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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윤석열·홍준표보다 이준석이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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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397

이준석, 합리적 보수로 진화 중

유튜브 알고리즘 ‘비과학’ 선 긋기

대선후보 경선 이준석 효과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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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대표가 9월1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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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국면에서 주인공은 대선주자들입니다. 사람들의 눈과 귀는 대선주자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쏠립니다. 여론조사도 대선주자 지지도와 가상 대결이 관심거리입니다.

추석 연휴 직전인 9월16일 전국지표조사와 9월17일 한국갤럽의 양자대결이 중요한 정치뉴스로 보도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그리고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오차범위 이내에서 막상막하의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여론조사에서 다른 수치를 눈여겨보았습니다. 바로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입니다. 전국지표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도는 8월 넷째 주 27%에서 9월 첫째 주 29%, 둘째 주 30%, 셋째 주 32%까지 올라갔습니다. 더불어민주당 34%를 바짝 추격 중입니다.

한국갤럽에서는 9월 둘째 주 28%에서 34%로 갑자기 치솟았습니다. 32%인 더불어민주당을 추월했습니다. <티비에스> 의뢰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실시한 9월 셋째 주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도는 1주일 전과 비교해 2.9%포인트가 오른 39%로 이 조사가 시작된 올해 2월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한국갤럽은 국민의힘 지지도 상승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이번 국민의힘 지지도 급등은 주초 대선 1차 예비경선 영향으로 보인다. 성향 보수층, 정치 고관심층에서 국민의힘 지지가 지난주보다 크게 늘었다. 대통령 직무 평가 변동 폭이 큰 점 역시 이와 연관된 현상으로 추정된다.

한국갤럽의 문재인 대통령 직무 평가는 9월 둘째 주의 ‘긍정 41%, 부정 52%’에서 9월 셋째 주에는 ‘긍정 36%, 부정 57%’로 급속히 나빠졌습니다. 쉽게 말해 국민의힘 1차 예비경선이 진행되면서 국민의힘 당원들이나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여론조사에 적극적으로 응답하는 바람에 문재인 대통령 직무 평가는 나빠지고 국민의힘 지지도는 올라갔다는 설명입니다. 매우 합리적인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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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저는 여기에 두 가지 원인을 더하고 싶습니다.

첫째, 홍준표-윤석열 두 사람의 ‘쌍끌이 효과’입니다.

정당은 국민의 관심과 흥미를 먹고 사는 조직입니다. 대선후보 경쟁에서 승자가 사실상 결정되어 있다면 무슨 관심과 흥미를 끌 수 있겠습니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독주하는 국민의힘보다는 윤석열-홍준표, 홍준표-윤석열 두 사람 중에서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지 알 수 없는 국민의힘이 훨씬 더 많은 관심과 흥미를 끄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2007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명박-박근혜 후보가 치열하게 싸우면서 한나라당 인기가 치솟았던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둘째, 이준석 효과입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6월 11일 전당대회에서 초대 국민의힘 대표로 선출된 뒤 불안한 리더십을 보였습니다. 여성가족부와 통일부를 폐지하자고 주장해 설화를 일으켰습니다. 여당과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덜컥 합의해 당내 반발을 불렀습니다. 대선주자 토론회를 놓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마찰을 빚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크게 보면 국민의힘에 미치는 ‘이준석 효과’는 긍정적인 면이 훨씬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이준석 대표는 합리적 보수, 개혁적 보수로 국민의힘을 진화시키고 있습니다. 지난 9월17일 이준석 대표의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보고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기자들의 질문에 앞서 이준석 대표가 발언한 내용을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좀 길지만 읽어볼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습니다.

사랑하는 국민과 당원 여러분, 국민의힘 대표 이준석입니다.

30대 당 대표의 탄생은 파격이었습니다. 그런데 벌써 100일이 지나갔습니다. 저는 주어진 책무를 엄중하게 느끼고 제 업무에 적응해 나가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당원 여러분!

여러분은 이 변화를 받아들이고 계십니까?

저는 이번 대통령선거를 승리로 이끌어야 합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오만과 독선을 심판하는 공적인 사유는 차치하고서라도, 이기적인 관점에서도 대선 승리 외에는 제가 더 성장할 수 있는 다른 정치적 지향점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매일매일 누구보다도 더 많은 고민을 하면서 대선을 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선거에서 이기는 방법은 한가지가 아닙니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길이라는 것은, 또 상대에게도 매우 익숙한 길입니다. 그래서 저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 정권과 여당의 독주와 오만을 낙동강에서 막아내는 동시에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인천에 병력을 상륙시키는 것이 우리가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첫째로 우리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떨쳐내고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유튜브라는 새로운 매체는 알고리즘을 통해서 본인이 보고 싶어 할 만한 영상을 추천해줍니다. 그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시청시간을 극대화하고, 그에 따른 광고매출을 얻어가는 구글의 비즈니스 모델과 닿아있습니다. 그것은 최대한 표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최대한 다양한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정당의 목표와는 아주 다릅니다.

결국 알고리즘이라는 것이 만들어 놓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세상”에서 여러 가지 국민 정서와 맞지 않는 개념들이 태동했습니다. “통합만 하면 이긴다.”, “내 주변에는 문재인 좋아하는 사람 없다.” “여론조사는 모두 조작이다.” “부정선거를 심판하라”와 같은 비과학적이고 다소 주술적인 성격까지 있는 언어로 선거를 바라보는 우리 지지층이 늘어날수록 정권교체와 대선 승리는 요원해진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2021년 들어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내경선, 단일화, 전당대회 등을 거치면서 유튜버들이 그렸던 시나리오가 맞아 들어갔던 적은 없습니다. 항상 결과의 반대를 예측했고, 항상 그들은 실패했습니다. 결국 보고 싶은 것만 보기 위해서 모인 100만 구독자 유튜브 시청자들은 인구의 2%가 채 안 되었다는 사실을 망각하면 안 됩니다.

저는 앞으로 당을 운영하면서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와 행동을 하는 국민들을 바라보면서 당의 노선을 정렬하겠습니다.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이 현재 진행되고 있습니다. 저는 곧 선출될 우리 당의 후보와 손을 맞잡고 공세적인 전략을 통해서 정권창출을 해보고 싶습니다. 진정한 보수라는 것은 기득권을 지키려는 보수가 아닙니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기 위한 중요한 가치와 질서이고, 대중영합주의와 선동가들 사이에서 그것을 굳건하게 지켜내는 것이 진짜 보수입니다. 유통기한이 다 되어가는 반공 이데올로기와 산업화에 대한 전체주의적 향수로 지지층을 결집하는 과거의 전략으로 선거에 임하고 싶지 않습니다. 새로운 가치와 질서를 지키고 강화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트렌드에 맞춰서 가야 하고 새로운 과제는 꾸준히 앞으로도 발굴해나가야 합니다.

둘째로 민주당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개혁의 진도를 빼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만들어내는 그런 변화는 불가역적이어야 합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20대와 30대가 보여줬던 우리 당에 대한 열렬한 지지는 아직 견고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지난 2007년 대통령선거에서 젊은 세대의 높은 지지를 받았던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직후 발생한 광우병 사태 속에서 젊은 층의 지지를 잃어버린 뒤 퇴임 시점까지 다시는 그 지지세를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젊은 층의 열렬한 지지 뒤에 따르는 것은 그보다 높은 기대치입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에 4번의 선거 패배 이후 한번 이겼다고 저희가 자만하고 변화와 개혁에 대한 의지가 약해진다면 젊은 세대는 언제든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지난 100일 동안 정말 여러 가지 일이 있었습니다. 물 위로 크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제가 제안하고 약속했던 변화 중에서 가장 많은 조직적 저항에 부딪혔던 것은 공직후보자 기초자격시험이었습니다. 대통령선거에서 이겨야 하는데 왜 지방선거와 관계있는 이슈를 자꾸 언급하느냐는 타박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을 애초에 이분법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선출직 공직자가 되고 싶은 당원들이 거만한 모습을 버리고 당협위원장을 위한 충성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역량 강화를 위해 자기계발을 하는 모습으로 변화하는 것을 싫어하는 국민은 없습니다. 다만 우리 기득권에 물든 정치인들이 거부하고 있는 변화일 뿐입니다.

저는 대표가 된 뒤 대표가 당연히 행사할 수 있는 대변인 선임에 대한 권한을 행사하지 않았습니다. 당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더 많은 젊은 세대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제가 내려놓을 수 있는 권한이 있다면, 그리고 내어놓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항상 그렇게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당의 구성원들께서도 자발적으로 자신이 가진 권한을 조금씩 내려놓아 주십시오. 지역의 시도당과 당원협의회도 정당정치의 핵심인 공직후보자 추천에서 더 열린 사고를 가져야 합니다. 공직후보자 역량 강화를 부담스러워하는 당원들이 대선을 앞두고 열심히 활동하지 않을 것을 우려해서 개혁에 반대하기보다 지금까지 폐쇄적인 정당의 운영 속에서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야망 있는 정치지망생들이 더 많이 참여할 것이라는 진취적인 기대를 해야 합니다.

셋째로 우리의 언어는 공유와 참여, 개방이 되어야 합니다. 정당 운영에서 비효율이 많다는 것을 우리는 인정해야 하고, 세상은 바뀌는데 정치권만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제 선거문화는 많이 바뀌었습니다. 젊은 층이 주력 지지층이 된 우리 당은 자유롭게 중간결과물을 공유하고, 그에 자발적인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오픈 소스 문화, 그리고 지지자들이 집단지성으로 만들어나가는 선거문화를 적극 수용해야 합니다. 앞으로 우리가 발표하는 정책은 여의도 언저리에 있는 정치권과 가까운 교수들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되고, 우리가 만드는 선거 전략과 홍보물은 정당 가까이에 있는 선거 컨설턴트들의 검증 안 된 망상이 아닌 우리를 사랑하는 지지자들의 진정성 있는 십시일반으로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협치에 있어서도 전환된 자세를 보여야 합니다. 어제는 송영길 대표와 100분 토론이 있었습니다. 여야 대표가 거침없이 만나서 정치 과제를 논의하고, 때로는 꽉 막힌 정치현안에 대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면서 여의도 어딘가의 한정식집 방 안에서 이뤄지는 물밑교섭이 아닌, 논리와 근거를 가지고 공개적인 장소에서 이뤄지는 물 위 토론을 국민에게도 선보이고 싶었습니다. 정치개혁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새 정치요, 상대가 헌정치라는 오만과 독선, 손가락질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를 존중하고 상대와 함께할만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면 그것을 기반으로 다만 조금 더 상대보다 빠르고 창의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면 점진적인 정치문화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정당이 될 수 있습니다.

내일을 준비하는 국민의힘은 항상 과감한 자세로 정치개혁을 선도해 나가겠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저 이준석, 지난 관훈토론에서 언급했던 파부침주의 자세로 불가역적인 정치개혁을 완성해서 다가오는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어떻습니까? 저는 그동안 우리나라 보수 야당이 집권 가능한 정당으로 되살아나기 위해서는 극우 세력이나 태극기 부대와 결별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글을 쓴 일이 있습니다. 영화 <127시간>의 주인공처럼 팔을 잘라내는 고통을 견뎌내야 비로소 살아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준석 대표가 바로 그런 결단과 각오를 밝히고 나선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른바 보수 정치인이나 보수 논객, 그리고 보수 성향 유권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극우 성향 유튜브의 알고리즘 기능에 중독된 상태입니다. 그런데 이준석 대표가 바로 그 유튜브 알고리즘의 폐해를 정확히 비판했습니다.

이준석 대표는 극우 성향 유튜브와 황교안 전 대표 등 당내 일각에서 주장하는 ‘여론조사 조작’과 ‘4·15 부정선거’를 ‘비과학적인 언어’라고 통렬하게 비판했습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20대와 30대가 보여줬던 열렬한 지지는 아직 견고하지 못하다”거나, “공유와 참여, 개방이 우리의 언어가 되어야 한다”는 대목도 정곡을 찌른 지적입니다. 놀라운 통찰력입니다.

이준석 대표의 이런 진취적 태도는 최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의 언행과 비교하면 더욱 더 돋보이는 것이기도 합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추석 연휴에 경남 진주와 창원의 전통시장을 방문했습니다. 음식을 받아먹었습니다.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두 팔을 번쩍 들고 “정권교체”를 외쳤습니다. 전직 검찰총장이라는 사람이 어설프게 기존 정치인 흉내를 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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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8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어시장을 찾아 상인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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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홍준표 의원은 9월20일 느닷없이 성남시 대장동 개발 현장을 찾아갔습니다. 홍준표 의원 자신은 이재명 경기지사를 저격하기 위한 정치적 행동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의 처신치고는 너무나 가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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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의원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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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을 합리적 보수, 개혁적 보수로 진화시키기 위한 이준석 대표의 노력이 말로만 하는 것이라면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준석 효과’는 국민의힘 경선판에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큽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은 지금 2차 컷오프가 진행 중입니다. 8명의 후보를 10월8일 4명으로 압축합니다. 그리고 4명이 본경선을 치러 최종 승자를 11월 5일 결정합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경선 규칙이 매번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지난 9월15일 발표한 1차 컷오프에는 일반 국민 여론조사 80%, 책임당원 여론조사 20%를 반영했습니다. 누가 1위를 차지했는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홍준표 의원이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전 총장은 책임당원 여론조사에서 앞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책임당원 여론조사는 이준석 대표가 선출된 6월11일 전당대회 이전의 기존 책임당원들을 대상으로, 그것도 연령대별 할당 방식으로 진행한 것입니다. 국민의힘 기존 책임당원들은 50대 이상이 70%를 넘을 정도로 고연령층이 많습니다.

그런데 10월 8일 발표되는 2차 컷오프에서는 책임당원 비중이 30%로 높아지면서 ‘책임당원 여론조사’가 아니라 ‘책임당원 투표’로 바뀝니다. 그것도 8월 31일 기준으로 당비를 1회 이상 납부한 책임당원은 누구나 투표권을 갖게 됩니다.

따라서 6월11일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대표가 선출된 뒤 무더기로 쏟아져 들어온 국민의힘 신규 당원들이 투표할 수 있습니다. 6월11일 이전 국민의힘 기존 책임당원은 28만명 정도였는데, 6월11일 이준석 대표가 선출되는 것을 보고 무려 15만명이 새로 입당했습니다.

이 사람들은 국민의힘 기존 당원들과 달리 개혁적 보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일 가능성이 큽니다. 연령대도 20~30대 젊은 층이 절반 정도를 차지합니다. 그리고 11월5일 발표되는 본경선에서는 책임당원 투표 비중이 무려 50%로 높아집니다. 9월30일 기준으로 당비를 1회 이상 납부한 책임당원은 모두 투표권을 갖게 됩니다.

6월11일 이후 국민의힘에 새로 입당한 책임당원들의 파워가 갈수록 막강해지는 구조입니다. 결국 개혁적 보수 성향을 가진 20~30대 책임당원들이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이들이 과연 홍준표 의원을 좋아할까요, 아니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좋아할까요?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이준석 대표는 9월17일 <와이티엔>과의 인터뷰에서 이 부분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어제 여덟 분 후보들이 토론을 했고요. 이제 2차 컷오프 그리고 최종 후보 선출이 남았는데 그때는 경선룰이 조금 달라지죠. 당원 표심이 30%, 50%로 올라가는데 이 룰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유리한 거 아니냐, 이런 불만들이 당내 후보들 사이에서도 있지 않았습니까? 이 갈등은 정리가 된 겁니까?

[이준석] 당원 투표 비율 같은 경우에는 저희가 확정을 했기 때문에 이건 변화가 있을 수 없고요. 다만 저희가 이번에 1차 경선에서 당원 비율이 반영된 것은 20%이고 그리고 샘플링 여론조사 방식입니다.

그러니까 여론조사를 통해서 우리 당원 중에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신 분들에 대해서 조사를 한 것이거든요. 그리고 그걸 연령대로 맞춰서 보정해서 내놓은 결과표가 이번에 반영된 겁니다.

그런데 당원 투표로 가게 되면 당원 여론조사와 다르게 투표 성향이 강한 계층과 세대와 지역이 따로 나오게 됩니다. 그러면 그런 지역이나 세대에서 몰표를 받은 후보들이 조금 더 유리해질 수 있는 국면이 있고 3개월 동안 당비를 납부했던 1차 컷오프 같은 경우에는 전당대회 이후에 가입한 당원들은 반영되지 않은 겁니다.

그런데 지금 저희가 28만 당원 정도가 원래 있었는데 15만 명 가까운 신규 당원이 생기면서 그리고 이분들의 대다수는 온라인 당원이기 때문에 투표 성향이 높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지금 있었던 표만큼의 새로운 표가 생겼기 때문에 이분들의 표심이 어느 방향으로 가느냐. 전당대회 이후에 당에 가입하시는 선택을 하신 분들은 전당대회 이전에 당에 가입하신 분들이랑 당심에 있어서 판이한 성향을 보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거든요.


어떻습니까? 저는 6월11일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대표가 선출되는 것을 보고도 국민의힘이 당분간 개혁적 보수, 합리적 보수로 진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대표 한 사람 바뀐다고 정당의 체질이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본 것입니다.

그런데 이준석 대표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제가 잘못 본 것입니다. 이준석 대표 선출 이후 새로 입당한 신규 당원들이 과연 우리나라 보수 정당과 보수 세력의 몇 가지 고질을 치유할 수 있을까요? ‘색깔론’, ‘영남 패권주의’, ‘자본 기득권 주의’, ‘반정치주의’ 같은 오래된 질병 말입니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정당의 주인은 결국 당원들입니다. 정당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도 당원들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국민의힘 앞날은 밝아질 수 있을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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