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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땅 투자 4개월 수익률 53%, 어라 돈을 뺄 수가 없네"…가상 부동산 투자자들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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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 출처 = 어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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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부동산 '어스2'에서 가장 많은 땅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의 순자산은 현재 54만달러(6억35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어스2가 자체적으로 집계한 순위에 따르면 이 투자자는 약 28만달러(3억2900만원)를 번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 계산하면 수익률은 51.8%다.

어스2는 가상의 지구를 10×10m로 쪼개 땅을 사고 파는 메타버스(3차원 가상 세계) 게임이다. 지난해 11월 호주 출신의 개발자 셰인 아이작이 구글 어스를 기반으로 출시했다.

어스2 내 결제는 계좌이체, 신용카드, 페이팔(간편결제) 등으로 할 수 있다. 어스2에서 사용하는 단위 E$는 달러와 같다.

갖고 있던 땅을 팔려면 매도값을 지정해서 내놓을 수 있다. 다만 모든 거래에는 5%의 수수료가 발생한다. 어스2에선 '개선부담금(Improvement Fee)'라 부른다. 시세 차익분에서 5%를 산정하는 방식이다.

어스2 외에도 업랜드, 메타렉스(현재 시범 서비스 중), 디센트럴랜드 등 가상 부동산 플랫폼은 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이들 플랫폼 모두 투자 주체가 불분명하고 현금화가 사실상 불가능하단 점에서 전문가들은 신중한 투자를 당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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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2 외 가상 부동산 플랫폼 업랜드. [사진 출처 = 업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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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스2, 업랜드 등 가상 부동산…현금화 사실상 불가


어스2 내 땅 값은 출시 이후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지난 5월 28일 어스2에서 제주도 애월읍 땅을 23.81달러(약 2만 6000원)에 구매한 이후 17일 기준 5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 10일에만 해도 수익률은 51%이었다. 약 일주일만에 2%가 또 올랐다.

다만 기뻐하는 것은 이르다.

수익을 내도 어스2에서 번 돈을 인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까다로운 인증 절차를 거쳐야될 뿐만 아니라, 영어로 된 메일을 회사측과 주고 받아야 한다. 이조차도 답장을 받는데까지는 최소 한달이 걸린다는 것이 이용자들의 전언이다.

메일로 환불 신청을 완료한다고 해도 끝이 아니다. 어스2가 발급하는 가상 'E2 마스터 카드'를 발급해 이 카드로 환불받아야 한다. 이 카드는 심지어 국내에서는 사용이 어렵다.

이에 이용자들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어스2에 100만원 출금을 요청했다는 한 투자자 A씨는 "지금 환불을 신청한지 거의 6개월이 다 돼 간다"며 "포기해야 하는 걸까"라고 토로했다.

어스2 외 가상 부동산 플랫폼들에서도 현금화는 불가능하다. 가상 부동산 플랫폼 업랜드 내에선 UPX라는 암호화폐가 쓰인다. 하지만 UPX는 아직 코인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아 현금화를 할 수 없다. 수익을 낸다고 하더라도 내 돈이 아닌 셈이다.

이같은 가상 부동산 플랫폼에서는 가격을 측정하는 방식도 불분명하다는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상 부동산 가격을 상정하는 방식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기 때문이다. 가상 부동산 플랫폼 측에서 자의적으로 올리는 것인지 사람들의 수요로 가격이 오르는 것인지 투자자들은 알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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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2 내 투자자들이 구매한 땅.[사진 출처 = 어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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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 "신중한 투자 당부"


전문가들은 이같은 가상 부동산 플랫폼의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블록체인과 같이 유저들 간 거래가 아닌 플랫폼 사업자의 영역이 절대적인 거래에는 위험이 따른다는 경고다. 다만 플랫폼 내 이용자들이 늘어나게 돼 광고 효과 등이 생기게 되면 또 다른 이익을 창출하는 플랫폼으로의 성장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김상균 강원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어스2 외 업랜드 등 현재 가상 부동산 플랫폼에 대한 투자는 주체가 불분명하고, 사실상 현금화가 불가능하다는 점은 위험한 측면이 있다"며 "또 투자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 장치나 보험 역시 부재하다는 점도 우려되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현재 가상 부동산 플랫폼은 URL만 있었던 초기 포털 사이트와 비슷하다고 보는데, 실체는 불분명하지만 사람들이 모이면 디지털 재화를 발생시킬 수 있는 측면 역시 희미하게나마 존재한다"라고 덧붙였다.

[김정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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