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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전방위적 대출 규제…은행 이익만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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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가계대출을 잡기 위한 대출제한 승부수가 은행들의 이자이익만 챙겨주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당국의 규제에 따라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렸고 이에 따라 이자이익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만 5대 금융그룹의 이자이익이 20조원이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일 금융지주 회장단과의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가계부채 관리 강화를 위해 추석 이후에 추가 보완대책을 마련하려고 한다"며 "실무적으로 20~30가지 세부 항목에 대해 면밀히 분석 중"이라고 했다.

이는 집단대출(중도금 대출)과 전세대출 등의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 전반을 들여다보겠다는 것으로 곧 종합대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아주경제


이미 은행을 비롯한 모든 금융권이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6% 내에서 틀어막겠다는 금융당국의 '창구 지도'에 순응해 가계대출을 전방위로 옥죄고 있는 상황에서 더 강한 대책이 나온다는 뜻이다.

이미 금융권은 전세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줄이는 한편 우대금리를 내리고 가산금리는 올리는 쪽으로 대응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16일부터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한도를 기존 '100~120% 이내'에서 '70% 이내'로 축소했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24일부터 주택담보대출을 잠정 중단했다.

우리은행은 낮은 금리가 적용되던 일부 부동산 대출과 신용대출 상품의 판매를 11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은행권은 신용대출 최대 한도도 이미 '연 소득 이내'로 제한했다.

보험사 중에서는 상반기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초과한 삼성생명이 개인별 DSR 운영 기준을 40%로 조정했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데다 정부가 강력한 대출 억제책을 요구하자 은행들은 금리를 올릴 명분을 얻은 셈이다.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근 3개월간 0.50%포인트 안팎으로 상승했다. 수익성 유지를 위해 가산금리는 올리고,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에 부여했던 우대금리는 낮추는 식이어서 대출 수요자들의 체감 금리는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그룹은 올해 상반기 약 20조4000억원의 이자 이익을 거뒀다. 여기에 힘입어 이들 금융그룹은 9조3000여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반기 기준 사상 최대다.

자영업자나 중소기업 등 취약계층은 코로나19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주택, 주식, 코인에 대한 '영끌' '빚투' 열풍으로 가계대출이 폭증하면서 은행들은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이런 흐름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국이 대출 총량을 억제하겠다고 하지만 6%까지는 늘릴 수 있는 데다 한은은 지난달에 이어 오는 10월이나 11월쯤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계대출증가율이 높아지는 과정에서 과도하게 축소된 가상금리 폭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은행 수익성에는 도움될 여지가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과거에도 대출증가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는 대출 가산금리가 확대됐다"면서 "가산금리 확대가 부채 억제를 위한 정부 정책방향과도 일맥상통 하기 때문에 정책 변화에 의한 급격한 신용축소는 가산금리 확대 폭을 더 키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은행권이 취약계층에 신경을 쓰거나 대손충당금을 넉넉히 쌓아 코로나 이후의 부실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은행들이 연간 기준으로 어떤 실적을 내느냐는 당국의 대출 규제가 아니라 충당금을 얼마나 쌓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은행들이 가급적 충당금을 많이 비축해 향후 부실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민지 기자 vitaminj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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