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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X 쌌네” 요양보호사의 환자 알몸 몰카, 법대로 하면 무혐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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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블랙박스]

조선일보

자신이 돌보는 코로나 환자의 알몸 사진을 몰래 찍어 지인에게 보낸 요양보호사가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사진은 해당 요양보호사가 지인에게 보낸 사진이다. 침대위에 누워있는 이는 노숙인 환자로, 알몸 상태로 누워 있었다. /연합뉴스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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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돌보는 코로나 환자의 알몸 사진을 몰래 찍어 지인에게 보낸 요양보호사가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해당 환자는 노숙인으로, 사진 속에서 격리 시설인 호텔 침대에 알몸 상태로 누워 있었다. 특히 요양보호사는 지인에게 ‘이불에 X 싸놓은 것 보이지?’ 등 환자를 깎아내리는 듯한 메시지도 함께 보냈다. 기관은 요양보호사가 환자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해 수사를 의뢰했지만, 경찰은 처벌 대신 석 달째 어떤 혐의를 적용해야 할지 고민에 빠져 있다. 법 전문가들도 요양보호사에게 죄를 묻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기관 “개인정보 유출로 처벌해달라”

2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사건 개요는 이렇다. 공공기관 소속 요양보호사 A씨는 지난 6월 21일 자신이 돌보는 노숙인 B씨의 알몸 사진을 몰래 찍어 지인에게 전송했다. A씨는 코로나 사태로 돌봄 인력이 부족해지자 공공기관에서 임시로 단기 고용을 한 상태였다. 노숙인 B씨는 의사 표현이 어렵고 몸도 불편해 기본적인 생리 현상도 혼자 해결할 수 없었다.

당시 B씨는 침대의 한쪽에 용변을 본 상태였다. 이를 본 A씨가 사진을 찍어 지인에게 보냈다. 그러면서 ‘이불에 X 싸놓은 것 보이지? 덕분에 코호트 격리시설에서 종일 이런 분들 수발과 뒤치다꺼리한다’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메시지도 함께 보냈다.

사진을 받은 지인이 “사진에 찍힌 사람의 인권은 생각 안 하느냐”며 이의를 제기했고, 기관에 신고했다. 기관은 즉시 A씨와 근로 계약을 해지했다. 이어 A씨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기관 관계자는 “상대방 동의를 받지 않고 사진을 무단으로 유출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특히 해당 시설은 코로나 격리 시설로 직원들은 내부 정보가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경기도 용인동부경찰서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것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은 두 가지를 따져야 하는데, 우선 유출된 정보가 뚜렷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이름’ ‘주소’ ‘주민번호’ 등 정확히 누군가를 특정시킬 수 있어야 가능하다. 경찰청에서 범죄자에 대해 수배 전단을 공개하는 정도인 ‘이름’ ‘나이’ ‘얼굴’ 등이 나열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양보호사 A씨가 유출한 사진에서는 얼굴이 특정되지 않는다.

또 개인정보보호법은 정보를 수집한 당사자가 이를 외부로 유출했을 경우 위법이 된다. 예를 들어 특정 온라인 사이트가 수집한 회원들의 정보를 외부에 유출됐을 경우를 말한다. 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요양보호사 A씨는 정보를 직접 수집한 주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을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알몸 몰카’이지만 처벌은 어렵다는데

일반적으로 누군가 발가벗은 사진을 몰래 찍었고, 이를 전파성이 있는 메신저로 보냈다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에 해당한다. 그런데 처벌 대상이 되려면 ‘알몸 몰카’의 경우에도 촬영 동기에 ‘성적 욕망’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남성이 여자 화장실에 몰래 침입해 이를 카메라로 찍었다면 해당 법 위반이 된다. 법원에서도 사진의 결과물보다 왜 이 사진이 찍혔는지에 대한 과정을 살핀다.

경찰 출신 김도현 변호사(법무법인 태림)는 “사진 촬영자의 의도나 촬영된 사진의 형태로 볼 때 성적 욕망이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진이 아니라면 성폭력처벌법으로 처벌하기 어렵다”며 “특히 이번 사건은 당사자들이 모두 동성(同性)이기 때문에 해당 법으로 처벌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은 ‘혐의 없음’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 관계자는 “명예훼손 소지가 있지만, 해당 법으로 처벌하려면 B씨 고소장이 있어야 가능하다”며 “B씨를 조만간 불러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철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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