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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슈 류현진 MLB 활약상

4년전으로 돌아간 류현진, 어떻게 봐야할까 [김재호의 페이오프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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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이 글은 현재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는 토론토 블루제이스 선발 투수 류현진(34)의 정확한 몸 상태에 대한 정보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공개된 정보만을 바탕으로 쓰는 글이라는 점을 밝히고자한다.

왜 이런 전제를 하느냐면, 결국 '그러지 않던 선수가 갑자기 부진하는 것'은 십중팔구 몸 상태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매캐닉'이라 부르는 투구 동작의 문제들도 몸 상태에서 오는 문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류현진은 현재 목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라 있다. 그러나 이 부상 내용을 정확한 믿는 이는 아무도 없다. 심지어 한 매체는 "등판을 피하기 위한 핑계"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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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은 2017년 이후 가장 나쁜 투구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AFPBBNews = News1


선수는 억울할지도 모른다. 그는 지난 월요일까지 공을 잡지않고 휴식과 치료에 집중했다. 최소한 '꾀병'은 아니라는 뜻이다. 지금이 '꾀병이 아닌척 연기할' 그런 여유가 있는 시기도 아니다. 최소한 '4일 쉬고 등판을 준비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은 아니었다.

목부상은 휴식을 위한 명분이 됐다. 다른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정확한 것은 선수 자신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지난 미네소타와 홈경기 이후 선수는 "몸에 이상없다"고 말했고 감독도 "불만을 듣지못했다"고 말했다. 당장 구속이나 이런 것들을 봐도 이상 징후는 보이지 않았다.

물론 이런 것들을 그대로 믿으면 안된다. 자기 입으로 '아프다'고 말하는 메이저리거는 많지않다. 감독은 선수가 공개하지 않는 이상 부상 내용을 숨겨준다(보고 있나, 맷 카펜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100% 몸 상태는 아니라는 것이다. 시즌이 막바지를 향하는 지금 이 시점, 몸 상태가 100%인 선수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뉴욕 양키스 투수 게릿 콜은 "몸 상태가 100%일 때는 4월 1일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도 캠프를 제대로 치뤘을 때"라고 말했다.

누군가는 '저 인간은 명색이 특파원이라는 사람이 취재하는 선수 몸 상태도 정확하게 모르냐'고 질책할 수도 있다. 그 질책은 달게 받겠다. 그러나 변명할 기회를 달라. 취재하는 기자도 선수의 정확한 상항을 파악하기란 쉽지않다. 물리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할퀴고 간 뒤의 상항은 더욱 그렇다.

일단, 현재 상황은 이렇다. 류현진은 한국시간으로 22일 캐치볼을 재개했다. 트로피카나필드에서 직접 확인한 류현진의 훈련 모습에는 큰 이상이 없어보였다. 못믿겠다면 아래 영상을 봐달라.



어찌됐든 확실한 팩트는 2021년의 류현진의 모습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단순히 4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해서가 아니다. '스탯캐스트'를 이용한 통계 자료를 보면 걱정은 더 깊어진다. 이번 시즌 류현진은 발사 속도 95마일 이상의 강하게 맞은 타구 비율이 42.1%, 발사 속도와 각도가 모두 맞은 정타 비율이 8.6%, 평균 타구 발사 속도는 89.5마일 모두 지난해(29.2%/3.2%/87마일)보다 나빠졌다.

한마디로 '강하게 맞고 있다'. 이같은 수치는 지난 2017년 이후 가장 나쁜 기록이다. 2017년에는 강한 타구 비율 31.4%, 정타 비율 7.2%, 평균 발사속도 87.6마일이었다. 어떻게보면 그때보다 더 나쁘다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4년전으로 돌아갔다".

류현진은 이와 관련된 질문을 받자 잠시 고개를 위로 들며 기억을 떠올리는 모습을 보이더니 "그때 기억은 잘 안나는 거 같다"고 말했다. 곧이어 "그때 기억을 떠올리고 싶지않다. 못했을 때 기억을 하는 것은 안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기억을 못한다니 설명을 해주겠다. 2017년이 어떤 해였는가. 어깨 부상으로 2년의 세월을 재활에 매달린 끝에 복귀한 시즌이었다. LA다저스 개막 로테이션에 합류하며 기분좋게 시작했으나 초반에 부진을 거듭하다 선발 로테이션에서 밀려나기도했다.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류현진을 달래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결국 다시 로테이션에 들어왔고, 6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1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62로 좋은 모습 보여주기도 했지만 시즌 막판에는 타구에 팔을 맞는 등 불운이 겹치면서 제대로 마무리를 하지 못했다. 팀은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월드시리즈까지 올라갔지만, 이를 더그아웃에서 지켜만 봐야했다.

2021년과 2017년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직전 시즌에 비해 훨씬 많은 이닝을 소화한 해다. 2017년은 재활로 인한 공백에서 돌아온 해였고, 2021년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60경기 단축 시즌을 치렀던 2020시즌에서 돌아와 정상적인 시즌을 치르는 해다. 현재 160이닝 가까이 던졌다. 지난 시즌보다 약 93이닝 가량 증가한 수치다(이닝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번 시즌 160이닝 가까이 소화한 투수에게 내구성을 운운하는 것은 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류현진은 올해 첫 10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62로 잘했지만, 이후 19경기에서 평균자책점 5.33으로 부진했다. 공교롭게도 기복이 시작된 시점이 지난 시즌 기준으로 시즌이 끝났어야할 60경기가 지난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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앳킨스 단장은 류현진의 부진이 지난해 단축 시즌의 여파라는 의견을 경계했다. 사진= MK스포츠 DB


트로피카나필드에서 만난 로스 앳킨스 단장은 류현진의 부진이 단축 시즌의 여파인지를 묻는 질문에 "주된 요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류현진은 여러 시즌을 소화한 베테랑"이라며 단축 시즌의 여파는 없었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렇다면 이번 시즌 속출하고 있는 투수들의 부상은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그는 이에 대해서도 "뭐라 말하기 어렵다. 개인에 따라 모든 경우가 다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목 부상은 여파가 있었을까? 이 질문에 대해서도 그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미소와 함께 "아마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뭐라 말하기 어렵다"고 말을 이었다.

여전히 류현진이 한 차례 등판만 거르고 복귀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그는 "스포츠에서 모든 일들이 그렇지만, 정확히 한 가지를 콕 집어서 말할 수는 없다"며 류현진의 끔찍했던 지난 두 경기 원인에 대해 말했다. "아마도 커맨드가 주된 원인이었을 것이다. 더 꾸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의 부진을 '지난 시즌에 비해 많은 이닝을 치르면서 오는 피로감에 의한 것'이라 해석하며 "어차피 한 번 거를 것이었다면 조금 더 일찍 쉬게 해줬어야했다"며 블루제이스 구단을 비난할 수도 있다. 그럴싸하지만, 결국은 이것 또한 '결과론적인 비난'이라는 한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앳킨스 단장의 말대로 류현진의 부진은 '뭐 하나 콕 집어'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의 휴식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2019년에는 그랬다. 이번에도 결과가 같으라는 법은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결국은 이것 또한 결과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어쩔 수 없다. 이 바닥이 그렇다.

페이오프피치(payoff pitch)는 투수가 3볼 2스트라이크 풀카운트에서 던지는 공을 말한다. 번역하자면 ’결정구’ 정도 되겠다. 이 공은 묵직한 직구가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예리한 변화구, 때로는 한가운데로 가는 실투가 될 수도 있다. 이 칼럼은 그런 글이다.

[세인트 피터스버그(미국) =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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