤 해고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실제 청년유니온이 지난 6월 실시한 아르바이트 최저임금 실태조사에선 아르바이트 27.8%가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받았는데, 이 중 편의점 위반율이 46.5%로 카페(17.3%)나 음식점(14.0%)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이는 국회입법조사처도 문제삼고 있는 대목이다. 입법조사처는 `2021년 국정감사 이슈 보고서`에서 “최저임금 감액적용과 관련된 문제점을 해소할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편의점 시간제 노동자나 음식점 계산원들은 실제 업무와 무관하게 직업분류 코드 상 차이로 인해 최저임금 감액 대상이 되고 있는 만큼 표준직업분류 고시를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편의점업계 “최저임금 감당 못할 수준…감액 적용 제외 미뤄야”

이처럼 아르바이트생들의 문제 제기에 국회가 공감하고 있고, 고용부가 최저임금 감액적용 제외 대상을 둘러싼 혼란을 해소하겠다며 팔을 걷어 붙이고 있는 만큼 앞으로 편의점 아르바이트 근로자는 감액 적용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이는 단순 고시라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쉽게 개정 가능한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편의점업계에서는 가뜩이나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아르바이트 수습 기간 중 최저임금 감액적용까지 제외하면 업주들의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며 이를 유예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한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근로자라고 해도 제품 진열에 관여하거나 다른 직원을 관리하는 업무까지 맡게 되면 단순노무직이라고만 보긴 어렵다”면서 “가뜩이나 올해도 최저임금이 대폭 올라 폐업을 고민하는 업주들이 늘어나고 있는 마당에 부담이 더 가중될 수 있는 만큼 고시 개정을 미뤘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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