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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단기 악재 맞나" LG화학 주가 하락 심상치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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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덕 기자]

'배터리 대장주'로 통하던 LG화학의 주가가 하락세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한때 100만원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70만원대로 떨어진 지 오래다. 주가 하락의 직접적인 이유는 GM의 전기차 추가 리콜, 배터리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연기 등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반복적인 전기차 화재사고, 파우치형 배터리 사업전략의 허점, 생산 신뢰도 하락 등 장기적인 위험요인이 쌓이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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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면을 구겼다." 주식시장에서 LG화학을 두고 나오는 얘기다. 주가가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올 초 100만원을 넘어섰던 주가는 9월 14일 현재 73만4000원으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LG에너지솔루션(LG화학의 배터리 자회사ㆍ이하 LG엔솔) 상장 등의 이슈로 90만원대 주가를 기록했던 지난 5월과 비교해도 급락에 가깝다.

이 때문에 한때 3위까지 치고 올라갔던 코스피 순위(시가총액 기준)도 7위로 내려앉았다. 올해 6월만 해도 주가가 20만원가량 낮았던 동종업계 2위 삼성SDI에도 밀려났다. 9월 14일 현재 삼성SDI 주가는 75만5000원을 기록, 73만4000원에 머무른 LG화학을 따돌렸다. "LG화학이 체면을 구겼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가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GM의 전기차 리콜 사태다. 지난 7월 GM이 추가 리콜을 실시하면서 LG엔솔의 이익률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탓이다.

문제는 '충당금'에 있다. 올 4월 GM이 1차 리콜을 실시한 이후 LG엔솔은 910억원의 충당금(LG전자 2346억원 부담ㆍ2분기)을 쌓았다. 그런데 GM의 추가 리콜로 전체 리콜 비용이 8억 달러(약 9400억원) 수준에서 18억 달러(약 2조1000억원)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아직 분담 비율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비율에 따라 최소 1000억원 이상의 충당금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GM과의 분담 비율이 5대5라면 추가 충당금이 2800억원, 7대3이라면 3240억원으로 늘어날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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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점은 충당금만 증가한 게 아니란 거다. GM 추가 리콜 결정으로 LG엔솔의 기업공개(IPO) 일정에도 변수가 생겼다. 업계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LG화학이 LG엔솔을 언제쯤 상장할 거라고 콕 집어 발표한 적은 없다. 다만 LG엔솔이 지난 6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8월 상장예비심사 통과' '10월 상장' 수순을 밟을 게 확실해 보였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실제 LG엔솔은 지난 8월 30일 GM의 추가 리콜 등을 이유로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상장예비심사 기간 연장을 신청했다. LG엔솔 측은 "GM의 리콜 조치 방안과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면밀히 검토한 후 연내 상장 완료를 목표로 IPO를 계속 추진할지 10월까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GM의 추가 리콜 변수가 LG엔솔의 발목을 잡아챈 셈이다.

LG엔솔, 단기 악재 맞나

그렇다면 GM 리콜에 따른 충당금 문제만 해결되면 LG화학도 체면을 회복할 수 있을까. 한편에선 '반등 가능성'을 점친다. 무엇보다 LG엔솔의 저력이 여전해서다. 배터리 수주 잔고는 180조원(8월 기준)에 달하고, 전기차 시장의 성장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게다가 배터리를 제외한 다른 사업 부문들의 실적도 나쁘지 않다.

이 회사 석유화학 부문의 2분기 영업이익은 1조3250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4350억원)보다 204.6% 늘었다. 배터리 소재 등을 생산하는 첨단소재 부문과 생명과학 부문의 2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보다 각각 171.4%, 105.6% 증가했다.[※참고: LG화학의 사업은 2분기 매출액 기준으로 석유화학과 배터리 부문의 비중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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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위험요인이 더 많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전기차 리콜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에 이어 GM까지 대규모 리콜을 결정했으니, LG엔솔의 충당금 수준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최근 호주의 ESS(에너지저장장치)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는데, 여기에도 LG엔솔의 배터리가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우치 중심의 배터리 사업전략도 논란거리다. 지난 3월 폭스바겐이 파워데이를 통해 "각형 배터리 비중을 80%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 각형 배터리를 향한 관심이 커졌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각형 배터리를 생산하는 삼성SDI의 주가가 오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중장기 사업방향 고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도 각형 배터리 전문가를 확보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각형 배터리가 부상하는 이유는 안정성에 있다. 물론 파우치형이 각형에 비해 안정성이 낮다는 근거는 없지만 관건은 전기차 화재가 대부분 파우치형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파우치형 배터리에 집중하고 있는 LG엔솔로선 위험요인이 커진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제품의 신뢰성이 떨어졌다는 점도 문제다. 전기차 화재 사고에 탑재된 LG엔솔의 배터리는 중국(현대차 코나), 오창(GM 볼트), 폴란드(폭스바겐 ID.3) 생산공장에서 각각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꿔 말하면 특정 공장이 아니라 LG엔솔의 모든 공장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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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원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LG엔솔의 생산공정을 둘러싼 신뢰도가 의심을 받을 수 있다"면서 "이는 향후 수주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결국 LG화학 주가 하락이 단순히 전기차 화재 사고로 인한 리콜과 그에 따른 충당금 반영이라는 '단기적 악재'로 인한 게 아니라 '장기적 악재'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일부 전문가가 LG화학의 주가 하락을 심상찮게 바라보는 이유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LG화학을 둘러싼 악재는 대부분 배터리 사업 관련 이슈들인데, 이들을 종합해보면 일회성이라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중장기적 관점에서 LG화학의 주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도 "LG화학은 배터리 소재와 재활용 플라스틱, 바이오 등에 2025년까지 10조원을 투자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는데, 리콜 이슈와 함께 LG엔솔 상장 지연이라는 악재를 만났다"면서 "LG엔솔이 중장기 사업의 방향성을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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