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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크라운-20승 투수 없는 MVP 경쟁, ‘K 신기록 도전’ 미란다를 주목하라 [엠스플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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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시즌이 막바지로 향해 가고 있지만 아직 리그 MVP의 향방은 안개속이다. 트리플 크라운도, 더블 크라운도 없이 타격 개인 타이틀 경쟁이 혼전 양상인 가운데 투수 부문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내고 있는 아리엘 미란다가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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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P 경쟁 타자 부문 후보 나성범, 양의지, 강백호(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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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메이저리그에선 아메리칸리그 MVP를 두고 뜨거운 논쟁이 진행 중이다. 타격 트리플 크라운에 도전하는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토론토)와 21세기 야구 최초의 ‘투웨이’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의 경쟁이 치열하다.

홈런과 타율 등 전통적인 기록만 보면 블게주가 압도적이지만, (뉴욕 타임스 표현을 빌리면) “오타니는 그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하는 중이다. 뉴욕 타임스는 게레로도 MVP 투표에서 좋은 선택일 수 있지만, 오타니의 올 시즌이 지닌 ‘역사적인 특이함’이 투표에서 오타니 쪽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래도 AL MVP 정도면 선택하기 어렵지 않다. 2세 야구스타의 트리플 크라운과 만화 같은 투웨이 중에 양자택일하면 되는 문제다. 반면 올해 KBO리그의 MVP를 선택하는 건 뒤로 가면 갈수록 더욱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오타니 같은 투웨이 선수가 없는 건 물론이고 타격 트리플 크라운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도 아니면 ‘더블 크라운’이라도 나와야 하는데 그조차도 없다. MVP 후보 춘추전국시대다.

타자는 트리플 크라운 없는 춘추전국시대, ‘탈삼진 신기록 도전’ 미란다가 다크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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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이후로는 난공불락, 아리엘 미란다(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지난 10년간 KBO리그 MVP 수상자 명단을 살펴보면 타격 트리플 크라운은 MVP 보증수표와도 같았다. 지난 시즌 멜 로하스 주니어(KT), 그리고 2015년 에릭 테임즈(NC)는 타율·홈런·타점 3개 부문 타이틀을 휩쓸며 개인 타이틀은 물론 MVP 투표에서도 경쟁자 없는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트리플 크라운이 안 되면 더블 크라운이라도 차지해야 MVP 레이스에서 내세울 거리가 생긴다. 타점이 얼마나 불완전하고 문제 많은 스탯인지와 별개로, 많은 타점이 MVP 득표에 유리하게 작용한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2018년 김재환(두산)은 홈런과 타점에서 동시에 1위를 차지해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지워버렸고, 2012·2013년 박병호(당시 넥센) 역시 홈런과 타점 1위로 MVP를 가져갔다.

투수는 20승 투수가 사랑받았다. 타점과 마찬가지로 투수의 승리만큼 논란의 소지가 많은 스탯도 없지만, ‘20승’이란 숫자가 갖는 희소성과 상징성이 모든 불만의 소리를 잠재웠다. 2019년 조시 린드블럼(두산)은 20승과 탈삼진 1위로 MVP를 가져갔고 2017년 양현종(KIA)도 20승에 한국인이라는 메리트에 힘입어 MVP를 차지했다. 그리고 2016년 더스틴 니퍼트(두산)는 다른 개인 기록에서 열세를 딛고 22승과 평균자책 1위로 MVP까지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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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MVP 후보 개인 기록(통계=스탯티즈)



하지만 올 시즌엔 타격 3개 부문에서 리그 1위를 휩쓰는 압도적인 타자가 보이지 않는다. 3개가 아니면 2개라도 휩쓸면 좋은데 그조차도 없다. 9월 21일 현재 리그 홈런 타이틀은 28개의 나성범(NC)이, 타점 타이틀은 91개의 양의지(NC)가 사이좋게 나눠 갖는 중이다. 또 타율 1위 자리를 놓고는 강백호(KT)가 0.364로, 이정후(키움)가 0.363으로 1리 차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누구 하나 확 치고 나가는 선수가 없다.

투수 역시 에릭 요키시(키움)가 13승으로 다승 단독 1위고 5명의 12승 투수가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평균자책과 탈삼진 타이틀에서 아리엘 미란다(두산)가 2위와 큰 차이로 단독 1위를 달리고 있지만, MVP 투표에서 사랑받는 요건인 ‘20승’과는 멀리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세부적인 통계 지표를 들여다봐도 선택이 어렵긴 마찬가지. 일단 지표상으로 타격에서 가장 뛰어난 생산성을 발휘한 타자는 양의지다. OPS가 1.035로 전체 1위에 조정득점생산력(wRC+)도 173.1로 전체 1위다. 그러나 양의지의 wRC+는 강백호(172.7), 이정후(166.6)와 그다지 차이가 크지 않다.

만약 양의지가 올 시즌 대부분 시간을 포수로 활약했다면, 세부 스탯의 미세한 차이에도 양의지의 손을 들어줬을 것이다. 그러나 양의지는 올 시즌 105경기 가운데 단 34경기만 포수로 선발 출전했고 나머지 경기는 지명타자, 대타로 출전했다. 반면 강백호와 이정후는 시즌 내내 수비수로 출전해 실점 방지에 기여했다.

결국 시즌 막판 활약이 MVP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양의지, 강백호, 이정후, 나성범 가운데 누구 하나라도 2개의 타이틀을 가져가는 선수가 나온다면 MVP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현재 타율 1위인 강백호는 타점 87점으로 양의지를 4개 차로 뒤쫓는 중이다. NC보다 잔여경기 수가 2경기 적다는 불리함은 있지만, 충분히 역전할 수 있는 차이다. 여기에 막판 홈런 생산에서 좀 더 분발해서 20홈런을 채운다면(현재 18홈런 페이스) 더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양의지와 나성범의 홈런-타점 집안싸움도 흥미롭다. 양의지가 남은 시즌 홈런포를 몰아쳐 홈런왕 타이틀까지 가져간다면, 투표인단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반면 타점 5위(81점)인 나성범이 시즌 막판 타점을 쓸어담고, 홈런 생산에서 좀 더 속도를 내서 40홈런에 도달한다면(현재 37홈런 페이스) 다른 개인 기록에서 열세를 만회할 수 있다.

안개속 MVP 경쟁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선수는 타자가 아닌 투수 쪽에 있다. 최근 5년 가운데 두 차례나 외국인 투수 MVP를 배출한 두산 베어스 소속 미란다가 강력한 다크호스다.

미란다는 개인 승수는 12승으로 많지 않지만 다른 개인 타이틀에서 압도적 1위다. 미란다의 평균자책 2.36은 최근 10년간 리그 전체 4위(2020 요키시, 2012 나이트, 2019 양현종)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2000년 이후로 따져도 미란다보다 좋은 평균자책을 기록한 규정이닝 투수는 단 7명밖에 없었다. 조정 평균자책점으로 따져도 미란다의 순위는 바뀌지 않는다.

또 현재 172탈삼진을 기록 중인 미란다는 현재 페이스를 그대로 유지하면 229탈삼진으로 시즌을 마치게 되는데, 이는 1984년 최동원(롯데)의 223탈삼진을 뛰어넘는 KBO리그 신기록이다. 9이닝당 탈삼진으로 따져도 1996년 구대성(한화)의 11.85개, 1993 선동열(해태)의 11.68개에 이은 역대 3위(11.27개)의 탈삼진을 잡을 페이스다. 구대성, 선동열이 불펜투수였던 점을 고려하면 미란다의 기록은 역대 선발투수 중에 최고 기록이 될 전망이다.

이런 괴물 같은 기록을 세운다면 20승을 못하더라도, 다승 1위를 차지하지 못해도 미란다가 MVP 경쟁에 참전하는 데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만약 다승 선두 자리까지 탈환해 투수 트리플 크라운에 성공한다면 고만고만한 타자 후보들과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도 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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