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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 숨은 적, 이젠 자폭드론이 창문으로 들어가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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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 아파트와 건물 등 시가지에 매복하고 있다. 어떻게 공격해야 할까. 먼저 포병의 화력지원을 받은 뒤 탱크나 장갑차를 앞세운다. 보병이 투입돼 직접 적과 총을 겨누고 싸우는 게 요즘 전투 방식이다. 인명 피해와 장비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앞으론 드론과 로봇이 선두에서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세상이 온다. 지난 16일 강원도 인제의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에서 이뤄진 아미 타이거(Army TIGER) 4.0 전투실험에서 육군이 미래를 보여줬다. 육군은 21세기 전쟁터를 어떻게 지배할까 고민하면서 아미 타이거 4.0을 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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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강원도 인제군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에서 Army TIGER 4.0 전투실험이 진행된 가운데 군 관계자들이 전투수행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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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 타이거 4.0은 육군(Army)과 4차 산업혁명 기술로 강화한 지상군 혁신적 변화를 의미하는 영문의 앞글자를 딴 TIGER(Transformative Innovation of Ground forces Enhanced by the 4th industrial Revolution technology) 글, 4세대 첨단과학기술을 의미하는 4.0의 합성어다.

첨단 기술을 접목해 인공지능(AI) 기반의 지능화, 전 제대가 차량과 장갑차로 움직이는 기동화, 모든 전투체계를 연결하는 네트워크화가 특징이다.

육군은 이날 드론봇(드론과 로봇의 합성어) 전투체계와 워리어플랫폼도 선보였다. 드론봇은 병력과 드론ㆍ로봇의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다. 워리어플랫폼은 야시경ㆍ조준경ㆍ방탄복으로 개별 전투원의 전투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각종 장비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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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강원도 인제군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에서 Army TIGER 4.0 전투실험이 진행된 가운데 드론과 차륜형 장갑차 등이 시연을 보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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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봇·워리어플랫폼, 미래전장 바꾼다



가상 전투상황. 적이 점령한 시가지를 공격해만 한다.

먼저 초소형 드론을 먼저 날려 보냈다. 사람 손바닥 크기 정도로 작아 잘 보이지 않고 소음도 적어 조용히 날아다니며 건물 구석구석에 숨은 적을 찾아냈다. 적은 1개 소대 규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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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탑재형 120㎜ 자주박격포(차량탑재형 105㎜ 자주곡사포 모의)가 화력 지원을 한다. 지능화된 Army TIGER 4.0은 지휘관이 최적화된 타격 수단을 선택할 때 도움을 준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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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병이 쏜 포탄이 시가지를 덮쳤다. 지휘관은 드론을 투입했다. 정찰 드론 4대는 실시간으로 하늘에서 내려다본 공격 지점 영상을 지휘소로 보내줬다.

지휘소는 건물이 아니다. K808 차륜형 장갑차를 개조한 K877 차륜형 지휘소 차량이다. 움직이는 차 안에서 지휘관이 모니터에 나타난 전장 정보를 보며 명령을 내렸다.

AI는 영상에서 무장한 사람이나 움직이는 동물, 장애물을 구분해 모니터에 띄웠다. 지휘관은 화면에서 동물은 청색, 적은 적색으로 구분된 표식을 쉽게 보며 공격 대상을 쉽게 판단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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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찰드론을 띄우면 적의 움직임을 포착하기 쉽다. 드론을 활용하면 병력을 직접 투입하지 않고도 넓은 지역을 정찰하고 탑재한 소총으로 공격도 가능하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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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찰 드론과 함께 날아온 소총 사격 드론 2대는 옥상에 숨어있는 적 경계병을 사살했다.

지뢰탐지 드론은 지상 2m 위를 스치듯 날아가며 도로에 매설된 금속성 물체를 탐지했다. 예전 같으면 사람이 위험을 무릅쓰고 직접 지뢰탐지기로 훑어야만 한 상황이었다. 당연히 이때 적에게 공격받을 위험이 크다.

지뢰탐지 드론이 시가지로 들어가는 다리 위의 지뢰와 철조망을 식별했다. 그러자 연막탄을 터뜨린 뒤 K600 장애물 개척 전차가 굉음을 내며 돌진했다. 지난해부터 실전 배치를 시작한 이 전차는 포클레인의 버킷과 불도저의 날로 무장했다.

K600은 K808 차륜형 장갑차 1대의 엄호 속에 철조망을 걷어내고 지뢰를 제거했다. 앞을 막고 있던 차량도 가볍게 도로 밖으로 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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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강원도 인제군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에서 Army TIGER 4.0 전투실험이 진행된 가운데 시가지 전투를 벌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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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갑자기 옥상의 적 병력의 사격에 정찰 드론이 추락했다. 지휘관은 소총 사격 드론을 1대 더 보냈다. 소총 사격 드론은 원거리 조준으로 적을 제압했다.



병력 투입 앞서 드론 침투해



정찰 드론과 초소형 드론은 끊임없이 시가지를 탐색하면서 적 지휘 차량 1대와 건물 내부의 적 병력을 발견했다. 초소형 드론의 열상감시장비가 건물 안에 숨어 있는 적 병력을 속속 잡아냈다.

유탄 발사 드론으로 적 지휘 차량을 파괴했다. 주변을 정찰하던 소형자폭 드론은 창문으로 들어가 폭발하며 건물 내부의 적 병력을 제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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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강원도 인제군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에서 Army TIGER 4.0 전투실험이 진행된 가운데 시가지 전투를 벌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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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위협요소가 사라지자 K808 차륜형 장갑차 2대가 잔적 소탕을 위해 나섰다. 이 차량 1대엔 1개 분대(9명) 병력이 탄다. 모든 장병은 워리어플랫폼으로 무장했다.

직충돌형 소형 드론이 건물 출입구로 돌진한 뒤 자폭하면서 문을 열었다. 다목적 무인 전투차량이 기관총으로 건물 밖으로 뛰쳐나간 적을 공격했다.

장갑차에서 내린 아군 병력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초소형 드론은 건물 내부의 적 상황을 아군 병력에 계속 알려줬다. 적은 아군의 위치를 모르지만, 아군은 적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었다. 사실상 게임오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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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강원도 인제군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에서 Army TIGER 4.0 전투실험이 진행된 가운데 지하 공동구를 통해 침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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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전투실험 부대 지휘관인 25사단 대대장 임창규(46) 중령은 “첨단기술이 접목된 아미 타이거 4.0은 미래 전장을 압도할 육군의 빠르고 치명적인 전투체계”라고 자랑했다.



드론으로 ‘탐지·수색·공격’ 모두 가능해



이어 취재진이 워리어플랫폼의 전투 장비를 착용하고 건물 지역에서 전투체험을 했다. 공격팀과 방어팀이 공포탄을 쏘며 시가전을 벌였다. 전투체험의 상황과 결과는 KCTC 통제실에서 바로 보내진다. 누가 누구에게 어느 정도의 피해를 줬는지가 그대로 나온다.

또 조준경ㆍ확대경ㆍ표적지시기 등 워리어플랫폼을 장착한 K2C1 소총으로 사격할 기회가 있었다. 먼저 워리어플랫폼이 없는 소총을 쏴봤다. 탄착군이 표적 밖에 모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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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워리어플랫폼의 각종 장비와 장구를 설명한 도표. [자료 육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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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조준경ㆍ확대경을 장착한 총으로 사격했다. 표적이 큼지막하게 보였다. 탄착군이 정중앙 쪽으로 모여졌다.

마지막으로 표적지시기로 쏴봤다. 조준경에서 눈을 떼고 녹색 레이저 점이 보이는 곳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조준경으로 노려 보지 않고도 쉽게 표적 방향으로 정확한 사격이 가능했다.

워리어플랫폼 장착 소총으로 사격하면 명중률이 올라가고, 사격 속도도 빨라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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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강원도 인제군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에서 Army TIGER 4.0 전투실험이 진행된 가운데 근력증강로봇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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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하고 있는 근력증강로봇이 완성되면 워리어플랫폼은 날개를 달게 된다. 이 로봇은 사람이 입는 외골격 형태다. 험준한 산을 뛰어다니고, 오랜 시간 행군을 하거나, 무거운 짐을 들고 다녀도 전혀 힘들지 않게 해주는 기능을 갖췄다.



워리어플랫폼 갖추면 누구라도 명사수



육군의 아미 타이거 4.0은 아이언맨(강화외골격)이나 터미네이터(전투 로봇)와 같은 SF 영화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아군의 피해를 줄이면서 적을 압도할 무기들이었다. 또 충분히 개발하고 배치할 수준의 기술들이었다.

육군은 지난해부터 KCTC에서 보병대대와 보병여단을 투입해 아미타이거 4.0의 전투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육군은 2023년까지 전투실험을 끝내고 2024~25년 차륜형 장갑차 2개 대대 규모로 시험 운용한 뒤 단계적으로 여단과 사단급으로 아미 타이거 4.0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철재ㆍ박용한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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