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국정농담] 국가원수가 현대차 '캐스퍼'를 '광클'로 산 이유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윤경환의 국정농담(國政濃談)

文, '캐스퍼' 사전예약..."퇴임 후 개인적 사용"

'광주형 일자리' 자축, 소탈·친근한 이미지 강조

"성능·디자인 매력적...국민들도 뜨거운 반응"

민주당 호남 경선 앞두고 이재명 경기도도 구입

靑 "文 캐스퍼, 노무현 자전거 같은 상징 기대"

K-반도체·조선 등 임기말 성과 홍보 집중할 듯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현대자동차의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캐스퍼’를 온라인으로 직접 사전 예약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 대통령의 캐스퍼 구입은 우선 문 대통령이 그간 공 들여 온 ‘광주형 일자리’의 성과물을 자축하고 이를 적극 홍보하겠다는 의미를 갖는다. 또 퇴임 후 경차를 사용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은 소탈한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차량을 인터넷으로 직접 구매하는 모습을 알린 것은 국민들에게 친근한 지도자상(像)을 제시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성공한 정부’로 남기 위한 나름의 계산된 행보인 셈이다. 물론 이것이 끝은 아니다. 청와대는 앞으로도 정권 말까지 일자리 등 여러 분야에서 문 대통령의 업적을 최대한 강조하는 노선을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文대통령 ‘캐스퍼’ 직접 사전예약...“퇴임 후 사용”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4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온라인 사전예약 신청 첫날 오전 직접 인터넷을 통해 차량을 예약했다”며 “캐스퍼 차량은 문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구매하는 것으로 퇴임 후에도 계속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이번 ‘광주형 일자리’ 생산 차량의 구입 신청은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추진해온 상생형 지역일자리 정책의 성공적인 정착과 확산을 국민과 함께 응원하기 위한 것”이라며 “‘광주형 일자리’는 제1호 상생형 지역일자리로서 지역의 노·사·민·정이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지역주도의 맞춤형 발전과 노사 간 동반 성장의 새로운 경제모델이다. 2019년 1월 상생협약을 체결한 이후 2년3개월 만인 지난 4월 공장을 준공했고 15일 첫 모델인 ‘캐스퍼’ 차량을 출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이 직접 캐스퍼를 예약하는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캐스퍼 판매에 사실상 힘을 실어준 것이다.

실제로 현대차(005380)는 14일 하루 동안에만 캐스퍼 사전 계약 대수가 1만8,940대로 집계됐다고 15일 밝혔다. 첫날 계약 대수로는 현대차 내연기관 차량 가운데 역대 최다다. 이전 기록은 현대차가 지난 2019년 11월 출시한 6세대 그랜저 부분 변경(페이스리프트) 차량이었다.

캐스퍼는 현대차그룹의 첫 온라인 판매 차량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예약 첫날 홈페이지 접속이 어려울 정도로 접속자가 몰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이를 뚫고 예약에 성공하자 놀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캐스퍼는 현대차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새로운 차급 ‘엔트리 SUV’다. △개성을 살린 내·외장 디자인과 컬러 △용도에 따라 실내 공간 조절이 가능한 시트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과 앞좌석 센터 사이드 에어백 기본 적용으로 안전성 확보 △운전자 중심의 편의 사양 탑재 등이 특징이다. 당당함과 견고함을 바탕으로 엔트리 SUV만의 역동적인 감성을 담았고 세계 최초로 운전석 시트가 앞으로 완전히 접히는 풀 폴딩 시트를 적용해 실내 공간 활용성을 확장한 점 등이 기존 SUV와의 차별점이다. 판매 가격은 기본 모델 △스마트 1,385만 원 △모던 1,590만 원 △인스퍼레이션 1,870만 원이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캐스퍼, 성능·디자인 매력적...‘광주형 일자리’ 선순환 희망”

문 대통령은 나아가 이달 15일 캐스퍼 출시를 직접 축하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광주글로벌모터스(GGM) 양산 1호차 생산 기념행사’ 서면 축사를 통해 “2019년 1월 사회적 대타협부터 신차 출시까지 한마음으로 이뤄낸 일”이라며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했다. 이 축사는 임서정 청와대 일자리수석이 대신 읽었다.

문 대통령은 “캐스퍼는 광주 시민과 노사, 이용섭 광주시장을 비롯한 지자체 관계자들이 함께 힘을 모아 만든 자동차”라며 “힘차게 상생의 첫걸음을 내디디며 광주가 포용과 나눔의 도시임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제 고용 창출 효과도 본격화될 것”이라며 “간접고용까지 포함해 모두 1만2,000개의 일자리가 생겨난다. 청년들에게는 희망이 되고 지역경제에는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 대통령은 “성능에서 디자인까지 매력적인 캐스퍼에 국민들도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저도 한 대를 예약했다”며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애정까지 더해져 국민들의 큰 관심을 불러왔다고 생각한다. 나눔이 협력으로 이어지고, 협력이 능력을 배가시켜 더 좋은 제품을 만들고, 국민들은 그 제품을 신뢰하는, 아름다운 선순환이 시작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상생형 지역 일자리’ 협약이 전국 여덟 개 지역으로 퍼져나가 총 51조 원의 투자와 13만 개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지역 주도의 맞춤형 발전은 ‘지역균형 뉴딜’로 이어졌고 노동자와 기업의 동반성장 노력은 ‘휴먼 뉴딜’로 이어졌다”며 “정부는 ‘상생형 지역 일자리’가 더욱 폭넓게 확산되도록 지원할 것이다. 국민과 함께 ‘광주형 일자리’ 1호 신차, ‘캐스퍼’의 힘찬 질주를 응원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지난 2019년 8월에도 현대차의 수소차인 ‘넥쏘’를 구입해 현재 문 대통령 전용 관용차로 쓰고 있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초대 일자리위 부위원장이 광주시장···이재명 경기도도 3대 구입

문 대통령이 캐스퍼 지원에 나서자 이번에는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바톤을 이어받았다. 경기도는 17일 “경기도가 경형 SUV ‘캐스퍼’ 3대를 공용 차량으로 구매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광주를 제외하고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캐스퍼 구매 계획을 밝힌 건 경기도가 처음이었다. 경기도는 캐스퍼 3대를 구입하기 위해 6,000여만 원을 사용하기로 했다. 도청 직원들의 원거리 출장 등에 캐스퍼를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다음 달 중 현대자동차와 구매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 지사는 “1980년대 생명을 건 희생으로 민주주의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역사를 쓴 광주가 이번에는 상생형 지역 일자리 사업을 통해 4차 산업 혁명 등 대변화의 시기에 걸맞은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실험하고 있다”며 “이번 실험이 성공리에 추진되는데 경기도의 지원이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이 지사의 움직임이 오는 25~26일 호남권의 민주당 대선 경선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도 나왔다.

‘광주형 일자리’를 이끈 이용섭 광주시장이 문재인 정부의 초대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그는 9개월간 일자리위 부위원장을 맡은 뒤 2018년 2월 곧바로 광주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이후 그해 6월 치러진 제7회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선 이 시장은 무려 84.07%라는 기록적인 몰표를 받고 당선됐다. 당시 광주시장 선거에서 2위 정의당 나경채 후보는 5.99%, 3위 바른미래당 전덕영 후보는 5.05%, 4위 민중당 윤민호 후보는 4.87%의 득표를 각각 얻는 데 그쳤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박수현 “文 캐스퍼, 노무현 자전거 같은 상징 기대”

18일에는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현대차 ‘캐스퍼’ 탄생의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박 수석은 “문재인 대통령도 캐스퍼 판매 첫날 구매한 '찐고객'이 되었다”며 캐스퍼와 문 대통령 간 인연을 재차 홍보했다. 그는 “대통령 사비로 구매했고 퇴임 후에는 양산으로 함께 갈 것”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의 자전거가 봉하마을의 상징이 되었듯, 캐스퍼는 대한민국 제1호 상생형 지역일자리 모델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상징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고 적었다.

박 수석에 따르면 2017년 3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내건 광주형 일자리 모델의 확산 공약은 잠정합의안이 협약 유효기간 문제로 여러 차례 위기를 겪었다. 2018년 9월에는 노측이 불참 선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사노위의 3차례 원탁회의 등 지속적인 사회적 대화·타협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마침내 2019년 1월 광주시-현대차 투자 협약이 타결됐다. 박 수석은 “광주형 일자리 타결 이후 총 8개의 지역으로 상생협약이 확산됐다”며 “8개 지역을 합하면 직접고용 1만2,000명(간접 포함시 13만명)과 51조5,000억원의 투자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박 수석은 또 당시 청와대 일자리 수석이었던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의 전화통화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박 수석에게 “2018년 12월 대통령 참석까지 예정이 됐던 협약식이 하루 전날에 취소되는 일까지 벌어졌다”며 “협상 결렬과 다음날 광주행 일정 취소를 보고하기 위해 대통령께 올라갔다. 발걸음이 천근만근처럼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이어 “대통령께서 ‘일이 이렇게 되도록 무엇을 했는가’라고 물으시며 꾸중을 하실 것만 같았는데 예상과 달리 실망이나 안타까움을 표시하지 않았다”며 “‘인내심을 가져야 합니다’ ‘기다려 주어야 합니다’라고 하셨던 말씀이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 많은 사람들이 기다림에 지쳐서 더 이상 협상이 진척되기 어렵다고 할 때인데도 대통령은 포기하지 않고 다시 시작할 힘을 주셨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임기 말에 새 정책을 꺼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현 정부는 지난 4~5년간의 성과를 홍보하는 데 마지막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5월6일 해상풍력, 5월14일 K-반도체, 6월29일 해운 재건, 7월8일 K-배터리, 7월14일 한국판 뉴딜, 8월5일 K-글로벌 백신 허브, 8월12일 문재인케어, 8월19일 국민청원제도, 8월26일 K+벤처, 9월9일 K-조선 등 잇따르는 문 대통령 성과 홍보 행사가 앞으로 더 압축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 중심에는 ‘일자리’가 자리할 가능성이 크다. 청년층 표심은 정권 재창출 여부에도 중대한 요소인 까닭이다.

※‘국정농담(國政濃談)’은 행정·외교안보·정치 관련 ‘농도 짙은’ 현장 이야기와 현안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