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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자' 카카오 뒤엔 사모펀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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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 엑시트 압박 이어지자

IPO 위한 '수익 개선'에만 초점

모빌리티·엔터 등 부작용 커져

카뱅·페이간 '상장 신경전'까지

초창기 자금 유치 되레 毒으로

서울경제


최근 불거진 카카오(035720)의 문어발 사업 확대, 골목상권 침해 논란의 원인 중 하나로 사모펀드들로부터의 지나친 자금 유치가 지목받고 있다.

카카오 각 계열사들이 투자자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압박 때문에 다소 무리하게 수익성을 확대하면서 기업공개(IPO)에 속도를 높이자 이같은 부작용들이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업 초기에는 사모펀드를 통한 외부자금 수혈이 훌륭한 양분이 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투자금 회수 압박이 커지면서 시장 상황이나 여론에 대응하며 사업 속도를 조절하기 보다 수익성 강화에만 치중하면서 결국 양날의 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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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계열사들 중 가장 잡음이 많은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사업 안착과 신사업 성장으로 꾸준한 실적 개선을 해오던 상황이었다. 국내 택시 중개 시장에서는 80%의 점유율을 확보한 압도적 1위 호출 사업자였고, 가맹택시 사업에서도 올 2분기 기준 2만6,000 대를 운영하며 후발주자와의 격차를 갈수록 벌려나갔다. 지난 2016년 출시한 대리 서비스도 꾸준한 수익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2017년 카카오에서 분사한 이후 줄곧 적자를 내왔지만 꾸준히 사업을 확대한 결과 지난해 영업손실 129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적자 폭을 41% 줄였고, 매출은 약 2,800억 원으로 같은 기간 167%나 성장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자연스럽게 올해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이 유력했다.

그런데도 카카오모빌리티는 단기 성과에 쫓기듯 수익을 내기 위한 무리수를 여러 차례 뒀다. 올 3월 택시 기사들을 대상으로 월 9만9,000원 유료 멤버십을 출시해 가입자와 비가입자 간 차별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 달에는 승객의 배차 확률을 높여주는 스마트호출 수수료를 최대 5,000원으로 인상하려다 거센 반발에 부딪혀 백지화했다. 또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리 전화콜 2위 업체 ‘콜마너’를 인수한 데 이어 1위 업체 ‘코리아드라이브(대리운전 1577 운영사)’와 합작사를 설립하는 등 공격적인 대리운전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외에도 퀵, 꽃 배달 등에도 진출해 무리한 수익확대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시장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의 2대 주주인 미국 사모펀드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의 압박이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TPG는 컨소시엄을 통해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분 29.6%를 확보한 2대 주주다. 카카오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TPG는 카카오모빌리티 초창기에 첫 투자자로 나서 5,000억 원을 투자했다"며 “벌써 내년이면 5년 째에 접어드는데 TPG 입장에서는 오랜 기간 묵혀둔 투자금 회수를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실상 창립멤버나 다름 없어 경영 전반에 걸쳐 TPG의 영향력이 컸고 인사에도 관여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업계에서는 기존 정주환-류긍선 공동대표 체제에서 지난해 류긍선 단독대표 체제로 바뀐 것이 TPG와 정 전 대표 간 갈등 때문이었다는 이야기도 돈다”고 전했다.

최근 벌어졌던 카카오뱅크(323410)와 카카오페이 간의 과도한 기업공개(IPO)경쟁에도 외부 투자자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페이는 외부투자자가 전략적투자자(SI)인 알리페이 뿐이지만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말 TPG와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에퀴티파트너스(앵커PE)로부터 각각 2,500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이후 두 카카오 금융 관련 계열사는 주관사 선정부터 공모가 산정까지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달 무사히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했지만 카카오페이는 지난 7월 고평가 논란에 이어 최근 금융당국 규제 이슈 때문에 IPO 일정이 자꾸 미뤄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7일 "온라인 플랫폼사가 보험, 펀드 등 금융 상품 비교 견적 서비스를 해서는 안 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리며 카카오페이의 금융업 확장에 제동을 걸었다.

다음 IPO 타자로 거론되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역시 2대 주주로 앵커PE를 두고 있어 IPO를 서두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앵커PE는 현재 카카오엔터 지분 14.05%를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엔터는 현재 웹소설 작가들에게 ‘저작권 갑질’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웹소설 공모전을 진행하면서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고 출품작의 저작권을 참가자들로부터 부당하게 가져갔다는 주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의혹을 살펴보기 위해 지난 7월 카카오엔터를 직접 찾아 현장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다만 사모펀드 업계는 카카오의 무리한 수익 확대와 선을 긋는 분위기다. 각 기업들의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로 투자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사모펀드 업계 한 관계자는 “문제가 생기자 결과론적으로 수익성만 쫓는 사모펀드의 책임론이 나오는 것 같다”며 “카카오에 투자한 사모펀드들의 이사회 참여 지분 등을 고려하면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특별히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고 말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sedaily.com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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