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산업부 '동상이몽'… 4분기 전기요금, 8년 만에 전격 인상?

한전, 4분기 전기요금 23일 발표
올해 연료비 크게 올라...한전 적자도 부담
인상요인 많지만 인플레 부추길 우려도

한국전력 본사 전경

정부와 한국전력이 올해 4분기(10~12월)에 적용될 전기요금의 인상 여부를 23일 발표한다. 발전 연료비 상승 추세와 한전의 적자 등을 고려하면 전기료가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실제 전기료가 오르면 2013년 11월 이후 약 8년 만의 인상이 된다.

2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전은 다음 달 1일부터 적용하는 4분기 전기요금을 23일 오전 8시 홈페이지에 공고한다.

앞서 한전은 추석 연휴 직전 주무부처인 산업부에 4분기 전기요금 변동안을 제출했다. 산업부는 이를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한전의 전기요금 변동안을 적용할지 아니면 유보할지를 결정한다. 산업부는 올해 초부터 오른 연료비 상승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해야 한다고 보지만, 기재부는 물가 관리를 내세워 동결 필요성을 내세우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은 올해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한 직후 1분기 전기요금을 ㎾h당 3.0원 내렸다. 이후 2분기와 3분기에도 1분기와 같은 수준으로 요금을 동결했다. 연료비 상승으로 전기료를 인상해야 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 사정과, 높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2개 분기 연속 전기요금을 동결한 것이다.

하지만 연료비 연동제 도입 취지가 전기요금 산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자는 것인데, 정부가 여기에 인위적으로 개입해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에 업계에서는 4분기 전기요금은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분위기다. 4분기 전기요금은 지난 6~8월 연료비를 토대로 결정되는데, 해당 기간 두바이유 평균가격은 배럴당 71달러로 올해 초 평균 55달러와 비교하면 29.1%나 상승했다. 더욱이 연료비에 손익이 크게 좌우되는 한전은 올해 2분기 7,000억 원 넘는 영업손실을 내 전기요금을 또다시 동결하기에는 부담이 큰 상황이다.

다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하는 등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점은 전기요금 인상의 걸림돌이다. 전기요금 인상은 전반적인 물가를 자극해 서민경제 어려움을 가중할 수 있어서다.

정부 관계자는 "물가상승 압력도 상당하고, 발전 연료비 상승 역시 큰 부담이 되는 상황임에 틀림없다"면서 "산업부와 기재부 모두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