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6 (화)

"생태계 교란 황소개구리 먹어 없애자" 이 먹방 위험한 이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생태계 교란 생물'의 모든 것

국립생태원 전문가에 물어봤다

중앙일보

지난달 충남 서산시 온석저수지에서 서산수렵인연합회 회원이 통발로 잡은 황소개구리를 들어 보이는 모습.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가재 풀코스, 황소개구리 몸보신, 뉴트리아 먹기….

최근 몇 달 새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 내용 중 일부다. 황소개구리와 미국가재, 뉴트리아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생태계 교란 생물이다.

유해 동물인 이들을 먹어서 없애면 일석이조라는 ‘먹방’들이 꾸준히 소셜미디어에 올라온다. 이를 보는 사람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반대로 위생 문제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야생의 생태계 교란 생물, 식용이면 그냥 잡아먹어도 되는 걸까.

중앙일보

영산강에서 포획된 미국가재의 모습.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문가의 대답은 '아니오'에 가깝다. 생태계 교란 생물을 담당하는 김수환 국립생태원 선임연구원은 두 가지 문제를 지적했다. 법과 건강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교란 종에 대한 식용 레시피가 나오기도 했지만, 지금과는 사정이 다르다고 했다.

"생태계 교란 생물은 지방(유역)환경청에서 종 특성과 법률에 맞춰 퇴치, 관리하고 있습니다. (현행법상) 이들 생물을 살아있는 상태로 운반해선 안 됩니다. 또한 자연 생태계에 서식하는 생물은 식자재로서 안전한 관리를 거친 게 아닙니다. 개인의 자유라서 먹지 말라고 단언하긴 어렵지만, 포획한 개체를 적절한 절차 없이 먹는 건 권장하지 않습니다."
중앙일보

1999년 한 식당에서 내놓은 황소개구리 요리. 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생태계 위협하는 34종 1속 '특별 관리'



생태계 교란 생물은 먹을 수 있는 개구리, 가재만 있는 게 아니다. 포유류부터 양서파충류, 어류, 갑각류, 곤충, 식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1998년 황소개구리 등 3종이 처음 생태계 교란종이 된 뒤 20여년 동안 34종 1속의 동ㆍ식물이 지정됐다. 가장 최근인 8월 31일엔 소양강 일대 서식이 확인된 브라운송어가 교란 종에 추가됐다. 국내로 유입된 이들은 생태계 균형을 교란하고 있거나 교란할 우려가 큰 것으로 분류돼 개체 수 조절, 제거 등이 필요한 존재다. 한 마디로 특별 관리 대상이다.

중앙일보

생태계 교란 생물 표. 자료 국립생태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국내 곳곳에 퍼져 토종 생물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어류인 큰입배스와 파랑볼우럭(블루길)은 전국 하천, 호수, 저수지 등에 서식하고 있어 꾸준히 포획하는 중이다. 가시박과 단풍잎돼지풀, 환삼덩굴, 가시상추 등의 식물도 전국에 폭넓게 분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어떤 종이 가장 위험한지는 단정할 수 없다고 한다. 김수환 선임연구원은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된 종은 모두 위해성이 높다고 판단됐기 때문에 어느 특정 종의 위험이 더 큰지 비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

경기 오산시에서 지난달 가장산업단지 주변의 생태계 교란 생물 환삼덩굴을 제거하는 모습. 사진 오산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꾸준한 제거 노력에도 퇴출은 '먼길'



생태계 교란종의 퇴출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지방(유역)환경청과 지자체 등이 협력해서 포획ㆍ제거 등에 나서지만 대부분 환경 적응력이 좋아 꾸준히 살아남곤 한다. 퇴출 작업도 섬세하게 이뤄져야 한다. 김 선임연구원의 설명이다.

"포유류, 곤충, 가재 등에 대한 포획ㆍ제거 방식이 다 다릅니다. 식물도 서식지와 형태, 시기에 따라 다르죠. 특히 식물은 제거한다고 토양을 잘못 건드리면 거기 묻혀있던 씨앗들이 한꺼번에 발아해서 오히려 확 늘 수도 있습니다. 늘 주의해서 제거 작업을 할 수밖에 없죠."

특히 황소개구리, 큰입배스 등 국내에 유입된 지 오래된 초기 교란 종들은 개체군이 안정화돼 급격히 늘거나 줄어들 확률은 적다고 한다. 단순히 먹어서 없앨 수준이 아니라는 뜻이다. 다만 퇴치 노력이 어느 정도 결실을 거둔 경우도 있다. 김 선임연구원은 "교란 생물을 모니터링해보니 뉴트리아는 지속적인 퇴치 작업 등으로 개체 밀도가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포유류 생태계 교란 생물인 뉴트리아. 사진 국립생태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식용, 애완용, 화물 탑승…유입 경로 다양



외국에 살던 이들은 어떻게 한국까지 흘러들어왔을까. 김 선임연구원은 "국내 유입 경로가 매우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오래전 교란 생물로 지정된 황소개구리, 큰입배스, 파랑볼우럭 등은 양식 등 자원 조성 목적으로 국내에 들여왔다 퍼져 나갔다. 주로 '식용'을 위해 일부러 도입했단 의미다. 반면 붉은귀거북속과리버쿠터, 중국줄무늬목거북, 미국가재 등은 애완ㆍ관상용으로 들여오고 나서 생태계에 유기한 것으로 분석됐다. 키우려고 데려 왔다가 그냥 버리거나 풀어준 것이다.

꽃매미나 등검은말벌 같은 곤충류는 수입 목재, 화물에 묻어 의도치 않게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식물은 수입 물품에 묻어서 들어오거나 정확한 도입 경로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가시박은 오이에 접붙이기 위한 대목으로 수입됐다가 퍼져 나간 경우에 속한다.

중앙일보

지난 4월 충북 청주시에서 환경단체 관계자가 미국가재를 잡기 위해 통발을 설치하고 있다. 왼쪽은 미국가재 모습.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막 잡고 옮겼다간 법 위반…외국도 골머리



유해 생물인 생태계 교란종은 없애는 방향이 맞다. 하지만 무턱대고 잡는 건 금물이다. 학술연구, 교육, 전시 등의 목적에 한해 지방(유역)환경청 허가를 받아야만 보관, 운반, 유통 등이 가능해서다. 또 명심할 게 있다. 기존에 보유하던 교란 생물은 생태계로 함부로 방생, 유기하는 건 금지다. 법을 어길 경우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도 가능하다.

생태계를 마구 헤집고 다니는 '무법자'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건 우리뿐만이 아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최악의 100대 침입 외래 생물을 선정한다. 미국에선 래시법, 연방위해잡초법 등을 통해 생태계 교란종을 관리한다.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도 별도법과 규정에 따라 생태계 질서를 어지럽히는 생물들을 없애려 노력하고 있다. 생태계 교란 생물과의 싸움은 전 세계 모두의 공통 과제인 셈이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