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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식 포멀가든·메타세쿼이아 숲… 익산 ‘비밀의 정원’ 아가페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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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시 황등면 율촌리에 자리한 아가페 정양원(靜養院)은 ‘비밀이 정원’으로 불린다. 1970년대 천주교 고 서정수(알레시오) 신부가 정원을 처음 가꾸기 시작한 이후 50년이 지난 최근까지 외부에 개방하지 않고 출입을 엄격히 제한해온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그동안 이곳을 방문하는 이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익산 토박이 시민들조차도 정원 곳곳을 둘러본 이가 손꼽을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정양원의 문이 활짝 열리면서 지역에 숨겨진 최대 힐링 명소로 꼽히고 있다. 익산시가 사회복지 법인 아가페와 함께 이곳을 시민에게 무료로 개방하기로 해 자유로운 방문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호적하고 드넓은 벌판에 잘 가꾼 정원의 갖가지 수목과 화초류를 접하노라면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 연휴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마땅히 갈 곳을 찾지 못한 귀성객과 시민들이라면 베일을 벗은 정양원 방문을 추천한다.

◆100만㎡에 펼쳐진 드넓은 정원…영국식 포멀가든에 메타세쿼이아 산책로 일품

아가페 정원은 여느 수목원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규모도 100만㎡나 돼 하나의 거대한 동산에 가깝다. 넓은 대지 위에 갖가지 수목들이 저마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특유의 향기를 발산하며 조화를 이뤄 편안한 힐링 공간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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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1670m에 이르는 산책로에는 수십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향나무와 공작새가 화려한 날개를 활짝 펼친 듯한 공작단풍나무, 붉은빛이 진하지 않아 더욱 아름다운 백일홍 등 관상수가 즐비하다. 우아하게 나뭇가지를 늘어뜨린 가문비나무와 큰 키에 넓은 잎과 진한 향기를 자랑하는 후박나무, 은은한 솔향으로 머리를 상쾌하게 만드는 소나무와 잣나무 등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그림 같은 풍경과 만날 수 있다. 같은 하늘 아래에 내리쬐는 햇살과 바람 소리, 새소리마저 신비롭게 느껴진다.

정원의 랜드마크는 하늘과 맞닿은 듯 쭉쭉 벋고 열 지어 있는 메타세쿼이아 산책로다. 아가페 정원 설립 초기에 심어 정양원의 오랜 시간과 함께 한 500여 그루의 나무는 수고가 40m에 이르는 명품 산책로로 유명세가 대단하다. 아름드리 숲길 사잇길로 발을 떼면 동화 속 신비의 숲속으로 들어가는 길처럼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정원 전체가 수목원처럼 잘 가꾸어진 늘 푸른 숲속에 자리한 작은 도서관에서는 책을 꺼내 들고 자연석 의자나 잔디에 앉아 여유롭게 독서를 즐기며 휴식할 수 있다.

기하학적이고 대칭적인 구조로 이뤄진 영국식 정원으로 조성한 ‘포멀가든’에는 계절마다 수선화·튤립·목련·양귀비 등 34종의 아름다운 꽃들이 가득 들어차 향연을 펼친다. 정원의 싱그러운 공기와 꽃향기, 수목의 풍경이 한데 어우러져 그윽한 향수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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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시설 노인들 안락한 생활을 위한 힐링 장소

“주여. 나의 둥근 햇님이여, 몸 다 하고록 날 사랑해 죽으신 사랑, 사랑 따라 죽으리라….” 정양원 입구 쪽에 자리한 서정수 신부의 비문의 일부분이다.

정양원은 가족처럼 정성을 다해 보필하는 공동체 공간에서 편히 쉬면서 몸과 마음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는 사람들을 위해 세운 시설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1970년 고 서정수 신부가 어르신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위해 설립하고 자연 친화적인 수목을 심어 정원을 만든 게 모태가 됐다. 현재는 사회복지법인이 자원봉사와 각계각층 후원을 받아 노인복지시설로 운영하고 있다.

정양원에는 평균연령 80세의 노인 50여 명이 생활하고 있다. 이들이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편안히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거주 시설과 물리치료실, 놀이방, 이·미용실, 목욕실, 다용도실, 식당, 프로그램실, 강당, 자원봉사실, 교육관, 체육단련실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생활 복지사, 간호사, 영양사, 생활지도원, 조리원, 위생원 등도 상주하고 있다.

정양원으로 들어가는 도로변에는 2003년에 세운 치매, 중풍 등 노인성 질환으로 요양이 필요한 노인요양시설인 아가페노인전문요양원이 별도로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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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곳은 그동안 외부인의 방문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근래 들어서는 익산 미륵사지 일대를 찾는 관광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방문객에게 조금씩 개방했으나, 지난해부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등으로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해 쉽게 접근하기 힘들었다.

익산시는 도심 속 다양한 정원문화 향유를 위해 민간정원을 시민에게 공개하도록 장려하고 나서 최근 사회복지 법인과 함께 시민에게 무료로 개방하기로 합의하고, 지난 3월 아가페 정원을 전북 제4호 민간정원으로 등록했다.

이후 익산산림조합, 푸른 익산 가꾸기 운동본부와 협약해 민간정원 보완사업을 통해 영국식 포멀가든을 조성하고 숲속 산책로를 정비했다. 수목 안내판과 주차장, 화장실 등 편의시설도 보강했다. 지난 50여년 간 베일에 싸여 있던 아가페 정양원을 시민 누구나 쉽게 찾아 정서를 함양하고 휴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파란 하늘 사이로 따스한 가을 햇살이 내리쬐면서 수목들이 서서히 갈색으로 물드는 시기, 모든 생각을 비우고 발걸음을 하나둘씩 옮다 보면 평소 느끼기 어려웠던 안식과 평안을 만끽할 수 있기에 더할 나위 없다. 오랜시간 견디어 방문객들에게 더 큰 휴식과 행복을 느끼게 하는 아가페 정원은 오랫 동안 기억될 마음의 명소가 되기에 충분하다.

정헌율 익산시장은 “50여년 간 정성스럽게 관리해 온 아가페 정원은 노인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곳이자 코로나 시대 일상에 지친 시민들이 자연 속에서 치유할 수 있는 아주 색다른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익산=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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