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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지금도 힘든데…대출 절벽 더 심해진다"…은행권 가계대출 한도 목까지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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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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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에 육박하면서 추석 이후 이사철이 본격화하면 대출 보릿고개가 한층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달 NH농협은행이 주택 관련 신규 대출을 중단한 이후 다른 은행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 은행권 도미노 대출 중단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금융당국이 다음달 추가 대출 규제 도입을 준비하고 있어 일반인이 대출받기는 갈수록 어려워질 전망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16일까지 하나은행 가계대출 증가율은 5.04%로, 올해 처음으로 5%를 돌파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전 금융권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치를 5~6%로 제시한 바 있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 가계대출 증가율은 4.37%를 기록해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에 육박했다. 국민은행 가계대출 증가율은 지난 6월 말 1.48%에서 7월 말 2.58%, 8월 말 3.62%, 9월 16일 기준 4.37%로 가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 4월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율을 연간 5~6% 이내로 억제하라는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가계대출 증가율은 각각 3.94%, 2.83%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지만 지난달 농협은행이 대출을 중단한 이후 증가 속도가 빨라졌다. 가계대출 증가율이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을 넘어서자 지난달 23일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아파트 집단 대출 등 주택 관련 신규 대출을 중단한 농협은행은 가계대출 증가율이 7.38%에 달한다.

시중은행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증가를 억제하고 있지만 실수요 비중이 절대적인 전세대출 증가세는 쉽사리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신한은행을 제외하면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증가율은 모두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우리은행 전세대출 증가율은 21.39%, 국민은행은 18.43%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가계대출 증가세를 잡기 위해 앞으로 대출 한도 축소나 금리 인상이 전세대출을 향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이 대출 가수요 등을 잡기 위해 마이너스통장·신용대출 한도를 대폭 조이고 금리를 인상했는데 전체 가계대출 중 신용대출 비중이 높지 않아 가시적 효과가 크지 않다"며 "금융당국의 대출 총량 규제 방식은 결국 전세자금이나 생활안정자금이 급하게 필요한 실수요자에게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리은행은 3분기 전세대출 한도 소진을 이유로 지난달 20일 한시적으로 전세대출을 중단했다. 한도 관리 방식을 이전 분기별에서 월별로, 전행 차원에서 지점별로 바꾸면서 이달 초 재개했다. 국민은행은 전세대출 가운데 생활안정자금 대출로 나가는 상품에 대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기존 100% 이내에서 70% 이내로 하향 조정해 대출 한도를 줄였다. 전세대출도 이달 들어 우대금리 인하를 2번 실시해 금리를 총 0.37%포인트 올렸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10월 중 추가 대출 규제 발표를 준비하고 있어 대출 절벽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설정한 대출 증가율 목표치(5~6%)를 맞추기 위해 DSR 규제 확대 시행 시기를 앞당기거나 은행권보다 상대적으로 느슨한 2금융권에 강화된 대출 규제를 적용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전세대출은 증가세가 높지만 실수요자 피해를 감안해 추가 대출 규제를 시행하기는 조심스러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가계대출 수요가 급증할 수 있는 4분기를 앞두고 금융당국의 총량 규제 방식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며 "대출별로 위험도를 따지고 실수요자를 위한 것인지, 투기나 투자를 위한 자금인지 세부적으로 나눠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원칙적으로 대출 자금이 꼭 필요한 실수요자와 소득 및 신용도가 양호한 사람들에게는 대출을 해줘야 한다"며 "다만 시중에 많이 풀린 유동성 회수를 위해 금리 추가 인상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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