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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 안가려 접종 미뤘죠"…코로나의 역설 사라진 명절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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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만 일손 거드는 일 없어 좋아"

"취업했냐는 어른들 잔소리도 없어"

방역당국 "마지막 고비…이동 자제"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주부 A씨는 이번 추석에 8인 가족 모임에서 ‘백신 미접종자’로 빠지게 됐다. 원래 A씨는 추석 2주 전에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할 계획이었으나, 계획대로 백신을 맞으면 가족 모임에 참여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일부러 시댁에 가지 않기 위해 2차 접종 날짜를 미뤘다.

이데일리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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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 추석에도 친척끼리 모이지 않고 각자 집에 머무는 사람들이 많다. 가족들끼리 모이지 않고 소규모로 명절을 조용히 보내는 ‘언택트(비대면) 추석’ 덕분에 집안싸움이나 명절 잔소리 들을 일이 없는 편안한 연휴를 보내는 이들이 늘었다. 명절로 인한 스트레스로 정신적, 육체적 증상을 겪는 ‘명절 증후군’도 다소 줄어들었다.

최근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의 ‘명절 스트레스 여부’에 대한 조사 결과 성인 3033명 중 40.2%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이는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2019 ‘설 스트레스’에 대한 조사 결과(58.3%)보다 18.1%나 감소한 수치다.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으로 인하 가족들이 모이기 어려워지자 스트레스 또한 줄어든 것이다.

전통적으로 추석이나 설날 등 명절이 지나면 이혼율이 증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설 연휴가 있었던 지난해 1월 이혼건수는 9603건으로 직전달 대비 7.38% 늘었다. 추석이 있던 지난해 10월 이혼건수도 9519건으로 집계돼 직전달 대비 0.49% 증가했다. 친척끼리 만나 서로 얼굴을 붉히고 싸우거나 제사 준비 등으로 인한 고부갈등, 부부싸움이 늘어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결혼 후 25년간 명절이 돌아올 때면 연휴 내내 제사 음식 만들기에 바빴던 신모(52·여)씨는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제사를 지내지 않기로 했다. 신씨는 “어떤 이유로든 안 가게 되니까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진 것 같기도 하고 허전한 느낌도 들긴 하다. 그렇지만 며느리만의 해방감도 있다”며 “오붓하게 가족끼리 시간을 보내니까 ‘뭘 할까’ 생각하는 설렘도 있더라”고 밝혔다.

제사와 시댁 모임에서 벗어난 며느리 말고도 자녀세대들 또한 가족들이 모이지 않는 명절이 훨씬 편하다고 말한다. 명절 잔소리에서 벗어난 데다 취업과 결혼 등을 묻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아도 돼서다.

공무원 준비생인 전모(26·여)씨는 명절이 다가올 때마다 강원도에서 일주일동안 지내며 친척들과 시간을 보냈다. 이번 명절에는 코로나19로 가족들이 모이지 않기로 하면서 “너무 좋다”고 기뻐했다. 전씨는 “할머니의 남자 형제 차별대우를 받지 않아도 되고, 여자형제들만 일손 거드는 일도 없어서 너무 좋다”며 “멀미해가면서 차 막히는데 시골 내려가지 않아서 공부에도 집중할 수 있고, 어른들이 ‘취업했냐’고 물어보는 잔소리도 안 들어서 좋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 달 연장하면서 추석연휴가 있는 17일부터 23일까지 일주일 동안 가족 모임의 경우 8명까지 모일 수 있다고 발표했다. 다만 여전히 추석연휴를 기점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들지 않고 확진자 수가 네자릿수를 기록하면서 연휴기간 동안 이동 자제를 권고했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1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추석 연휴는 코로나를 잘 극복할 수 있는 마지막 고비로 이러한 마지막 고비를 놓쳐서는 안 된다”며 “이번 추석에 가급적 이동 자제를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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