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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118개 지네발' 카카오 키운 정부, 이젠 감시망 좁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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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4일 오후 서울 시내에 서 있는 카카오T 택시.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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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와 같은 플랫폼 기업은 시장의 다른 작은 기업을 사들이거나 새 계열사를 세우는 등의 방식으로 몸집을 키워 왔다. 시장 경쟁을 규율하는 공정거래위원회는 그동안 플랫폼 기업이 공격적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데 별다른 제동을 걸지 않았다. 성장 산업에서의 기업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지금은 분위기가 다르다. 플랫폼 기업의 사업 확장에 감시망을 촘촘히 좁히고 나섰다.

22일 공정위에 따르면 최근 주요 플랫폼 기업의 기업결합은 대부분이 경쟁 관계가 없는 기업 간의 ‘혼합결합’이다. 은행과 은행 간의 인수합병(M&A)처럼 경쟁 관계에 있는 기업의 ‘수평결합’이나, 자동차 생산업체와 자동차 부품업체 간의 M&A와 같이 의존 관계가 있는 기업의 ‘수직결합’과 다르다. 혼합결합은 이른바 ‘경쟁제한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공정위가 카카오모빌리티의 온라인 차량 대여 플랫폼 사업 ‘딜카’ 인수를 혼합결합으로 보고 승인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7년까지만 해도 63개의 계열사를 뒀던 카카오는 이런 기업결합 등을 통해 올해 118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대기업 중 자산 규모로는 18위이지만, 계열사 수로는 SK(148개)에 이은 2위다.



결합 승인, 승인…그동안 기업은 지배력 키워



중앙일보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공정거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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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플랫폼 기업의 혼합결합이 공정위 심사 때는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수차례의 결합이 이어지면서 여러 시장에 걸친 거대 ‘복합지배력’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공정위는 전혀 다른 영역의 기업결합이 경쟁제한성이 없다고 보고 승인했고, 플랫폼 기업은 기존의 거대 플랫폼을 이용해 사업 영역 간 연결성을 키워 왔다.

또 플랫폼 기업이 소규모 스타트업을 인수하면서 공정위 신고 대상에서 빠지거나 심사를 받더라도 비교적 손쉽게 승인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문제다. 이에 공정위는 올 연말부터 기업 규모뿐 아니라 거래금액도 따져 기업결합 신고를 받을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취득회사 또는 피취득회사 가운데 한쪽의 자산·매출액이 3000억원 이상이고, 다른 쪽의 자산·매출액이 300억원 이상인 경우에만 신고를 받아 심사했다.

앞으로는 국내 시장에서 월간 100만명 이상에게 상품·서비스를 판매·제공하는 회사를 6000억원 이상의 가격에 M&A할 경우 기업결합 심사를 받아야 한다. 국내 연구개발(R&D) 시설 임차·연구 인원 활용 등 관련 예산이 연간 300억원 이상인 회사도 기업결합 심사 대상에 들어간다.

아울러 공정위는 이르면 내년 초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기업결합 심사기준 보완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다.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지배력을 평가할 수 있는 요소, 관련 시장 획정 방식, 결합 유형별 경쟁 제한성 판단 방법 등을 연구해 기존의 기업결합 심사기준을 전반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취지다.

정부의 규제로 기업의 혁신 성장을 막지 않겠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결합을 통해 혁신을 촉진하고 소비자 후생을 증진할 수도 있는데 정부가 섣부르게 기준을 강화해서 (기업결합이) 안 된다고 해버리면 오히려 시장을 죽이는 결과가 초래된다”며 “해외 경쟁 당국의 사례를 봐가며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불공정’ 따로 정한다



플랫폼 시장에서 어떤 행위가 불공정 행위인지 기준을 제시하는 ‘온라인 플랫폼 분야 단독행위 심사지침’도 제정해 이르면 다음 달 발표한다. 현재 공정위는 1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3개 이하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75% 이상인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하고, 이들의 시장지배력 남용 행위를 제재하고 있다.

플랫폼 기업의 시장점유율을 평가할 때 매출액뿐만 아니라 플랫폼별 특성에 맞게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 수, 앱 마켓 선(先)탑재 비율, 페이지 뷰 등을 종합적인 평가 요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침에 담을 방침이다. 과거 공정위의 법 집행 과정에서 드러난 불공정 유형도 예시와 함께 제시한다. 자사 우대·멀티호밍(다른 플랫폼 이용) 차단, 최혜국대우(다른 플랫폼과 가격 등 동일 요구)·끼워팔기 등의 4가지 유형이 대표적이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검색 알고리즘을 인위적으로 바꿔 자사 상품·서비스를 우선 노출한 네이버쇼핑·동영상에 대해 과징금 267억원을 부과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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