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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좋은 감독이 됐다” 김응용 칭찬, ‘성장형’ 감독 이강철을 기다리는 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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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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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KBO리그 역사를 대표하는 지도자인 김응용 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은 이강철 kt 감독의 개인 200승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좋은 선수였는데, 좋은 감독이 됐다”고 제자를 응원했다. 심지어 “나보다 낫다”고 했다.

물론 덕담으로 생각할 수도 있고, 겸손으로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김 전 회장의 어투는 시원시원하고 확신이 있었다. 지도자로 성공하고 있는 제자의 연착륙을 지켜본 김 전 회장은 “차분한 경기 운영을 보면서 나도 배우고 있다”고 웃었다.

사실 이 감독은 200승 당시 전면으로 나서는 걸 원치 않았다. 아직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어떠한 이정표 때문에 너무 주목받는 것을 경계했다. 결정적으로 200승의 지분에서 자신의 비중은 그렇게 크지 않다고 여겼다. 대신 코치들과 선수들, 그리고 헌신적인 프런트 덕이라고 모든 공을 남에게 돌렸다.

그러나 겸손과 달리 이 감독이 첫 3년에 걸쳐 만들어가고 있는 성적은 분명 주목할 만하다. 현역 시절 KBO리그 역사에 살아 숨 쉬는 업적을 남긴 이 감독은, 선수는 물론 지도자로서도 뚜렷한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프로와 지도자는 어쨌든 결과로 말하는 자리라면, 이 감독의 성과는 무시하기 어렵다.

KBO리그 역사상 초보 감독이 부임 직후 3년 연속 승률 5할 이상을 기록한 사례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KBO 역사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김응용 김성근 김인식 김재박 감독도 못한 업적이다. 5명 정도 남짓인데, 여기에 한 차례 이상 정규시즌 1위를 경험한 감독은 더 줄어든다. 선동열(2005~2007), 류중일(2011~2013), 김태형(2015~2017) 감독이다. 이동욱 NC 감독도 올해 승률 5할 이상을 기록하면 이 대열에 합류한다.

이 감독은 부임 첫 해 만년 하위권이었던 kt를 5할 승률의 팀으로 이끌더니, 지난해에는 81승62패1무(.566)의 성적으로 정규시즌 2위를 차지했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는 않았지만 올해도 구단 최고 기록을 다시 쓸 가능성이 있다. kt는 20일 현재 65승41패4무(.613)를 기록해 2위 삼성에 5.5경기 앞선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격차는 계속해서 벌어지는 추세다. 만약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다면 이 감독도 KBO리그 역사에 몇 없는 사례에 합류하는 것이다.

오랜 코치 경력으로 ‘준비된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객관적인 전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팀을 이끌고 이만한 성공을 거둘 것이라 예상하기는 힘들었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 리그 최우수선수(MVP)에 빛나는 멜 로하스 주니어의 이탈로 전력이 약화됐다는 평가를 받았기에 더 그랬다. 그러나 이 감독은 철저한 준비로 주전과 백업 선수들의 격차를 줄이는 방법을 선택했고, 이는 지금까지 잘 맞아 떨어지고 있다.

사실 시행착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 감독은 주루 플레이를 강조하는 지도자다. 어쩔 수 없이 주루와 작전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다. 대투수에다 오랜 기간 투수코치도 역임했으나 투수 교체 결정도 스스로 내리는 경우가 많다. 보통 성공하면 선수 덕이고, 실패하면 감독 탓이다. 이 감독도 몇몇 사안에 대해서는 다른 감독과 마찬가지로 비판을 많이 받았다. 시즌 초 구상에서 흐트러진 부분이 없다고 말할 수도 없다. 그도 오판을 하고, 실수를 하고, 실패를 한다.

하지만 ‘피드백’이 빠르다는 게 성장형 감독이 된 가장 주요한 원동력으로 뽑힌다. 이 감독은 코치들의 의견을 비교적 잘 수용하는 편이고, 때로는 코치들에게 맡겨두기도 한다. 자신의 실패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잘못된 부분은 복구시키거나 혹은 다른 방향으로 수정하는 모습 또한 자주 보였다. 나름대로 고집이 있는 감독이지만, 대명제 앞에서는 고집을 꺾을 줄도 알았다. kt 팬들도 그런 점을 알기에 실수를 마냥 몰아붙이지는 않는다.

이 감독은 “나는 이제 갓 3년을 살고 있는 초보 감독”이라고 했다. 3년차 감독을 완성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돌려 말하면 그래서 앞으로 흡수할 피드백과 앞으로의 운영 방안에 더 큰 기대가 몰린다. 일단 이 감독의 시선은 올 가을로 향한다. 끝까지 흔들리지 않고 kt의 첫 정규시즌 우승을 함께 하는 감독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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