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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9억 이하에도 "중도금 대출 안돼요"... 분양시장 '현금부자' 잔치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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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금 대출 불가' 공공분양까지 확산
이달 분양 앞둔 LH 인천 검단 단지도
"집단 대출 불투명...자력으로 납부해야"
전문가 "실수요자 위한 핀셋 규제 필요"
한국일보

18일 오후 경기남부경찰청 헬기에서 내려다본 경기 수원시 광교신도시.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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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공공·민간분양 가릴 것 없이 중도금 대출 불가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내 집 마련에 나선 저소득 무주택자의 자금 확보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청약시장이 '현금부자'들의 잔치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내주 분양을 앞둔 인천 검단신도시(AA13-1·2 블록) 1,666가구 공공분양 입주자 모집 공고에 '금융권의 중도금 집단대출규제로 대출이 불투명하다'며 '집단대출이 불가할 경우 수분양자 자력으로 중도금을 납부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통상 분양가 9억 원을 넘지 않는 물량에 대해선 시행사가 금융기관의 집단대출을 알선하는데, 공공분양인 LH조차 대출이 어렵다고 통보한 것이다. 현행법상 분양가 9억 원 이하의 주택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보증 대상에 포함돼 집단대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전용면적 84㎡ 분양가가 3억8,000만 원~4억1,000만 원인 이번 공공분양에서도 중도금 대출이 불투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AA13-1·2 블록은 대단지에 대형 건설사가 참여해 당첨만 되면 3억 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볼 수 있어 수도권 무주택자들의 관심이 높은 곳이다. 인근 '호반써밋1차'의 경우 동일 면적 최근 실거래가가 6억5,500만 원, 호가는 8억 원대다.

하지만 중도금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예비청약자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특히 보유 현금이 없는 청년과 저소득층은 난감한 처지다. 청약에 당첨되고도 중도금을 납입하지 못할 경우 청약통장이 사라지고 10년간 재당첨기회가 박탈된다. 전세로 수도권에 거주 중인 직장인 김모(34)씨는 "이번 검단 분양을 예전부터 노렸는데 중도금 대출이 막혀 주저하고 있다"고 말했다.

LH가 중도금 집단대출 불가 가능성을 공지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최근 경기 시흥장현(A3블록·451가구), 파주운정(A17불가·561가구) 모집 공고에도 '중도금 대출이 불투명하다'는 문구를 넣었다. 경기 화성능동(B-1블록)과 화성봉담(A-2블록) 신혼희망타운 모집 공고 때는 중도금 집단대출 협약 은행을 찾지 못해 대출이 어렵다는 내용과 함께 납부기한을 연장하겠다는 내용을 문자로 공지하기도 했다.

민간분양에서는 시행사가 처음부터 "중도금 대출이 불가하다"고 못 박는 사례까지 나왔다. 이달 일반공급 1순위 청약에서 평균 228.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던 '힐스테이트 광교중앙역 퍼스트'는 분양물량 전체에 대해 중도금 집단대출 알선을 하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211가구 중 절반은 중도금 대출이 가능한 분양가 9억 원 이하라 논란이 되기도 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뜨거운 분양 열기에 미분양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데 큰 이득도 없는 중도금 대출 알선에 나설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청약시장에서 현금부자가 아닌 실수요자들은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세무회계과 교수)은 "대출 규제의 정책 방향성에는 동의한다"면서도 "현금부자 중심의 분양시장이 될 수 있는 만큼 실수요자와 무주택자를 위한 예외 조치 등 '핀셋'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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