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논란의 ‘전세’… 대출도, 제도 자체도 딜레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당국, 전세대출 규제 고민

가계부채 관리 vs 실수요 보호

전세 제도 자체도 존폐 논란

헤럴드경제

[사진=인천 시내 모습.] [연합]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정부가 추석 이후 가계부채 관리계획을 발표할 것을 예고하면서 전세대출도 규제 대상이 될 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세 제도는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정부가 지원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집값 상승의 한 원인이라는 주장도 있어 정부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추석 이후 가계부채 관리 계획을 발표하기 위해 세부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연간 가계부채 증가율을 5~6%, 내년은 4% 이내에서 관리할 계획인데, 8월까지는 증가율이 10%에 육박해 고강도 관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가장 관심이 쏠리는 것은 전세대출이다. 금융위가 1~8월 발표한 은행권 전세대출 잠정치를 단순 합산하면 21조4000억원이다. 이 기간 가계대출 증가액 87조4000억원의 24.5%를 차지한다. 정부는 올해 가계대출 증가 한도를 97조9000억원(연간 6% 증가)으로 잡고 있기 때문에, 올해 남은 기간 전세대출이 1~8월과 같은 속도로 나간다 가정할 경우 전세대출만으로도 가계대출 한도가 다 차게 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하반기 전세 대출은 '스퀴즈(squeeze·쥐어짜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세대출은 실수요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것이문제다. 전세대출은 형식적으로는 세입자가 대출받는 돈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대출금액이 집주인 통장으로 바로 입금된다. 오직 전세금으로만 쓰일 뿐 다른 용도로 전용될 수 없는 자금이다.

전셋값 자체도 많이 올라 함부로 규제에 나설 경우 서민 피해가 커질 수 있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8월 말 전국 아파트 평균 전세가는 지난해 말보다 11.6%나 올랐다. 무주택 세입자는 가뜩이나 집값 폭등으로 불만이 큰 데 전세대출까지 조일 경우 여론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여유 자금이 있는데도 과도하게 전세대출을 받아 여유 자금은 투자에 사용하는 경우를 의심하고 있다"며 서민, 실수요자 피해는 없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보다 근본적으로 전세 제도 자체에 대해 문제 삼는다. 전세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임대제도다. 전세금은 집주인이 세입자에게서 빌린 대출의 성격을 갖고 있는데 리스크 관리가 전혀 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그러다보니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반환하지 못해 종종 사고가 나기도 한다. 특히 정부는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세입자에게 전세 대출을 지원하고, 이 자금이 고스란히 집주인에게 흘러감으로써 집값 상승의 한 가지 원인이 되고 있다. 갭투자는 이러한 전세제도의 약점을 교묘하게 이용한 투자방식이다.

다만 정부는 전세제도의 존폐 자체까지는 문제삼지 않는 분위기다. 전세가 서민 주거 안정이나 목돈 마련 등에 기여해 온 긍정적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paq@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