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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르포]코로나로 울상 짓는 재래시장…"추석 대목요? 한숨만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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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관광객 줄어…외국인 대상 업종 특히 타격

액세서리·화훼, '온라인' 통해 코로나19 와중 '선방'

청과물·노년층상인 등 온라인 판매 대책 장애 요인도

추석 '반짝' 기대했으나, 장기적 타개책 절실

'대목'이어야 할 추석 재래시장… 상인들 "코로나 불황, 대책이 없다"
추석을 맞은 재래시장 상인들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대목'은커녕 오히려 손해만 이어지고 있다고 호소합니다. 특히 외국인을 주 손님으로 하는 업종에서 피해가 컸습니다. 액세서리나 화훼 등 온라인 판매가 쉬운 업종은 그래도 선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상인들은 추석 이후에도 코로나19에 대한 마땅한 타개책이 없다고 토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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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 통인시장이 코로나19 여파로 텅 비어있다. 김정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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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 통인시장이 코로나19 여파로 텅 비어있다. 김정록 기자"코로나19 이전보다 매출이 90% 이상 줄었어요. 원래 사람들이 줄 서서 먹는 칼국숫집인데 요즘에 오전 6시에 준비해도 오전 11시가 돼서야 첫 손님을 받을 정도라니까요. 주로 아침, 저녁에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꽉 찼는데 이제 하나도 없어요. 추석이라고 별다른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70대 김모씨는 3개월 전만 하더라도 가게를 아예 쉬었다. 가게 문을 열고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일 정도로 손님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인건비라도 줄이기 위해 4명이던 직원을 2명으로 줄여 운영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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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한적한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상점거리. 김정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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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한적한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상점거리. 김정록 기자코로나19 영향으로 재래시장 상권은 추석 대목은 고사하고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김씨처럼 외국인 관광객을 주로 상대하거나 좁은 곳에서 마스크를 벗고 이용해야 하는 음식점이 피해가 더욱 컸다. 추석 대목을 기대하던 상인들은 마땅한 타개책도 없는 현실에 '앞이 깜깜하다'고 입을 모았다.

남대문시장의 공예품 상점들의 주 고객은 외국인 관광객이다. 부채, 가방, 베개 등 상품에는 온통 태극문양이 그려져 있다. 코로나19를 맞아 준비한 태극문양이 그려진 마스크도 눈에 띄었다.

지난 15일 오후 1시쯤 남대문시장에서 CBS노컷뉴스와 만난 공예품 상점 직원 김현욱(52)씨는 텅 빈 가게에서 태극문양이 그려진 물품들을 정돈하면서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오늘 오전 내내 5개 팀도 받지 못했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이 없으니까 구경하는 손님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가게뿐 아니라 시장 전체가 이 모양"이라며 "주위를 둘러보면 폐업한 가게들이 많이 보인다"고 토로했다. 실제 남대문시장 중앙로 거리에만 22개 상점들이 문을 닫고 '임대문의' 팻말을 걸어둔 상태였다.

관광안내소도 최근 외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남대문시장 관광안내소 관계자는 "오늘 안내한 외국인이 터키 사람 2명인데 모두 관광객이 아니고 원래 한국에 살던 사람들이었다"며 "코로나19 영향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것은 당연하고 내국인도 줄은 것 같다"고 밝혔다.

코로나19는 남대문시장뿐 아니라 대부분 재래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광장시장에서 30년 넘게 한복 가게를 운영한 한모(61)씨는 "이만큼 장사가 안됐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며 "오후 2시까지 개시는커녕 구경하러 온 손님조차 못 봤다"고 토로했다.

종로구 통인시장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이모(54)씨는 "날도 더운데 손님도 없으니까 반찬을 조금만 만들어도 남고 금방 상해 버리게 된다"며 "음식은 조금 만들어도 재룟값이 다 드니까 손해만 본다"고 말했다.

통인시장에서 장을 보던 최모(76)씨는 "코로나19 이후 안쪽에 음식점들은 오후 6시면 문을 다 닫더라"며 "안에 앉아서 먹는 곳도 다 막아서 먹을거리를 사 먹기도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업종 따라 타격 차이도…"장기적 타개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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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 통인시장이 코로나19 여파로 텅 비어있다. 김정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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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 통인시장이 코로나19 여파로 텅 비어있다. 김정록 기자다만 재래시장에서도 업종에 따라 코로나19 타격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상인회 측은 온라인 판매가 가능한 업종들은 코로나19 사태 와중에도 선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대문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액세서리 등 비즈 공예품과 화훼 업종은 온라인 쪽으로 판매가 가능해 코로나19로 힘든 와중에도 선방하는 편이다"고 분석했다.

추석 직전 재래시장을 찾는 손님이 반짝 늘기도 했다. 통인시장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50대 A씨는 "오랜만에 떡을 예약하는 손님 전화를 받았다"며 "시장이 (손님으로) 북적인 것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지속되는 가운데 재래시장은 여전히 장기적 타개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남대문시장 상인회 측은 "온라인 판매 등 대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잘 안되고 있다"며 "일단 사람들이 모이는 것 자체가 어려우니 추석 대책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또 "재래시장 특성상 청과물 상품이 많은 편인데, 온라인으로 이용 시 신선도가 떨어질 위험이 있다"며 "어르신 상인들은 온라인 서비스를 활용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것도 장애물이다"고 설명했다.

떡집 사장 A씨는 추석 이후 대책으로 "시장 내에서도 온라인을 통해 배달할 수 있도록 준비 중에 있다"며 "인터넷으로 배달이 원활해지면 지금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다만 "결국 온라인도 시간 써서 관리해야 손님들이 이용할 것"이라며 "장사가 잘 안되는 가게를 살린다기보다 잘되는 집만 더 잘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상인회 측에서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는 상인도 있었다. 남대문시장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씨는 "상인회는 권리금만 받아 가면서 추석이 온다고 무슨 대안을 내놓지도 않고 있다"며 "정부에서 지원이라도 해주던지 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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