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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모다치, 안녕!"… 24년 만에 日 떠나는 美 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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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매케인 상원의원 이름 따 지은 ‘USS 존 매케인’

동일본 대지진 때 일본인 구조한 ‘미·일 우정’ 상징

세계일보

미국 해군 구축함 ‘USS 존 매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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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해군 제7함대 소속으로 무려 24년 동안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활약한 구축함 ‘USS 존 매케인’함이 7함대에서의 임무를 끝내고 미 본토로 귀환했다. 이 함정은 동일본 대지진 당시 피해 지역의 일본인 구호작전에 투입돼 맹활약을 펼쳐 미·일 우정의 상징으로 통한다. 지난 2018년 작고한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을 미워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탓에 수난을 겪기도 했다.

20일 미 해군에 따르면 매케인함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일본 요코스카 군항을 떠나 미 서부 워싱턴주(州) 에버렛 군항으로 이동했다. 요코스카는 미 해군에서 규모와 전력이 가장 크고 또 강한 7함대의 모항이다.

매케인함과 7함대의 인연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7함대에 배속된 이래 24년간 때로는 독립적 작전에 투입되고, 때로는 항공모함 강습전단의 일원으로 참여하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핵심 이익을 지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매케인함 함장인 틴 트란 해군 중령은 “매케인함과 그 승조원들은 조국이나 우리 동맹국의 부름을 받을 때마다 늘 신속히 응답했다”며 “이제 24년에 걸쳐 바다 위를 종횡무진했던 그 기억들을 뒤로 하고 본국으로, 워싱턴주로 돌아가려 한다”고 말했다.

요코스카 군항을 오래 이용한 관계로 매케인함 승조원들이 일본에 느끼는 유대감은 남다르다. 트란 중령은 “우리는 일본인들이 우리한테 보여준 우정과 호의를 뼛속 깊이 영원히 간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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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부터 24년간 미국 해군 제7함대에 배속됐던 구축함 ‘USS 존 매케인’이 17일(현지시간) 일본 요코스카를 떠나 미 본토로 이동하는 가운데 하얀 예복을 차려 입은 승조원들이 출항을 기념하고 있다. 미 해군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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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매케인함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의 이른바 ‘도모다치 작전(Operation Tomodachi)’이다. 도모다치는 일본어로 ‘친구’를 뜻한다. 당시 매케인함은 쓰나미 피해를 입은 지역 인근 해상에 머물며 긴급히 필요한 구호물자를 육지로 보급하는 한편 이재민, 부상자 등을 임시 수용했다. 그 과정에서 일부 장병이 후쿠시마 원전 폭발에 따른 방사성물질에 노출되는 비극을 겪기도 했다. 도모다치 작전 때 미군 장병들의 헌신적 조력을 지켜본 일본인들 사이에서 미국 인기가 치솟으며 2011년 12월 한 설문조사에선 일본인의 무려 82%가 “미국인에 친근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매케인함을 비롯한 미 해군이 미·일 외교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셈이다.

동맹을 경시한 트럼프 대통령 시절에는 시련도 겪었다. 2019년 5월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방일 때 요코스카의 미 해군 7함대 기지 위문·격려도 일정에 포함돼 있었다. 마침 7함대 기지에는 사고로 선체가 파손된 매케인함이 정박해 수리 및 정비를 받고 있었는데 백악관 측은 해군에 ‘매케인함이 대통령 눈에 띄지 않게 딴 곳으로 보내거나 천막 등으로 가리라’는 취지의 부당한 지시를 내렸다. 배가 이름을 딴 존 매케인(1936∼2018) 전 공화당 상원의원이 트럼프 대통령과 사이가 나쁜 정적이란 점을 감안한 대통령 측근들이 뒤에서 이른바 ‘심기 경호’에 나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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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은 같은 공화당 소속이었으나 서로 사이가 나빠 ‘정적’으로 불렸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산전수전 다 겪은 매케인함은 미 해군의 최일선에 해당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후퇴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2선으로 물러나는 건 아니다. 미 해군은 하와이를 기점으로 그 서쪽에 해당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은 7함대가, 하와이 동쪽으로 미 본토까지는 3함대가 각각 지키는 구조를 갖고 있다. 미 해군은 “매케인함은 7함대를 떠나 이제 3함대에 배속됐다”며 “3함대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작전과 관련해 7함대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말해 유사 시 매케인함이 다시 인도·태평양 지역에 투입될 수 있음을 내비쳤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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