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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구멍뚫린 청년취업①] 이직 청년 75%가 '자발적 퇴사'…실업급여는 '그림의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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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정부가 청년층의 취업을 돕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과 적지않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들이 많다. 정부의 청년층 취업지원제도의 실태와 문제점을 짚어보고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해 본다.

[세종=뉴스핌] 성소의 기자 = # 서울 용산구의 한 중소기업 회사에 다니던 A씨(26)는 지난 해 말 회사를 관뒀다. 수당 없이 반복되는 야근에 지치던 차에 상사가 폭언을 시작하자 퇴사를 결심했다. A씨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고용시장이 얼어붙은 시기에 퇴사를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지만 "아직 어리다"는 주변의 조언을 듣고 결국 회사를 나왔다. A씨는 공백 기간 동안 나오는 실업급여로 이직준비에 전념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관할 고용노동센터에 연락해 보니 "실업급여 대상자가 아니다"는 말을 들었다. 자발적으로 퇴사했다는 이유였다.

A씨처럼 코로나19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실업 상태로 지내는 청년 인구도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퇴사한 청년 중 실업급여를 받는 비율은 매우 낮은 게 현실이다. '자발적 퇴사자'는 실업급여 수급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 실업급여 미수급자 20%는 청년층…다른 연령층보다 높아

코로나19 이후 회사를 나온 청년들은 많아지고 있지만, 실업급여를 받는 청년들은 낮은 수준으로 확인됐다.

청년유니온 조사 결과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고용보험 피보험 자격을 상실한 청년(15∼29세)은 187만명에 달한다. 그러나 실업급여 수급 자격을 인정받은 사람은 24만6000명에 불과했다. 퇴사한 청년 중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은 13%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뉴스핌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고용시장 동향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나쁜 수준을 기록한 가운데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시민들이 실업급여 수급자격 신청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지난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 수는 2690만4000명으로 전년대비 21만8000명 감소해 1998년 이래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실업자 수는 전년대비 4만5000명 늘어난 110만8000명으로 2000년 이후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1.01.14 mironj1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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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연령대와 비교했을 때에도,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청년층(19~34세) 인구는 3.6배 정도 더 높게 나타난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지난 2월 발표한 '청년층 실업급여 적용 방안'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비율은 10대가 12.8%, 20대가 21.4%에 달한다. 다른 연령대가 5%(30대 4.8%, 40대 1.9%, 50대 2.0%, 60대 이상 0.7%)를 넘지 못하는 것에 비해 높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자발적 퇴사' 비율이 청년층에서 더 높게 나타나는 이유로 분석한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위원은 "노동시장에 있어서 첫 취업단계에 있는 청년이 자발적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이 나타난다"며 "충분한 정보 없이 취업해서 퇴사를 하는 경우도 있고, 조사를 해보면 임금과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이 맞지 않아서 퇴사를 하는 경우가 50% 정도 나온다"고 말했다.

◆ 청년층 이직자 76%는 자발적 이직자…실업급여 사각지대

실업급여는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가 실직했을 때 정부에서 소정의 급여를 지원해주는 제도다. 고용보험을 적용한 사업장에서 18개월 동안 180일 이상 근무하다 권고사직 혹은 정리해고된 경우 퇴직 전 평균 임금의 50%를 실업급여로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자발적 이직자는 실업급여 수급 자격이 제한된다. 고용보험법 58조에 따르면 '중대한 귀책사유로 해고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이직 혹은 전직자는 자격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자발적 이직이라도 예외규정인 시행령 101조 2항에 따라 구직급여 수급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예외규정 적용자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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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중구 장교동 청년일자리센터에서 청년들이 취업공부를 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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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를 하는 청년 10명 중 7~8명은 정리해고나 권고사직 등의 이유보다는 자발적으로 관둔다.

2019년 8월 기준 자발적으로 이직하는 청년층(19~34세) 인구는 82만8000명(약 75.9%)으로 집계됐다. 일반적인 중년층의 자발적 이직 비율은 40~60% 사이를 웃돈다. 다른 연령대에 비해 청년층에서 유독 자발적으로 퇴사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것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내놓은 '청년핵심 정책 대상별 실태 및 지원 방안 연구Ⅲ'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들의 이직 이유 중 '임금과 사내 복리후생'이 23.9%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직장 상사 등 근무환경이 20.4%로 뒤를 이었다. 여기서 '근무 환경의 문제'란 장시간 근로,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직장 내 괴롭힘 등을 가리킨다.

◆ 박용진 "자발적 이직자도 실업급여 주자" vs 전문가들 "실현되기 어려워"

자발적 이직으로 실업급여의 자격을 제한하는 조치를 일부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한 대선 공약도 쏟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지난 8월 5대 청년세대 맞춤공약을 발표하면서 자발적 실업자에 대한 실업급여 수급권을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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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인 박용진 의원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선 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2021.09.09 leeh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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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의원은 "자신의 선택에 따른 직업의 변경이 일반적인 일이 됐음에도 우리나라 고용보험은 자발적 실업을 보호하지 않고 있다"며 "자발이니, 비자발이니 구분하여 실업급여를 인정하는 것은 낡은 인식이다. 이미 독일, 프랑스, 일본 등 해외 많은 나라도 자발적 실업자에 실업급여를 지급하면서 보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자발적 이직자에게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24개국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지난해 12월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중 자발적 이직자의 실업급여 수급 제한을 둔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13개국에 불과했다.

그러나 고용보험 기금 고갈 문제와 보험료율 인상 문제 등이 잇따라 현실 가능성은 낮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연구위원은 "청년층만 감안하면 정보부족 문제도 있고 커리어를 찾아과는 과정이라 지원해줄 수 있으면 좋지만 워낙 이직이 잦다는 게 문제"라며 "첫 일자리에 있어서도 근속기간이 1년 6개월 정도 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를 고려하면 5년동안 적어도 2~3번 정도 이직이 발생할 건데 고용보험기금 고갈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발적 이직의 경우, 청년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적인 고용보험 기금 문제인데다 청년만 특례로 풀어줄 수 있을 지에 대한 문제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 실업급여 지급건수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실업급여 길을 열어주면, 고용보험 기금에 문제가 생길 것"으로 우려했다.

soy2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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