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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호남 경선 앞두고 이재명, 이낙연 경쟁 격화···'수박' 해석 논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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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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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지사가 22일 서울 동작소방서를 방문했다(왼쪽),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이날 전주 한옥마을을 방문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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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의 최대 승부처인 호남 경선을 앞두고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의 경쟁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이 지사는 대세론 굳히기를, 이 전 대표는 대역전을 각각 강조하고 있다. 이 지사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반박하면서 사용한 ‘수박’이란 단어를 둘러싸고 양측 간에 호남 비하 발언 논쟁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오는 25일 광주·전남, 26일 전북에서 순회 경선을 치른다. 호남지역 선거인단 20만여명의 선택에 따라 경선 승부가 결정된다. 광주·전남 권리당원과 대의원은 지난 21일부터, 전북은 22일부터 온라인·자동응답(ARS) 투표를 시작했다. 현재 이 지사는 누적투표상 이 전 대표에게 11만3000여표(21.24%포인트)차이로 앞서고 있다.

이 지사는 호남에서 자신의 대세론을 굳히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22일 서울 동작소방서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호남의 높은 민심, 국민의 합리적 집단 지성에 의해 합리적 결과를 내줄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이 지사 캠프 상황실장인 김영진 의원은 이날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대장동 사건 등이 있지만 큰 흐름에 있어서 (이 지사가)여권의 가장 강력한 후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며 “호남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선택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 측은 호남 판세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캠프 직능총괄본부장인 김병욱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호남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면서 “본선에서 이길 수 있는 후보가 누구이냐는 대의 속에서 후보를 결정하는게 호남의 민심”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 캠프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이 지사의 우위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호남에서 이재명 대세론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전북도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전북을 포함한 호남에서 제가 1위로 올라선 것으로 나타났다”며 “변화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또 “(역대 민주당 경선에서)호남은 신기루 같은 대세론에 현혹되지 않았다”며 “어떤 검증의 칼바람에도 무너지지 않을 난공불락의 후보라야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 캠프에 합류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전북도의회 회견에서 “호남에서 대통령이 나와야만 호남 출신 공무원, 기업 임직원들도 기를 펴고 살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라며 호남 정서를 자극했다. 이 전 대표 캠프 정무실장인 윤영찬 의원은 이날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이낙연 후보가 ‘결선 투표로 가게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며 “호남에서 이낙연 후보가 승리한다면 결선에서 반드시 대역전 드라마가 펼쳐질 것이라 자신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 캠프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호남에서 이 전 대표가 크게 앞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후보는 중도하차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지지세를 흡수하기 위한 경쟁도 벌였다. 정 전 총리 캠프에서 전북본부장을 맡았던 안호영 의원은 이날 이 지사 지지를 선언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북 발전을 위해 함께 해왔던 다양한 분들과 숙의한 결과 전북 시민사회단체가 결집한 기본국가전북연대 상임고문 제안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기본국가전북연대는 이 지사 지지 단체 중 하나다. 이 전 대표 캠프 윤영찬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정 전 총리가 후보직 사퇴를 하며 나에게 ‘유력 주자 중에 유일한 호남주자가 우리 이낙연 후보다’, ‘내가 지금 사퇴하는 이유가 뭔지 잘 알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호남 경선을 앞두고 경쟁이 격화되면서 이 지사의 ‘수박’ 발언을 두고 두 캠프 간의 날선 신경전도 벌어졌다. 이 지사는 전날 대장동 의혹을 제기하는 세력들을 향해 “우리 안의 수박 기득권자들”이라고 표현했다. 이를 두고 이 전 대표 캠프 대변인 이병훈 의원은 이날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수박이란 표현은 홍어에 이어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가 쓰는 용어로 5·18 희생자를 상징하는 표현”이라며 “호남인의 자존심이자 5·18 희생 영령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 캠프 정치개혁비전위원장인 김종민 의원은 “수박은 안이 빨갛다는 뜻을 지닌 전형적인 색깔론의 용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이날 동작소방서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가 ‘수박’이라고 얘기했던 것은 (스스로)개혁세력이라고 하면서 민영개발 압력을 넣은 사람들”이라며 “그게 무슨 호남과 관계가 있나”라고 말했다. 이 지사 캠프 박찬대 수석대변인도 이날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수박이라는 표현은 겉과 속의 색깔이 다르다는 의미”라며 “자꾸 수박을 호남과 연결하는 건 ‘셀프 디스’가 아닌가. 호남의 동정을 끌기 위한 무리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대장동 의혹에 대한 대응 수위를 한층 높였다. 그는 의혹을 제기하는 야당과 보수언론을 향해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제가) 공공개발이익을 환수해 국민에게 100% 돌려드리는 개발이익국민환수제를 도입할 때, (지금 민간개발 자체를 문제삼는) 기존 주장을 철회 마시길 바란다”며 역공을 했다. 대장동 의혹이 호남 경선에서 악재로 작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강공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 측은 대장동 의혹을 거론하면서도 야당의 특검과 국정조사 요구에는 선을 그었다. 이 의혹을 이 지사 공격용 소재로 활용하면서도 여당 지지층의 반발 정서를 고려해 야당 주장에는 거리를 둔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 측 김종민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비리와) 관련돼 있지 않더라도, 개발업체와 공무원 누군가의 부적절한 의혹이 나올 수도 있다”며 “대장동 문제가 어디로 튈 지 모른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 때 보지 않았냐”고 했다. 다만 야당의 특검·국정조사 요구에 대해선 “이 지사가 (비리와) 관계돼 있다는 예단을 갖고 주장한다는 점에서 근거 없는 정치공세”라며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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