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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美 긴축예고에, 中 헝다충격에…세계증시 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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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헝다 파산설에 시장 요동 ◆

매일경제

22일 일본 도쿄에서 한 여성이 닛케이지수가 표시된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 이날 닛케이지수는 3만선이 붕괴됐다. 추석 연휴 기간 헝다의 파산설이 퍼지며 이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개장 직후 1.4% 떨어졌다가 오후 들어 낙폭을 줄이며 0.4% 상승한 3628.49로 마감했다. [AP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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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가 문을 닫았던 추석 연휴 동안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의 파산설이 확산되면서 세계 증시가 크게 휘청거렸다. 급락 이후 소폭 반등 흐름이 나타났지만 헝다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글로벌 금융 시장에 초대형 악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판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한다.

미국 뉴욕 증시는 '헝다그룹 사태'로 지난 20일(현지시간)부터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20일 1.78% 하락한 데 이어 21일에도 0.15% 떨어졌다. 20일 2.19% 떨어졌던 나스닥지수는 21일 등락을 반복하다가 0.22% 상승하며 거래를 마쳤다. 최근 뉴욕 증시는 헝다그룹 사태로 중국 등 아시아 증시에 크게 영향을 받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헝다그룹이 상장돼 있는 홍콩 증시도 직격탄을 맞았다. 헝다그룹 파산설이 급속도로 퍼진 지난 20일 홍콩 항셍지수는 3.3% 하락했다. 특히 헝다 주가는 장중 한때 19% 가까이 폭락하기도 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21일에는 전 거래일보다 소폭 올랐지만 헝다 주가는 계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홍콩 증시는 22일은 휴일로 개장하지 않았다.

중추절 연휴로 이틀간 문을 닫았던 중국 증시는 이날 개장하자마자 '헝다 이슈'가 부각되며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4% 급락한 3563.21로 거래를 시작해 3560.50까지 밀렸다가 오후 들어 낙폭을 크게 줄였다.

전문가들은 추석 연휴 이후 세계 증시가 '중국 헝다 리스크'와 '미국 테이퍼링 이슈'라는 두 가지 변수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단 22일 오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에 테이퍼링 시점 등에 대해 어떤 결과를 내놓느냐에 따라 뉴욕 증시의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헝다그룹 사태는 23일에 1차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헝다는 이날 2억3200만위안(약 425억원)에 달하는 위안화 채권의 이자를 23일 제때 지급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도 같은 날 만기가 돌아오는 또 다른 채권의 이자(약 993억원)에 대해서는 지급 여부를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350조원에 달하는 빚을 지고 있는 헝다가 실제로 파산하게 될 경우 중국 부동산 기업의 연쇄 도산이 이어지면서 중국 금융시스템이 휘청일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딩솽 스탠다드차타드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당국이 발 빠른 대응에 나서지 않으면 금융시장에 패닉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IMF는 "중국 정부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한편 정부는 23일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과 함께 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해 중국 헝다그룹 사태와 미국 FOMC 회의 결과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당초 이날 회의의 주요 안건은 FOMC 결과와 대응 방안이었지만 최근 불거진 헝다 사태 역시 중요하고 긴박한 만큼 주요 의제에 포함됐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후 간부진과 회의를 열고 헝다그룹 관련 잠재 리스크 모니터링을 면밀히 할 것을 지시했다.

[베이징 = 손일선 특파원 / 뉴욕 = 박용범 특파원]

"헝다 위기 외국인 수급에 악재"…中, 대처실패땐 코스피 큰 충격

전문가 한국증시 전망

신흥국 투자심리 악영향 미쳐
4분기까지 증시 조정 가능성
외국인은 테이퍼링에 더 민감

헝다그룹은 中에 국한된 문제
리먼과 같은 시스템문제 아냐
공포감에 주식 매도 자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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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헝다그룹 파산 위기가 불거진 가운데 지난 20일 홍콩 한 시중은행의 옥외 전광판 앞으로 한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이날 홍콩 항셍지수는 전일 대비 3.3% 급락한 2만4099.14에 마감했고 다음날인 21일 보합권에서 소폭 상승으로 마감했다. [AP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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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가 끝나고 23일부터 국내 증시가 다시 문을 여는 가운데 중국 헝다그룹 파산 우려가 시장에 어떤 파장을 낳을지 관심이 쏠린다.

국내 증권가에선 헝다그룹 위기가 단기적인 악재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헝다그룹 위기가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와 같은 시스템적 위기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예상외 변수가 발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살얼음' 국면이 당분간 이어질 수도 있다.

22일 금융투자 업계에선 헝다그룹 파산 위기에도 국내 증시 낙폭이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국내 투자자들이 주식을 '패닉 셀링'할 필요는 없다는 조언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추석 연휴 동안 휴장한 국내 증시는 미국만큼 큰 낙폭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헝다그룹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처럼 글로벌 파생 상품으로 엮여 있지 않고 4분기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적 입장으로 유동성 위기를 넘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섣부르게 국내 주식에 대한 매매 판단을 내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헝다그룹 파산 위기가 분명한 악재는 맞지만 중국 정부가 조정 가능한, 중국에 국한된 문제이기 때문에 국내 증시에는 연휴 직후 짧은 조정 정도의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 센터장은 "코스피가 이미 연내 고점을 찍었다고 판단하지만 헝다그룹 위기가 연속적인 악재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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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추석 연휴 기간 해외 증시가 하락한 만큼은 코스피가 떨어질 수 있다"면서 "헝다그룹 변수는 2~3개월의 단기 악재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헝다그룹 위기가 국내 증시의 외국인 수급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중국에서 불거진 위기가 신흥국 전반에 대한 외국인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헝다그룹 파산 가능성이 불거진 지난 16일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을 9979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중국과 한국이 같은 신흥국(EM)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로 묶여 있다는 점도 외국인 수급에 불리한 요인이다.

다만 헝다그룹 위기보다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등 다른 이벤트가 외국인 투자자 수급에 더 큰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 센터장은 "외국인이 대안적인 성격으로 중국 대신 한국 주식을 살 수 있지만 지금은 중국과 한국 주식의 외국인 매매 흐름이 묶여 있는 측면이 강하다"면서 "중국 자본시장이 아직까지 외국인에게 많이 개방돼 있지 않아 외인 수급에는 테이퍼링이 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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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중국 전문가들은 헝다그룹 위기가 시스템적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중국 정부가 개입할 가능성이 있고 주요 지표들이 아직까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수현 KB증권 연구원은 "헝다그룹은 지난 8월부터 인민은행,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와 면담을 진행하면서 채무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들을 공유하고 있다"며 "우려와 달리 중국 신용 스프레드, 은행 간 금리, 신용부도스왑(CDS) 모두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지 않다"고 분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중국 정부가 헝다그룹의 파산을 방치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국내 증권가는 다르게 보고 있다. 중국 정부가 헝다그룹 파산에 대해 순차적으로 대응해갈 것이란 분석이다.

헝다그룹은 23일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의 이자 일부를 지급하겠다고 밝히면서 진화에 나섰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헝다그룹의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금융기관과 기업에만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개인까지 연결돼 있기 때문에 정부가 별다른 조치 없이 파산시킬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내년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금융 안정화에 나설 것이란 분석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다.

일각에서는 올해 4분기까지 헝다그룹 리스크를 주시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헝다그룹 부채 위험의 1차 고비는 연말까지 6억1000만달러(약 7222억원)에 달하는 채권 이자 납입 여부에 달려 있다"며 "중국 금융시장이 정부의 질서 있는 헝다그룹 정리 계획을 기대하고 있지만 디폴트 위험이 발생하면 금융위기 수준의 치명적인 위험이라는 점에서 4분기 내내 헝다그룹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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