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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선 잠자는 플랫폼 규제…미국은 애플·구글 제재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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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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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급성장은 전 세계적으로 짙고 긴 그림자를 남겼다. 골목 상권을 죽이는 문어발식 사업 확장부터 플랫폼 노동자의 불안정한 고용 환경 문제, 자사 자체브랜드에 검색 특혜를 주는 자사우대까지 곳곳에서 부작용이 속출했다. 정치권과 경쟁 당국이 잇달아 규제 강화를 예고한 상황이지만 정작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정부안으로 제출한 플랫폼법은 국회에서 별다른 논의 없이 잠자고 있다. 미국은 최근 플랫폼을 바라보는 기류가 바뀌었다. 플랫폼에 대한 규제에 상대적으로 미온적이었던 데서 무분별한 경제 활동에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지난 6월 미 하원 양당은 초당적으로 빅테크 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막는 패키지 법안을 내놓았다. 이 법안을 중심으로 국내 시장에 주는 시사점을 살펴봤다.

■플랫폼사 ‘자사우대’ 행위 금지…신생플랫폼 시장 진입 위해 데이터 이동 보장

지난해 10월 미국 하원 법사위 반독점소위가 발표한 ‘디지털 시장에서의 경쟁과 법집행에 관한 조사 보고서’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시작을 알리는 첫 신호탄이었다. 보고서는 ‘GAFA’로 불리는 4개 기업 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이 잠재적 경쟁 사업자를 무분별하게 인수합병하고 검색어 서비스 등에서 자사 기업에 특혜를 줘 시장 경쟁을 위축 시킨다는 점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거대 플랫폼 기업이 지배력을 남용해 혁신을 저해하고 언론의 기능을 훼손한다는 점도 문제로 삼았다.

하원 양당은 이 보고서를 토대로 지난 6월 5개 법안으로 구성된 패키지법을 공동 발의했다. 이중 ‘미국 온라인 시장 선택과 혁신 법률’은 한국에서도 이미 문제로 드러난 플랫폼 기업의 ‘자사우대’ 행위를 규제하는 내용이다. ‘자사우대’란 네이버·구글 등 플랫폼 사업자가 자사플랫폼을 이용하는 판매자들과 경쟁할 때 자사 상품이나 서비스를 경쟁사의 상품·서비스 보다 노출 등에서 유리하게 만드는 행위를 뜻한다. 법안은 자사우대를 불법으로 규정한 뒤 어떤 것이 금지되는 차별 행위인지를 구체적으로 나열했다. 이에 따르면 플랫폼 운영 중 획득한 비공개 데이터를 이용해서 자사 상품을 노출하거나 선탑재 어플리케이션을 삭제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가 모두 불법이다.

‘서비스 전환 활성화를 통한 경쟁과 호환성 증진 법률’은 플랫폼 이용자가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할 때 그간 축적한 데이터를 손쉽게 이동하도록 보장하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싸이월드 이용자가 인스타그램 등 다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이동하려 할 때 그간 싸이월드에 저장한 자료가 이동이 어렵다면 다른 SNS를 쓰기가 주저될 수밖에 없다. 자료 호환이 쉬워야 신생 플랫폼이 시장 진입이 수월해진다. 이에 법안은 경쟁 사업자와의 자료 호환을 위해 투명한 인터페이스를 제3자에게 제공하는 의무를 부과했다.

이 밖에 ‘플랫폼 경쟁과 기회 법률’과 ‘플랫폼 독점 종식 법률’은 각각 거대 플랫폼이 타사업자를 인수하는 것을 견제하도록 하고 플랫폼이 이해상충을 일으킬 만한 다른 사업을 영위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미국은 GAFA 겨냥했는데 한국은 네이버·카카오?

하원의 패키지 법안은 사실상 GAFA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법안에 명시된 규제 대상 플랫폼 기준은 ▲월간 활성 사용자 수(5000만명 이상) ▲시가총액 6000억 달러 이상 ▲제품·서비스 판매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로(핵심 거래 파트너) 등이다. 이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곳은 사실상 GAFA 같은 빅테크 기업만이다.

이는 국내에서 마련된 플랫폼 규제 법과 차이가 있다. 지난해 공정위가 정부안으로 제출한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안과 전자상거래법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규제 대상을 거대 플랫폼으로 따로 특정 짓지 않았다.

GAFA와 비견되는 국내 거대 플랫폼은 네이버와 카카오를 꼽을 수 있다. 두 기업은 시가총액 3,4위를 놓고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와 다툴 만큼 급성장해 지난 7월 기준 시가총액 합이 전체 상장기업 대비 5%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국내총생산(GDP)와 비교하면 7%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두 기업을 거대 플랫폼 기업으로 별도 지정해 인수합병 등을 강도 높게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해석이 있다. 쿠팡, 배달의민족, 야놀자 등의 다양한 플랫폼이 계속 성장 중이고 네이버가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했던 검색엔진도 구글 점유율이 점차 증가하는 등 네이버와 카카오의 경제력 집중이 GAFA만큼 크지는 않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달 ‘미국의 플랫폼 반독점법안 도입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혁신을 위해 오히려 인수합병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미국과는 매우 다른 상황”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거대 플랫폼 지정을 통해 미국에 상응하는 강한 인수합병 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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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와 카카오 시가총액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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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자사우대 행위를 금지하는 제재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지난해 공정위는 자사 오픈 마켓 입점 업체 상품이 검색 상단에 더 잘 보이도록 검색 알고리즘을 변경한 네이버에 과징금 265억원을 부과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남용 행위’로 네이버를 제재했지만 이 법만으론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는 자사우대 행위를 전부 막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최난설헌 연세대 법학전문대 교수는 지난 10일 공정위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국내법은) 지위 남용 행위의 유형을 열거주의 형태로 정형화하고 있어서 각 유형에 해당하는 구성 요건을 완벽하게 충족시키지 못하면 경쟁제한성을 초래해도 (처벌 등 )법 집행이 곤란하다”며 “플랫폼 알고리즘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알고리즘의 편향성을 방지하기 위한 노출 순위 및 기준 정보를 제공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미 유럽연합(EU)은 지난해 7월 시행한 ‘온라인플랫폼규칙’에서 검색 노출 순위 결정에 활용되는 알고리즘의 결정 요소를 일반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용어로 공개할 것을 의무화했다. 만약 직·간접적 경제적 대가로 검색 배열과 순위에 영향을 미칠 때는 관련 기준을 약관에 명시하고 일반 대중에 공개해야 한다.

공정위는 플랫폼법이 국회에서 계류 중인 상황과 별개로 카카오·구글 등 플랫폼사에 대한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4일 자사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사용을 강제한 구글에 2074억원을 부과한 데 이어 구글에 대해서만 앱마켓 경쟁제한, 인앱결제 강제, 광고시장 등 3건을 추가 조사 중이다. 카카오와 쿠팡에 대해선 가맹택시에 배차를 몰아주거나 자체브랜드 상품에 특혜를 준 혐의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조 위원장은 지난 14일 구글 제재를 발표하면서 “플랫폼 분야는 네트워크 효과와 쏠림 현상으로 인해 후발 사업자의 시장진입이 구조적으로 어렵고, 시장을 선점한 사업자가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배타조건부 거래 등 반경쟁적 행위를 할 수 있어 시장 감시 강화가 필요하다”며 플랫폼에 대한 강화된 제재 움직임을 예고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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