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곧 올겁니다"…미얀마 노동자들의 특별한 추석(영상)

희망의 끈 놓지 못하는 미얀마 노동자들의 이야기

[더팩트ㅣ인천=차성민 지우현기자] 한국에 돈을 벌러 오기 전까진 몰랐다. 자신의 고국이 군부 쿠데타로 혼란에 휩싸일 것을 말이다.

비록 과거에도 군부 쿠데타 시절을 겪어온 이들이었지만 국민들이 하나가 돼 이겨낸만큼 앞으로는 평화가 지속될 것이라 믿어왔던 까닭이다. 그러나 느닷없이 시작된 또 한 번의 군부 쿠데타는 이들의 염원을 여지없이 짓밟았다. 국제사회가 나서 희망을 전할 줄 알았던 바람도 언론에서 보도되는 소극적인 모습에 좌절감을 안겨줬다. 하지만 미얀마 근로자들은 민주주의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더팩트>는 지난 17일 다가오는 민족 고유의 명절 추석을 맞아 고향을 그리는 미얀마 근로자 니니나잉씨와 소나이우씨를 직접 만나 목소리를 들어봤다.

주한미얀마노동자복지센터 활동가로 근무하고 있는 미얀마인 술라씨가 지난 17일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차성민기자

인천 인근의 한 건설업에서 근무를 했던 니니나잉씨는 한국을 찾기 전 리비아에서도 근무를 했다. 하지만 '군부 쿠데타'를 이겨내고 지금은 경제 강국으로 도약한 한국의 이야기를 듣게되면서 아무런 망설임 없이 9년 전인 2012년 한국을 찾았다.

미얀마에 남아있는 누나와 형을 돕고 나아가 한국의 경제 문화를 배워 최종 꿈인 '관광업'을 통해 성공하고 싶다는 계획에서다. 물론 한국에 정착하는 과정에선 어려운 점이 많았다. 무엇보다 가장 힘든 점은 의사소통이었다. 한국말을 잘 하지 못했던 그는 동료들에게 자신의 의사전달을 하기 힘들었고 이에 따른 고충을 스스로 감내해야했다.

그렇지만 자신의 꿈을 이루겠다는 최종 목적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 그는 한국의 언어와 문화를 습득해나가며 역량을 갖추는데 최선을 다했고 지금은 어엿한 건설업 경력자로서 이름을 굳혔다.

그런 그에게 올해 2월 갑작스럽게 들려온 미얀마 현지의 군부 쿠데타 소식은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특히 민주화의 텃밭을 가꾼 미얀마에서 외국인들이 마음놓고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관광업'을 꿈꿨던 그였기에 충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가족 걱정도 무거운 짐으로 작용했다. 평소에도 추석 등 명절이 올 때마다 유독 가족을 더 많이 그리워 했던 그는 이번 미얀마 사태가 가족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지난 17일 주한미얀마노동자복지센터에서 만난 미얀마 노동자 니니나잉씨가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차성민기자

니니나잉씨는 "매년 추석 때마다 고향을 찾아가 선물을 드리는 한국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더 컸는데 올해는 쿠데타까지 겹치니 걱정이 더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비록 몸은 떨어져있지만 제 가족과 국민들이 하루 빨리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얀마 현지 상황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드러내며 전 세계에 퍼져있는 미얀마 국민들의 힘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국민들이 군인들의 총칼에 쓰러지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답답하고 속상하다"며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 퍼져있는 미얀마 국민들이 현지의 상황을 가슴으로 느끼고 이들을 돕기 위해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남 아산시의 한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숙련된 근로자로 일하고 있는 소나이우씨 역시 미얀마 현지의 혼란스러운 정세를 크게 걱정하고 있었다.

특히 그는 자신의 고국에서 기름 공장이나 가구점을 운영하겠다는 꿈을 안고 한국을 찾은 터라 하루 빨리 미얀마가 민주화를 되찾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지난 2018년 1월 한국을 찾을 당시만해도 미얀마에선 군부 쿠데타가 일어날 어떠한 조짐도 없었기에 그는 돈만 벌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부모님과 누나, 형 등 6명의 가족을 남겨둔 채 혈혈단신으로 한국을 찾은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훌륭한 가구를 생산해 내기 위해 한국에서 얻은 첫 직장은 경기도 포천시에 소재한 가구공장이었다.

그곳에서 자신의 실력을 쌓은 그는 이후 공장을 차리기 위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현재의 자동차 부품 공장으로 직장을 옮겼다.

지난 17일 주한미얀마노동자복지센터에서 만난 미얀마 노동자 소나이우씨가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차성민기자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에 노력을 더해가면서 돈을 모았던 그는 현재 미얀마에서 작은 규모의 공장을 차릴 수 있는 비용을 마련한 상태다. 3년 10개월간 모든 유혹을 뿌리치고 얻어낸 결과였다.

문제는 미얀마 현지 상황이다. 소나이우씨는 내년께 고국에 돌아가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현재는 출국을 미룰 지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군부 쿠데타가 지속되는 이상 그가 계획한 꿈이 실현되기엔 문제가 있다는 생각에서다. 상황에 따라 미얀마에 있는 가족을 다른 곳으로 옮길 준비도 계획하고 있다.

소나이우씨는 "제가 갖고 있는 비자는 내년까지 한국에 머물 수 있다. 하지만 법무부가 미얀마 국민을 대상으로 체류기간을 연장해 주는 특별체류비자를 발급해주고 있어 머무는데는 문제가 없다"며 "우선은 내년까지 상황을 좀 더 지켜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평소에도 가족에게 연락을 자주하는 편이었는데 갑자기 미얀마 사태가 생기니까 더욱 자주하게 된다"며 "상황에 따라 가족이 대피할 수 있는 장소나 아니면 다른 곳으로 이주시키기 위해 브로커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나이우씨는 미얀마를 돕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도 감사의 뜻을 밝혔다.

그는 "택시를 탈 때나 직장 동료들이나 모든 한국사람들이 자기들도 쿠데타 군사정권이 있었다며 이겨낼 수 있다고 격려를 많이 해주신다. 정말 감사하다"며 "저를 비롯한 미얀마 국민들은 이번 군부 쿠데타를 이겨내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앞으로도 한국사람들의 많은 도움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infac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