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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27년전 친구 구하다 숨진 10대… 법원 “현충원 안장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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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국립묘지 안장거부’ 소송 1심 패소
법원 “의사자 인정됐어도 안장거부 적법”
한국일보

추석연휴를 사흘 앞둔 15일 오후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은 한 유가족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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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전 물에 빠진 친구를 구하려다가 목숨을 잃고 의사자로 인정된 10대 소년 유족이 국가보훈처의 국립묘지 안장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 정상규)는 A씨 유족이 국가보훈처장을 상대로 “국립묘지 안장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1994년 7월 경북 봉화군의 한 계곡에서 친구 5명과 물놀이를 하던 중 튜브를 놓치고 허우적거리던 친구를 구하기 위해 수심 1.8m 물에 뛰어들었다가 친구와 함께 목숨을 잃었다. 그의 나이 17세였다. 보건복지부는 2005년 A씨를 의사자로 인정했다.

A씨 유족은 2019년 보건복지부를 통해 국립서울현충원에 그를 안장해줄 것을 국가보훈처에 신청했으나, 국가보훈처 안장대상심의위원회는 그가 안장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안장 비대상’ 심의 결과를 통보했다. 유족은 보훈처 결정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제기했으나 재차 청구가 기각되자 지난해 4월 행정소송을 냈다.

그러나 1심 법원 역시 보훈처 결정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유족은 재판 과정에서 “A씨와 유사한 사례의 의사자를 국립묘지 안장 대상자로 인정한 적이 있는데도 A씨의 안장을 거부한 것은 비례 원칙에 위반되고,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하지만 국립묘지법의 입법 목적이나 관련 규정을 종합해 볼 때 보훈처 결정에는 위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립묘지법은 국가나 사회를 위해 희생·공헌한 사람의 충의와 위훈의 정신을 기릴 목적으로 한다”면서 “구조행위 당시 상황, 동기, 피구조자와의 관계를 살펴 사회 귀감이 되도록 하는 게 합당한지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국립묘지법에선 순국선열과 애국지사, 군인, 경찰관, 소방공무원 등의 국립묘지 안장을 규정하고 있다"며 "비록 A씨가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를 구하다가 사망에 이른 것이라 하더라도 (안장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에 비례 원칙 위반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A씨와 유사 사례에서 안장 대상자로 결정된 경우가 있다고 해도, 구체적인 당시 상황은 사안별로 달라질 수밖에 없기에 그 결과만을 단순 비교해 이 사건 처분이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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