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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국제음악영화제 빛낸 세 편의 음악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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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의 어려움 속에서도 제천영화제만의 역사를 이어나가다

제1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지난 8월 17일 막을 내렸다. 음악 콘서트를 비롯한 다양한 오프라인 콘텐츠를 자랑하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팬데믹이 야속했고 조성우 집행위원장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나 '대폭 축소된 오프라인 행사의 빈자리를 양질의 선정작으로 메웠다'고 표현할 만큼 이번 제천영화제의 선정 작품은 탄탄했으며 한국 독립영화부터 해외 거장의 최신작까지 폭넓은 음악 영화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직접 감상한 <티나>, <데이비드 번의 아메리카 유토피아>, <더 스파크스 브라더스> 세 편의 음악 다큐멘터리는 아티스트에 대한 피상적 정보를 넘어서 그들 경력의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게 해준다는 지점에서 명확한 의의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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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박스 제천 ▲ 제1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펼쳐진 메가박스 제천 ⓒ 염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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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은 실패작이에요."

1980년대 팝스타 티나 터너를 담은 < 티나 >의 도입부에서 그는 말한다. 어린 시절 집을 나간 부모와 전남편이자 음악 파트너였던 아이크 터너의 가정 폭력으로 사랑이 결여된 삶을 살았고 대중에 각인된 카리스마 이미지와 스타 이전의 한 인간으로서 갖는 처절한 외로움이 그의 삶에 공존했다. 전남편의 학대에 참다못한 티나는 완전무결한 독립을 결심하고 그 위대한 결정을 인지한 영화는 아이크가 잠든 사이 호텔 방을 탈출하는 티나를 극적인 촬영과 몽환적 화면으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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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티나>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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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크 앤 티나 터너는 씨씨알의 원곡에 소울 뮤직을 채색한 'Proud mary' 같은 히트곡들로 1960년대 대표적인 혼성 듀오로 떠올랐지만 아이크를 떠난 그의 1970년대는 뚜렷한 상업적 성과를 이루지 못한 암흑기였다.

그러나 프로듀서 테리 브리튼의 팝적 감각이 빛을 발한 1984년 곡 'What's love got to do with it'과 전 세계적으로 천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한 < Private Dancer > 앨범으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고 이후에도 본인이 직접 출연한 영화 < 매드 맥스 3 >의 사운드트랙 'We don't need another hero' 같은 여러 히트곡을 배출하며 1980년대를 대표하는 뮤지션으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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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티나> ⓒ 염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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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번의 아메리칸 유토피아>는 뉴욕 출신 포스트 펑크 밴드 토킹 헤즈의 리더 데이비드 번과 2년 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에게 감독상을 호명한 뉴욕 출신 감독 스파이크 리가 의기투합한 공연 실황 다큐멘터리다. 장기하가 영향을 언급하고 라디오헤드가 이들의 노래 'Radio head'에서 밴드 이름을 착안했을 정도로 후배 뮤지션들에게 영감을 준 토킹 헤즈는 아프로비트로 건설한 폴리리듬 사운드와 풍자성 짙은 가사를 결합해 당대의 지적인 밴드로 인정받았다.

월드비트의 진수를 보여준 1980년도 앨범 <Remain In Light>가 이들의 대표작. 연극과 현대 무용, 음악을 아방가르드 스타일로 버무린 이 공연에서 오징어처럼 흐느적거리는 토킹 헤즈 시절의 춤은 저명한 안무가 애니 비 파슨의 조력으로 더욱 다양한 의미를 함축한 안무로 진화했고 아프리카, 유럽 각지에서 모인 밴드 멤버의 군무도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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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데이비드 번의 아메리칸 유토피아> ⓒ 염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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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 후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에서 번 자신이 직접 밝혔듯이 아메리칸 유토피아는 결코 반어법이 아니며 그가 꿈꾸는 미국의 모습이다. 인종 차별을 비롯한 각종 사회 문제가 미국을 디스토피아로 몰아가고 있지만 번은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 Do The Right Thing >과 < 말콤 X > 등 흑인 인권신장을 적극적으로 피력한 스파이크 리는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희생된 이들의 사진을 스크린에 띄우고 데이비드 번과 밴드 멤버들은 희생자의 이름을 한 사람씩 호명하며 변화를 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자넬 모네의 저항곡 'Hell you talmbout'을 연주한 이 장면은 영화 속에서 가장 격정적인 순간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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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데이비드 번의 아메리칸 유토피아> ⓒ 염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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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드라이버> 로 마니아를 거느린 에드가 라이트가 연출한 <더 스파크스 브라더스>는 독보적 개성의 밴드 스파크스를 파헤쳤다. 이들은 형 론 마엘과 동생 러셀 마엘의 독특한 캐릭터와 아트 팝과 글램 록을 경유해 신스 팝에 발을 딛는 음악적 스펙트럼으로 대중음악계에 발자국을 남겼다.

상업적 실패를 반복했던 이 괴짜 밴드는 대중성과 예술성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다 결국 후자에 무게를 싣는 모험을 감행했지만 뉴 오더와 듀란 듀란이 일제히 찬미를 표하는 대목에서 그들의 선택이 옳았음을 감지한다. 영국 록밴드 프란츠 퍼디난드와 합작한 2015년 작 < FFS >와 올해 칸영화제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레오스 카락스 감독의 <아네트>에서 사운드트랙을 담당하는 등 정력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고 영화는 거죽을 벗겨내자 형제의 얼굴이 바뀌어 있는 엔딩 크레디트의 특수효과 장면까지 시종일관 비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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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더 스파크스 브라더스> ⓒ 염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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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다양한 장치로 불가피한 결핍을 보완했다. 감독과 프로듀서가 직접 참여한 '관객과의 대화'로 프로그램의 품격을 높였고 가수와 배우의 경력이 탄탄한 엄정화를 영화제 '올해의 인물'로 내세워 관객을 매혹했다.

한국영화사를 음악영화의 관점에서 다시 기술하는 '한국영화사는 음악영화사다'라는 이름의 장기 프로젝트 시작과 <청춘쌍곡선>(한형모, 1956), <모녀기타>(강찬우, 1964) 같은 한국의 고전 음악영화들 소개로 이번 영화제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 난관을 딛고 매력 발산에 성공한 제천영화제는 올해도 그 역사를 이어나갔다.

염동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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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대중음악 웹진 이즘(IZM)에도 게시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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