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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붕어, 피라미, 모래무지...한·중·일 담수어가 비슷한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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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빙하기 때 육지였던 서해, 고황하 지류 따라 이동

분자유전학 연구로 전모 드러나…한반도서 일본 진출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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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납줄갱이 수컷. 납자루 아과의 소형 물고기로 빙하기 때 고황하의 지류를 따라 중국에서 한반도 서해안과 남해안으로 이동한 사실이 유전자 연구로 드러났다.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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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과 낙동강에 사는 민물고기는 대부분 같다. 당연한 사실 같지만 담수어가 산을 넘지 못하고 바닷물을 건너지 못한다는 사실을 고려해도 그럴까.

동아시아로 거리를 넓혀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홍양기 국립중앙과학관 박사에 따르면 중국과 한국에 공통으로 서식하는 민물고기는 붕어, 모래무지, 피라미, 미꾸리, 메기, 송사리, 가물치 등 30여 종에 이르며, 한국과 일본에도 참붕어, 돌고기, 갈겨니, 황어, 모래무지, 피라미, 미꾸리, 메기, 송사리 등 같은 담수어가 20종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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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무지는 한국, 중국, 일본의 하천에 모두 산다. 고황하로 이동한 결과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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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포는 사람이 물고기를 옮겨 나르기 수백만∼수만 년 전부터 나타났다. 신생대 말부터 빙하기와 간빙기가 번갈아 찾아오면서 따뜻할 때 바다로 단절됐던 하천이 빙하기 때 해수면이 낮아지면 서로 이어져 민물고기가 이동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평균수심 45m이고 가장 깊은 곳이 103m인 서해는 빙하기 때마다 육지로 바뀌었고 황하를 비롯해 압록강, 한강, 금강의 물이 모두 고황하의 지류를 이뤄 제주도 근처에서 바다로 흘러들었다. 고황하 지류인 황하와 한강의 붕어는 홍수에 떠밀린 중랑천의 붕어가 안양천으로 거슬러 오르듯이 서로 이동할 수 있었다.

대한해협은 가장 깊은 곳이 130m여서 2만년 전 해수면이 120m 하강한 마지막 빙하기 때는 한반도와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530만년 전, 120만년 전, 63만년 전, 43만년 전 등 적어도 4차례 육지로 연결됐다는 화석 증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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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년 전 마지막 빙하기 때의 동북아 해안선 모습. 현재보다 해수면이 120m 낮았다. 유동근 외 (2016) ‘해양 및 석유 지질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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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민물고기의 분포는 이런 자연사를 반영한다. 홍 박사는 “백두대간을 경계로 한반도의 서·남해로 흐르는 하천과 중국 동부, 일본 서남부 하천이 고황하의 지류와 연결됐고 두만강을 비롯한 영동 북부의 동해로 흐르는 하천은 고아무르강의 지류로 이어졌다”며 “그 결과 우리나라 민물고기는 고황하를 통해 들어온 중국 및 남방계 어류와 고아무르강을 통한 북방계 어류가 근간을 이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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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퍼져나간 한강납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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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자루 아과에 속하는 납지리. 민물조개 속에 알을 낳고 번식기에 수컷이 화려한 혼인색을 띠는 특징이 있다. 전형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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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분자유전학이 발전하면서 동아시아의 민물고기가 언제 어떻게 ‘산을 넘고 바다 건너’ 이동했는지 전모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민물고기 ‘점몰개’는 어떻게 산맥을 넘었나). 납자루 아과의 소형 민물고기에 관한 일련의 연구가 눈길을 끈다. 이 물고기는 동아시아가 기원지인데 조개 안에 알을 낳는 독특한 습성을 지녔다.

석호영 영남대 생물학과 교수팀은 납자루의 일종인 떡납줄갱이가 중국에서 고황하를 통해 서해안으로 왔고 이어 남해안 하천으로 확산했음을 분자유전학으로 처음 밝혔다. 떡납줄갱이는 서해와 남해로 느리게 흐르고 수초가 많은 하천과 저수지, 농수로 등에 살며 중국 동부에도 분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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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납줄갱이는 고황하 지류를 따라 처음 중국에서 한반도 서해안으로 이어 남해안으로 차례로 이동했다.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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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실린 논문을 보면 중국과 우리나라 서해안으로 흐르는 하천 전역의 떡납줄갱이를 계통유전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중국의 집단이 고황하를 통해 한강 물줄기로 이동했고 이 가운데 소수 개체가 탐진강과 영산강을 거쳐 남해안으로 흐르는 하천으로 옮겨갔다.

연구자들은 “그동안 지질학적으로만 추론하던 동아시아 민물고기의 이주 가설을 처음으로 유전자를 통해 확인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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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납줄개 또는 그 직계조상이 고항하의 지류인 중국 요하(랴호허 강)에서 하천쟁탈을 통해 고아무르강 지류로 이동해 시베리아와 유럽으로 퍼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전형배·석호영 (2014) ‘동물 세포 및 계통’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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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교수팀은 2014년에도 한강납줄개의 계통지리학 연구를 통해 중요한 사실을 밝혔다. 납자루아과 가운데 유일하게 납줄개는 동아시아는 물론 시베리아와 유럽까지 분포한다. 우리나라 한강과 충남 일대에 소수가 서식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한국 고유종 한강납줄개는 납줄개의 일종으로만 알려졌다.

그러나 석 교수팀이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한강납줄개 또는 그 직계조상이 세계로 퍼져나간 납줄개 무리의 시조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물고기는 고황하 지류였던 중국 동북부의 요하에서 아무르강의 지류로 유입돼 시베리아로 퍼져 나간 것으로 추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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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납줄개. 한강과 서해안 일대에 적은 수가 서식하는 한국 고유종이자 멸종위기종이다. 김병직,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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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해협 건넌 담수어들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민물고기가 건너간 유전적 증거도 발견됐다. 오카자키 도시오 일본 도쿄대 교수 등 국제연구진은 과학저널 ‘유전자’ 최근호에 실린 논문을 통해 “일본 담수어류 분류군의 지리적 기원은 한국임을 보여준다”며 “한국으로부터의 이주 물결이 일본 담수어 분포양상을 결정한 핵심 요인일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한국과 일본에서 채집한 참마자, 갈겨니, 납자루속, 붕어속 어류 등 4종의 유전자를 분석해 비교했다. 그 결과 “한국에서 이주한 계통이 일본 서부 민물고기 토착 집단을 대체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논문에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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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갈겨니가 3차례에 걸쳐 일본으로 퍼져나간 모식도. 같은 종이지만 유전자가 일부 다른 계통이 차례로 이전 계통을 대체하는 모습이 드러난다. 다니구치 쇼지 외 (2021) ‘유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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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참마자는 유전적으로 3개 계통으로 나뉘어졌는데 그 가운데 남서부 계통이 일본으로 건너가 혼슈 중간까지 퍼진 것으로 나타났다. 갈겨니는 3차례에 걸쳐 일본으로 퍼졌는데 육교로 변한 대한해협을 통과한 시기는 각각 152만년, 131만년, 112만년 전으로 추정했다. 연구자들은 두 종의 진출 빈도가 다른 이유를 “육교가 간헐적으로 형성된 데다 이주한 집단이 모두 성공적으로 자리 잡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떡붕어는 비와 호 특산인 일본 고유종으로 최근 우리나라에 이식돼 토종을 압도하고 있는 어종이다. 연구자들은 유전자로 볼 때 떡붕어 계통이 한때 한반도와 일본 서부에 널리 분포하다 비와 호에 고립돼 새로운 종으로 진화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연구자들은 “이제까지 일본 담수어의 유전구조는 (대륙에서 떨어져 나와 섬으로 고립돼) 진화계통이 갈라진 것으로 주로 설명해 왔다”며 “그러나 이번 연구로 한국으로부터의 이주 물결이 일본에서 자리를 잡은 결과임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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